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로 떼돈 벌어 퇴사 얘기 들으면, 이거밖에 없구나 생각할 것”

중앙선데이

입력 2021.05.01 00:23

업데이트 2021.05.0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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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호 08면

코인 광풍 

장류진

장류진

암호화폐에 대한 2030세대의 비정상적 투자 심리를 소설에서도 엿볼 수 있다. 86년생 소설가 장류진(사진)씨가 최근 출간한 장편 『달까지 가자』(창비)가 그런 작품이다. ‘달까지 가자(To the Moon)’는 제목부터 암호화폐의 폭등을 바라는 투자자들 사이의 국제 은어. 작가는 별도의 모니터에 2017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암호화페 이더리움 등락표를 띄워두고, 또래 투자자들의 이상 열기를 고싱크로율로 복원했다. 30일 현재 교보문고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4위에 올라 있다. 장씨를 26일 전화 인터뷰했다. (※스포일러 주의)

장편 『달까지 가자』 쓴 장류진
2030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 느껴
나아지겠지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암호화폐에 올인하는 세태 묘사

달까지 가자

달까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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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암호화폐 열풍과 소설 출간 시기(지난달 15일)가 절묘하게 겹친다.
“소설은 기획에서 출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재 뉴스가 바로 반영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은 암호화폐 2차 붐이고, 2017~2018년 1차 붐 직후 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장편으로 썼고, 책으로 나올 때쯤에는 약간 과거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화제가 되더라. 신기하고 얼떨떨하다.”
소설로 쓰고 싶었던 이유는.
“당시 IT 기업에 다니면서 비트코인에 대해 들어서 알고는 있었고, TV의 찬반 토론 같은 게 이상하게 눈에 들어왔다. 소설가가 되고 나서 장편 계약을 한 다음 어떤 얘기를 쓸지 고민할 때, 항상 공상했던 누군가에게 큰돈을 주는 얘기를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 돈을 줄지 궁리하다가 암호화폐 같은 걸로 해볼까, 그렇게 아이디에이션(ideation)이 가지를 뻗었다.”
돈을 주고 싶을 만큼 당신을 포함한 2030세대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얘긴가.
20대 때 항상 월급날이 다가오면 누군가 100만원만 주면 진짜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전달 월급이 거의 떨어져서다. 집에 금 같은 거 없나 뒤져본 적도 있다. 살 집을 구할 때는 더 큰 돈이 필요하다. 결혼하고 나서는 더 넓은 집이 필요하니까 1억만 있으면 딱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항상 했다. 작가의 말에 ‘다해와 친구들에게 3억씩 나눠주는 이야기’라고 썼는데, 저희 세대가 전체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4050세대도 젊었을 때는 돈이 없었다.
“지금은 경제 전체가 하강곡선에 있잖나.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겠지, 열심히 해서 돈을 모으면 삶이 나아지겠지, 그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그래서 기댈 곳은 암호화폐뿐인가.
“그렇지 않을까. 착실하게 회사에서 버텨 어디까지 올라가고 급여가 늘고 그래서 원하는 미래를 꿈꾸기에는 너무나 턱도 없는 상황이니까. 의식주 중 하나인 주거가 불안정하지 않나. 누군가 암호화폐로 떼돈을 벌어 회사 관뒀다더라 하는 얘기 들으면 진짜 남은 수단은 이거밖에 없나, 할 것 같다.”
소설에서는 비트코인 대신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설정인데.
“소설의 시간 배경인 2017년에 비트코인은 한 개에 몇백만원이었는데 이더리움은 1만~2만원대였다. 소설의 인물들이 훨씬 접근하기 쉬울 것 같은 느낌이어서 이더리움을 택했다.”
현재 암호화폐 열풍에 중앙집권적 금융시스템에 대한 저항의식도 있다고 보나.
“소설 인물들은 처음에는 기술적 혁신에 관심 갖다가 나중에는 신경 안 쓴다. 그냥 삶을 점프시킬 수 있는 기회일 뿐이다. 나도 기술적인 자세한 건 모른다. 2030 투자자 가운데 기술적 이해에 계속 신경 쓰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소설 속 이더리움 투자자들은 사이비 종교집단 같다. 가격이 폭락할 때 창시자인 비탈릭이 레터를 공개하자 팔지 않고 버틴다.
“맞다. 그런 거다. 나중에는 도사에게 점도 치잖나. 팔지 말지를 물어본다. 암호화폐를 오늘보다 좋지 않은 미래를 뛰어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세태를 그런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암호화폐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그런 걸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얘기도 없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인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결국 해피엔딩이어서 투자를 부추기는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더 큰 돈 번 사례들이 현실에 이미 있지 않나.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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