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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높이 3m, 구례 화엄사 17세기 목조삼신불 국보 된다

중앙일보

입력

28일 문화재청이 국보로 지정 예고한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 왼쪽부터 석가여래불-비로자나불-노사나불 순서다. 화려한 연꽃 대좌(부처가 앉는 자리)와 팔각형 목조대좌에서 결가부좌하고 있다. [사진 문화재청]

28일 문화재청이 국보로 지정 예고한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 왼쪽부터 석가여래불-비로자나불-노사나불 순서다. 화려한 연꽃 대좌(부처가 앉는 자리)와 팔각형 목조대좌에서 결가부좌하고 있다. [사진 문화재청]

임진왜란 당시 불탄 구례 화엄사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대웅전에 봉안한 목조삼신불좌상이 국보가 된다. 17세기에 만들어진 이 3구의 불상은 불교경전에 명시된 석가‧비로자나‧노사나로 구성된 삼신불(三身佛)이다.

임진왜란 뒤 불탄 화엄사 재건과정에 조성 #제천 황강영당 '송시열 초상'은 보물 예고

문화재청은 28일 보물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불삼신불좌상’을 국보로, ‘울진 불영사 불연’을 비롯해 ‘완주 송광사 목조석가여래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 일괄’, ‘송시열 초상’ 등 3건을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2008년 보물로 지정된 데 이어 이번에 국보가 되는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은 모두 3m가 넘는 초대형 불상이다. 1635년(인조 13년) 당시 유명한 조각승인 청헌과 응원, 인균과 이들의 제자들이 제작했다. 앉은 순서상 왼쪽부터 석가여래불-비로자나불-노사나불 순서다. 화려한 연꽃 대좌(부처가 앉는 자리)와 팔각형 목조대좌에서 결가부좌하고 있다. 거대한 규모와 더불어 단순하면서도 선이 굵게 처리된 조각솜씨로 인해 중후한 느낌이다.

이 같은 삼신불은 화엄사상에 기반한 것으로 변상도(變相圖, 불교 경전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나 사경(寫經, 손으로 베낀 경전) 등에는 종종 보이지만, 조각품으로는 화엄사 사례가 유일하다. 최근 발견된 삼신불의 복장유물 등 관련 기록에 따라 임진왜란 때 소실된 화엄사를 재건(1630∼1636)하면서 삼신불을 제작한(1634∼1635) 과정과 후원자, 참여자들의 실체가 확인됐다.

28일 국보로 지정 예고된 17세기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전체). [사진 문화재청]

28일 국보로 지정 예고된 17세기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전체).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17세기에 제작된 목조불상 중 가장 크고, 조각으로 삼신불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불교조각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중요하며, 예술·조형적 수준도 조선 후기 불상 중 단연 돋보이므로 국보로 지정해도 손색없다”고 평가했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울진 불영사 불연(가마)은 1670년(현종 11년) 화원으로 추정되는 광현, 성열, 덕진 등이 참여해 조성한 2기의 불교의례용 가마다. 지금까지 알려진 약 20기의 조선 후기 가마 중 형태가 가장 온전하다. 불교목공예의 일종인 불연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주 송광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 일괄은 1656년(효종 7년) 만든 불상으로, 당시 제작된 나한상 중 수량과 규모 면에서 최대다. 문화재청은 “송광사를 본산으로 활약했던 조각승들의 활동체계와 제작태도, 경향 등을 밝힐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조선 후기 불교조각사에 있어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시열 초상은 조선 중기 정치와 학문에서 뚜렷한 자취를 남긴 성리학의 대가 송시열(1607∼1689)을 그린 18세기 초상화다. 충북 제천 황강영당에 300년 넘게 봉안돼와 그간의 내력이 분명하다. 2012년에 충북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작품 상단에는 '尤庵宋先生 七十四歲 眞'(우암 송선생 칠십사세 초상이란 뜻)이란 화제가 적혀 있어 74세 때 송시열의 모습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성리학의 대가 송시열(1607~1689)을 그린 18세기 초상화다. 충북 제천 황강영당에 300년 넘게 봉안돼 오다 28일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예고했다. [사진 문화재청]

성리학의 대가 송시열(1607~1689)을 그린 18세기 초상화다. 충북 제천 황강영당에 300년 넘게 봉안돼 오다 28일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예고했다. [사진 문화재청]

그림 속 송시열은 회색 사방건(四方巾, 귀퉁이가 네모난 모자)을 쓰고 검은색으로 깃과 소맷부리의 가장자리를 두른 회색 심의(深衣, 유학자가 평상시 입는 옷)를 입은 채 두 손을 맞잡아 소매 속에 넣은 반신상으로 묘사됐다.

문화재청은 “송시열의 초상화는 약 30점이 전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서도 이 작품은 진재해(1691∼1769) 등 당대 최고 초상화가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우수한 사례에 속한다”면서 “국보 ‘송시열 초상’(국립중앙박물관 소장)과 견주어도 수준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작품이라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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