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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안철수 한밤 회동···일각선 "安 대선출마 무게 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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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대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28일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원내대표 임기를 마무리하며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1.4.28 오종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원내대표 임기를 마무리하며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1.4.28 오종택 기자

주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표 임기를 마무리하는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저에게 연락이 왔다. 빠르면 오늘, 늦으면 내일 중에라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정을 맞추는 중인데, 아마 내일 만날 것”이라며 “처음 (논의를)시작한 분이니까 사람으로서 도리로 다음 원내대표가 아니라 주 권한대행과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맞다”고 화답했다.

다만 주 권한대행은 합당 방식에 대해선 진통을 예고한 상태다. 주 권한대행은 기자회견에서 “정당법상 방법이 신설합당이 있고 흡수합당이 있는데, 당명ㆍ로고ㆍ정강정책을 바꾸는 신설합당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만약 (국민의당이)그런 방식을 고집한다면 우리 당은 전당대회를 마치고 나서 새 지도부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 당명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하는 ‘흡수합당’은 빠르면 3일에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당이 ‘원칙있는 통합’을 강조하며 당 대 당 통합(신설합당)을 시사한 만큼 양당 간 합당 논의는 국민의힘 새 지도부 선출 후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신설합당의 형태를 취하려면 당명도 바꾸고 정강정책과 당헌에 중도실용, 공정, 국민통합 등의 메시지가 들어가야 한다”며 “합당 시기는 아마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로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해 일각에선 “안 대표가 다시 대선 출마에 무게를 두면서 합당 문제 등을 시간을 갖고 논의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현장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장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늦게 안 대표와 직접 만나 통합 시기와 방법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안 대표는 당원들이 신설 합당을 원한다는 뜻을 전했고 주 권한대행 역시 그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 권한대행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논의 내용은 내일 오전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오늘 회동에서 합당 조건 등에 대한 진척된 논의가 있었다. 이에 내일 합당 원칙에 대해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 권한대행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 “그런 일은 거의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임기 중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지도체제 문제가 불거졌을 때 김종인 박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온 것”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 최근 자신을 겨냥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와 작당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선 “억울하다. 왜냐하면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라고 반박했다. 주 권한대행은 “안 대표를 ‘디스’하지 말아달란 요구를 의원들로부터 많이 받아서 그 뜻을 한두 번 전하고, 오세훈 후보가 ‘(단일화)여론조사 방법을 합의했으니 받아들여달라고 전해달라’ 부탁해서 그걸 몇 번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나라가 잘 되는 일, 민주당의 집권연장을 막는 일에 힘 합치고 앞장서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선 “ 대통령이 퇴임 이후 안전을 보장받는 유일한 길은 민심을 따르는 것”이라며 “내로남불을 벗어나 국민의 뜻에 무릎을 꿇으면 국민이 지켜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권한대행은 지난해 5월 8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180석이라는 거여(巨與)에 맞서는 암흑기 원내 수장을 지냈다. 특히 지난해 원 구성 협상에서 18개 상임위원장 직과 야당 몫 국회부의장 직까지 포기하며 협상의 배수진을 쳤다. 이후 당내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왔어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가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기도 했다. 이날도 주 권한대행은 “후회한단 표현은 맞지 않지만 상임위원장직을 가져왔다면 국회 운영이 지금과 달랐을까 하는 생각은 해본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받지만 “협상ㆍ소통 등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는 당내 비판도 적지 않다. 한 초선의원은 “의총이나 회의가 있을 때도 의원들이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 권한대행은 현재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원내대표 선거가 30일에 열리는데, 제 임무수행 중에는 딴 생각을 일체 하지 않겠다. (임기가)끝나고 나면 주위 의견을 들어 의견을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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