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바루기] ‘갱의실’은 ‘탈의실’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다음 중 ‘갱의실’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실 ㉡탈의실

아마도 ‘㉠강의실’을 고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원래 ‘강의실’인데 ‘강’에 ‘ㅣ’ 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나면서 ‘갱의실’로 발음하게 된 것이라는 풀이와 함께 흐뭇하게 ㉠을 골랐을 수도 있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문법적 설명임은 분명하나 정답은 ‘㉡탈의실’이다.

‘갱의실(更衣室·경의실)’은 한자어로,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한글세대에게는 어려운 용어다. 같은 한자어이긴 하지만 ‘탈의실’이 훨씬 쉬운 말이다.

문제 하나 더. 다음 중 ‘부전지’가 뜻하는 것은? ㉠건전지 ㉡쪽지

‘전지’ 때문에 ‘㉠건전지’를 고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답은 ‘㉡쪽지’다. 부전지(附箋紙)는 간단한 의견을 적어 덧붙이는 쪽지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단어가 어렵게 다가오는 것은 일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법률·행정용어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법률·행정용어에는 예찰검사(→현장검사), 제연경계벽(→연기차단벽), 장방형(→직사각형), 보파(→씨를 더 뿌림) 등 지극히 어려운 한자어가 수두룩하다.

익일(→다음날), 금일(→오늘), 익월(→다음달), 시말서(→경위서), 사양서(→설명서), 노임(→임금), 견습(→수습), 가도(→임시도로), 견출지(→찾음표)  등과 같은 일본식 용어도 적지 않다.

이처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법률·행정용어는 국민의 이해력을 떨어뜨리고 접근권을 제약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법률·행정용어와 정책용어 등 공공언어를 쉬운 말로 바꿔 쓰자는 내용의 글을 월요일자에 연속해 싣는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