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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AI감염 조류 발견…홍콩 위기감 고조

중앙일보

입력

병술(丙戌)년 새해 벽두부터 홍콩에 조류 인플루엔자(AI)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19일과 26일께 홍콩에서 죽은 채 발견된 까치가 인체에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에 양성반응을 보인데 이어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닭을 먹은 3명이 병원에 격리, 입원됐다.

최근 홍콩의 한 놀이터에서 죽은 구관조 1마리도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홍콩 위생당국의 검사결과 격리 입원자들이 H5N1 바이러스에 음성반응을 보여 AI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설 연휴를 즈음한 잇따른 AI 소식에 홍콩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AI 발생 소식이 이어질 때에도 각종 전염병의 매개지가 됐던 홍콩은 평온함을 유지했다.

홍콩에선 지난 97년과 2001년, 2002년, 2003년 초에 고병원성 AI가 발생, 4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한 바 있고 지난 97년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AI 인체 감염 사례가 홍콩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97년 당시 18명이 H5N1 바이러스에 감염돼 6명이 사망한 적 있고 1999년 및 2003년에도 모두 3명이 감염됐으나 사망자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지난 2004년초부터 2년간 AI 발생이 보고되지 않았었다.

특히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로 엄청난 피해를 본 바 있던 홍콩은 AI 발생이 가져올 수 있는 예상 피해를 체감한 적이 있기 때문에 AI에 극도의 노이로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홍콩 번화가인 침사추이(尖沙咀) 길거리에서 비둘기 한마리가 움직이지 않고 쓰러져 있는 것을 시민들이 발견한 뒤 위생당국에 신고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홍콩은 최근 AI가 잇따르는 중국과 인접해 있는데다 중국에서 가금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고 지형적 밀집성과 닭, 오리를 선호하는 식생활 문화, 철새 경유 도래지의 존재 때문에 AI 발생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에서 AI 발생 사실이 전해질 때마다 즉각 해당 지역 가금류에 대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홍콩 당국은 입원자 3명이 중국에서 밀반입된 닭을 먹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농장 반경 5㎞안의 모든 닭을 도살했다.

홍콩 정부는 또 AI 경보상황을 경계단계에서 위험 단계로 올려 2일부터 마이포(米浦) 자연습지대 보호구역을 폐쇄시키고 홍콩공원, 웬롱(元朗)공원, 홍콩 동식물원, 구룡(九龍)공원 등 4곳의 관조(觀鳥)대를 잠정 폐쇄했다.

중문대 미생물학과 천지상(陳基湘) 교수는 "일련의 상황은 홍콩이 AI 위기에 매우 근접해 있다는 반증"이라며 "참새, 비둘기 등을 만지지 말고 죽은 새를 발견하면 당국에 즉각 신고하는 등 경각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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