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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선뵈’인가 ‘선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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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독자분께서 질문해 오셨다. 신문 제목에 나온 ‘~작품 선봬’라는 표현에서 ‘선봬’가 잘못된 말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선뵈’가 맞는 것이라 확신하는 듯했다. ‘선뵈’가 맞는 말이라면 질문이 아니라 지적이 된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언뜻 봐서는 ‘선뵈’가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선봬’는 어딘지 모양이 아닌 듯싶다.

‘선뵈다’가 ‘선뵈고, 선뵈니, 선뵈면’ 등으로 활용되는 것을 생각하면 ‘선봬’도 ‘선뵈’가 아닌가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선뵈다’는 어간 ‘선뵈’로만 말이 끝날 수가 없다. ‘먹다→먹어, 예쁘다→예뻐, 우습다→우스워’에서 보듯 종결어미인 ‘-어’를 추가해야 한다. ‘선뵈다’ 역시 어간인 ‘선뵈’에 ‘-어’를 덧붙이면 ‘선뵈어’가 되고 이것이 줄면 ‘선봬’가 된다. 따라서 ‘~작품 선봬’에서 ‘선봬’는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영어로 한 말을 한번 옮겨 보자. 그는 재치 있으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소감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브래드 피트, 드디어 (만나 뵈/만나 봬) 반갑습니다. 우리가 영화를 찍을 때 어디에 계셨나요”였다. 여기에서도 정답은 ‘만나 봬’다. 이때도 ‘뵈다’의 어간인 ‘뵈’가 홀로 쓰이지 못하고 연결어미인 ‘-어’를 추가해야 한다. ‘뵈+어 → 뵈어 → 봬’가 되는 것이다.

문제 하나 더. 헤어질 때 많이 쓰는 “내일 (뵈요/봬요)”는 어느 것이 맞을까? 이 역시 ‘뵈다’의 어간 ‘뵈’에 ‘-요’가 바로 붙지 못하고 ‘어’를 추가해야 한다. 즉 ‘뵈+어+요’ 형태가 되고 ‘뵈어요’가 줄어 ‘봬요’가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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