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대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28일 말했다.
주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표 임기를 마무리하는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저에게 연락이 왔다. 빠르면 오늘, 늦으면 내일 중에라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정을 맞추는 중인데, 아마 내일 만날 것”이라며 “처음 (논의를)시작한 분이니까 사람으로서 도리로 다음 원내대표가 아니라 주 권한대행과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맞다”고 화답했다.
다만 주 권한대행은 합당 방식에 대해선 진통을 예고한 상태다. 주 권한대행은 기자회견에서 “정당법상 방법이 신설합당이 있고 흡수합당이 있는데, 당명ㆍ로고ㆍ정강정책을 바꾸는 신설합당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만약 (국민의당이)그런 방식을 고집한다면 우리 당은 전당대회를 마치고 나서 새 지도부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 당명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하는 ‘흡수합당’은 빠르면 3일에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당이 ‘원칙있는 통합’을 강조하며 당 대 당 통합(신설합당)을 시사한 만큼 양당 간 합당 논의는 국민의힘 새 지도부 선출 후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신설합당의 형태를 취하려면 당명도 바꾸고 정강정책과 당헌에 중도실용, 공정, 국민통합 등의 메시지가 들어가야 한다”며 “합당 시기는 아마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로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해 일각에선 “안 대표가 다시 대선 출마에 무게를 두면서 합당 문제 등을 시간을 갖고 논의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주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늦게 안 대표와 직접 만나 통합 시기와 방법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안 대표는 당원들이 신설 합당을 원한다는 뜻을 전했고 주 권한대행 역시 그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 권한대행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논의 내용은 내일 오전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오늘 회동에서 합당 조건 등에 대한 진척된 논의가 있었다. 이에 내일 합당 원칙에 대해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 권한대행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 “그런 일은 거의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임기 중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지도체제 문제가 불거졌을 때 김종인 박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온 것”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 최근 자신을 겨냥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와 작당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선 “억울하다. 왜냐하면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라고 반박했다. 주 권한대행은 “안 대표를 ‘디스’하지 말아달란 요구를 의원들로부터 많이 받아서 그 뜻을 한두 번 전하고, 오세훈 후보가 ‘(단일화)여론조사 방법을 합의했으니 받아들여달라고 전해달라’ 부탁해서 그걸 몇 번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나라가 잘 되는 일, 민주당의 집권연장을 막는 일에 힘 합치고 앞장서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선 “ 대통령이 퇴임 이후 안전을 보장받는 유일한 길은 민심을 따르는 것”이라며 “내로남불을 벗어나 국민의 뜻에 무릎을 꿇으면 국민이 지켜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권한대행은 지난해 5월 8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180석이라는 거여(巨與)에 맞서는 암흑기 원내 수장을 지냈다. 특히 지난해 원 구성 협상에서 18개 상임위원장 직과 야당 몫 국회부의장 직까지 포기하며 협상의 배수진을 쳤다. 이후 당내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왔어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가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기도 했다. 이날도 주 권한대행은 “후회한단 표현은 맞지 않지만 상임위원장직을 가져왔다면 국회 운영이 지금과 달랐을까 하는 생각은 해본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받지만 “협상ㆍ소통 등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는 당내 비판도 적지 않다. 한 초선의원은 “의총이나 회의가 있을 때도 의원들이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 권한대행은 현재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원내대표 선거가 30일에 열리는데, 제 임무수행 중에는 딴 생각을 일체 하지 않겠다. (임기가)끝나고 나면 주위 의견을 들어 의견을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