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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알트코인 2만 개 천차만별…“용도 알고 투자” 17%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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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호 10면

[SPECIAL REPORT] 코인 광풍

기자가 ERC-20을 이용해 30분 만에 만든 ‘JoongangSunday코인’의 코드다. 수수료를 내고 네트워크에 올리면 흔히 볼 수 있는 암호화폐가 된다. 암호화폐 생성 코드는 온라인 공간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다. 김유경 기자

기자가 ERC-20을 이용해 30분 만에 만든 ‘JoongangSunday코인’의 코드다. 수수료를 내고 네트워크에 올리면 흔히 볼 수 있는 암호화폐가 된다. 암호화폐 생성 코드는 온라인 공간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다. 김유경 기자

인터넷방송사를 운영하던 윤인모(44)씨는 2017년 이른바 알트코인인 ‘D코인’을 개발했다. 2016년부터 이더리움을 채굴했는데 암호화폐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자 직접 암호화폐 발행에 나선 것이다.

취약점 많은 알트코인 #NFT도 이더리움 ‘ERC-721’ 이용 #초보도 1시간이면 뚝딱 만들어 #통화 교환·저장가치 아직은 낮아 #보안 뚫리면 생태계 전체 치명상

이더리움의 표준 토큰 스펙인 ERC-20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D코인을 발행했다. D코인은 식당·빵집·커피숍 등 소매점 결제에 쓸 수 있는 전자화폐로, 태국·베트남에서 암호화폐공개(ICO)까지 진행해 10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그러나 윤씨의 기대와는 달리 생소한 결제시스템을 도입할 소매점은 없었고,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컸다. 결과적으로 D코인 프로젝트는 많은 투자 피해자들을 남긴 채 실패하고 말았다.

비트코인 제외 나머지 암호화폐가 알트코인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를 통칭하는 말인 알트코인은 ‘대안’(alternative)과 ‘주화’(coin)의 합성어로 비트코인의 문제점을 해소하자는 취지의 암호화폐를 지칭한다. 비트코인은 수량이 적어 지불 용도로 쓸 유인이 떨어지고, 블록 정보의 네트워크 전송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알트코인으로, 실생활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를 지향한다.

예컨대 송금 수수료 개념으로 등장한 ‘리플’은 비트코인의 가격이 비싸고 결제 승인에 2~3일이 걸리는 단점을 보완한 ‘실시간 총액결제 시스템’(RTS)을 선보였다. 팬들이 스포츠 구단 운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칠리즈’나 가상공간의 부동산 매매를 위해 만든 ‘디센트럴랜드’ 같은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알트코인도 대거 등장했다.

태생 자체가 ‘목적성’을 갖는 암호화폐지만, 각 알트코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미국의 데이터 수집·분석 업체 카디파이가 올해 2월 암호화폐 투자자 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33.5%가 ‘암호화폐 지식이 없거나 초보(emerging) 수준’이라고 답했다. 투자자 중 16.9%만이 ‘가치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CNBC는 “많은 투자자가 이익을 놓칠 것이라는 두려움에 행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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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등장하는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생성된다. 이더리움은 자체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형태의 암호화폐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과 표준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현재 대부분의 알트코인이 이더리움 개발 표준 프로그램 중 하나인 ERC-20을 이용하고 있고, 최근 미술품과 명품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은 또다른 표준인 ERC-721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ERC-721과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1시간여 만에 간단한 형태의 알트코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쉽다. 기자도 30분만에 ERC-20을 이용해 ‘JoongangSunday’코인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현재까지 등장한 알트코인은 전 세계에 2만 개가 넘는다.

알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화폐의 신뢰 기반을 중앙은행장의 직인에 의지하지 않고, 암호화 기술과 상호 검증 가능한 네트워크로 쌓는다. 그런데, 블록체인 등 제아무리 뛰어난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화폐 시스템이라고 해도 사용처가 없거나,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현재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많은 알트코인은 활발히 거래되고 있지만 당장은 쓸 데가 없거나, 계획은 화려하지만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 구매 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이후 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머스크 트위터 캡처]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 구매 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이후 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머스크 트위터 캡처]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한 마디에 가격이 수직으로 상승한 도지코인의 경우 투자자가 도지코인을 얼마에 샀든지 간에 당장 도지코인으로 무엇인가를 사거나 교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른 알트코인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자체가 아직 가능성의 영역이며 실생활에 안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기존의 시스템을 폐기하고 새로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할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예컨대 ‘에이다’와 같은 수많은 결제 목적의 알트코인은 블록체인을 통해 결제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안에 있어 현재의 신용카드·페이도 충분히 안전하다. 카드사와 가맹점 간에 전용선으로 통신하기 때문에 외부의 해킹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하고 있어서다. 신용카드사 입장에선 굳이 큰돈을 들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블록체인 도입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금융결제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았고, 많은 사람이 은행계좌가 없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블록체인 결제망을 도입할 수는 있다. 다만 그러려면 사용자들이 모두 PC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야 하며, 블록체인의 방대한 데이터 전송량 소화할 수 있는 통신망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많은 돈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개도국 정부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암호화폐가 통화로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저장·교환가치도 아직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생태계를 넓히려면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많은 사람이 사용해야 하지만, 하루에도 2배 이상 가격이 뛰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비트코인으로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는 경우, 암호화폐 지갑 생성 등의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점도 문제다.

이더리움, 해킹으로 360만 개 털린 적도  

생태계 주도권의 문제도 발생한다.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된 생태계를 지향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암호화폐 발행자가 의사결정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18년 세계 최대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가 IBM과 손잡고 해운물류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꾸리려고 했다. 그러나 경쟁사들은 머스크의 생태계에서 지배될 것을 우려해 대부분 발을 뺐고, 이 프로젝트는 결국 좌초했다.

특히 암호화폐는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는 프로젝트에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만약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돈을 모두 날릴 수 있다. 실제 2017~18년 ICO 열풍을 타고 투자금을 유치한 여러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망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당시 살아남은 일부 프로젝트는 여전히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돼 투자를 받는 상황이다.

암호화폐 투자사인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일부 출시 전 마케팅 목적을 제외하곤 ICO 방식으로 대중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며 “프로젝트 극초기 단계에서 ICO라는 방식으로 자금유치를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트코인 네트워크는 언제든 해킹을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알트코인은 특성상 생태계 크기가 작고 블록 생성에 많은 컴퓨터가 동원되지 않는다. 만약 해커들이 이 점을 노리고 더 많은 컴퓨터를 동원해 더 많은 블록을 생성하면 해당 암호화폐 생태계를 독차지할 수 있다.

이렇듯 암호화폐는 보안을 바탕으로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보안 문제가 발생하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안 기술에 기반을 둔 분산형 생태계지만, 소수 블록에 문제가 생기면 생태계 전체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스텔라루멘’이라는 알트코인의 경우 2019년 5월 단 2개의 노드(네트워크 참여자)가 멈춰 전체 네트워크가 두 시간 동안 정지된 바 있다. 물론 비트코인도 2100만 개의 블록 중 단 한 개만 해킹돼도 네트워크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

이더리움의 경우는 2016년 계약 기술의 허점을 이용한 해킹 공격을 받아 360만 개의 이더리움이 탈취되기도 했다.

김용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교수는 “비트코인에 동원되는 해시파워(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풀이 전산 능력)의 100분의 1이면 상당수의 알트코인 프로젝트를 공격할 수 있다”며 “알트코인이 안전하다고 판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언제든 새로운 취약점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록체인

해킹 가능성이 있는 기존의 암호화 기술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었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이를 복제한 뒤 여러 대의 컴퓨터에 나눠 저장한다. 거래 때마다 모든 거래 참여자가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하는 만큼 위조·변조가 불가능하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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