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허리디스크'…치료와 예방 요령

중앙일보

입력

얼마 전 가수 에릭(본명 문정혁)이 드라마 촬영 도중 사고를 당해 강남의 한 척추전문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은 뒤 이 질환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밀 검사결과 그는 '요추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됐다.

그는 이번 사고 이전에도 몇 차례 허리를 삐끗한 적이 있어 그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요추 추간판 탈출증'은 비단 연예인 만의 얘기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척추 질환 중 하나다. 명절 때 한 자세로 장시간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거나, 차례상을 준비하느라 하루 종일 허리를 굽힌 채 일했다는지, 구부정한 자세로 오랫동안 고스톱을 쳤을 때도 나타날 수 있는 게 바로 이 질환이다.

◇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란?

요추 추간판 탈출증은 일반인들이 흔히 말하는 '허리디스크'를 의미한다. 허리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 중심부에 있는 말랑말랑한 젤리 형태의 수핵이 질긴 테두리인 '섬유테'를 뚫고 빠져 나와 생기는 가장 흔한 디스크 질환이다.

쉽게 말하자면 척추 뼈 사이에서 쿠션처럼 충격을 흡수해야 할 디스크가 제 자리를 벗어나게 되고 이것이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에 압박을 주게 되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식이다.

허리디스크는 2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디스크에 퇴행성 변화가 오는 시기인 데다 활동성이 많아 부상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일과 중에 허리 굽힘이 잦거나 비틀기가 필요한 작업환경, 무거운 물건을 밀고 당기거나 나르거나 또는 장시간 앉아서 일해야 하는 직업, 잘못된 생활습관과 자세 등이 디스크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이치다.

디스크 초기 단계에는 증상이 없을 수도 있지만 섬유테의 바깥 층에 손상이 가면 허리가 먼저 아프게 되고 이어 둔부와 다리에 통증이 온다. 디스크가 더 많이 빠져 나와 척추 신경이 눌리면 다리의 감각이 둔해지고, 발목이나 발가락 힘이 약해지며 마비가 오기도 한다.

◇ 학생 때 바른 자세가 중요

디스크 탈출증은 주로 학생을 중심으로 청년층에서 많이 발견되는 추세다. 불량한 자세가 척추뼈를 S자가 아닌 일자로 펴지게 하고, 이 때문에 디스크가 조금씩, 꾸준히 밀려나오게 된다.

실제로 10~20대의 디스크 탈출증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약 90%에서 불량자세가 생활화 돼 있다. 대부분은 엉덩이를 의자 끝에 걸치고 반쯤 누운 자세로 앉거나 한쪽 팔을 책상에 기대고 엎드리듯 무게를 실어 앉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운동 부족도 중요 요인이다. 운동부족은 허리 근육과 인대를 약하게 해 디스크를 충분히 지지해 주지 못하게 한다. 때문에 무게의 압박이나 외부충격이 발생했을 때 디스크가 탈출하는 것을 막을 수 없어 디스크 탈출증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은 디스크 통증을 가속화하는 원인이다. 빠져 나온 디스크를 몸무게가 눌러 신경을 압박하게 되면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 치료

만약 허리디스크가 의심된다면 병원에서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척추조영술, 자기공명술(MRI)을 통해 쉽게 질환을 확진할 수 있다. 또한 탈출된 디스크에 의한 통증도 적절한 치료로 없앨 수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약 15%의 환자만이 수술 치료가 필요하고 나머지 85%는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만약 디스크가 척추 신경을 심하게 눌러 대소변 기능의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는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지만 이 같은 경우는 요추 추간판 탈출증 환자의 3% 미만에 해당된다.

하지의 근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진행되거나 6주 이상의 꾸준한 재활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비수술적 요법들도 많이 적용되고 있다.

디스크 탈출증의 경우 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 시술이 보편화돼 있다. 이는 관절경으로 직접 디스크를 보면서 레이저로 탈출된 부위를 응고시키는 방법이다.

'디스크 용해술'이라는 치료법도 있는데 이는 '카이모 파파인'이라는 효소를 이용하는 것으로 디스크 내에 정확히 주사를 위치시킨 다음 효소를 이용해 문제를 일으킨 수핵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수핵을 체외로 뽑아내는 방법으로는 '수핵자동 흡입술'도 있다. 뉴클레오톰이란 직경 2㎜의 가는 탐침을 돌출된 디스크의 중앙까지 접근시킨 후 흡입력으로 수핵이 빨려 들어오면 디스크 수핵을 자동으로 절단해 체외로 추출시키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전기 에너지인 고주파를 이용해 통증을 차단하는 방법도 도입돼 있다.

'고주파열응고술'이라고 하는데,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을 고주파 열로 선택적으로 응고시켜 통증을 막는 식이다. 외국에서 잘 알려져 있던 이 치료법은 작년부터 국내에도 도입돼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이밖에 '무중력 감압치료술'이라는 시술법도 있다.

이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항공사들이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 추간판 높이가 증가돼 요통이 해소되고 키가 커지는 현상에 착안해 개발한 장비를 이용한 것으로 국내에서도 이 장비를 이용한 결과 디스크 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비수술적 방법은 젊은 연령층의 환자나, 허리보다 다리의 통증이 심한 환자, 운동 및 감각마비가 심하지 않은 환자, 퇴행성 변화 등이 없는 경우에만 시술할 수 있다. 디스크가 파열됐거나 퇴행성 디스크일 때는 수술을 해야 한다.

척추질환을 조기에 진단하면 수술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기 전에 운동이나 자세 교정만으로 허리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척추전문 시너지병원 김원중 원장은 "척추 추간판 탈출증을 비롯한 대다수 척추질환은 적절한 예방법으로 발생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주의사항을 일일이 지키기는 어려운 만큼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이겨낼 수 있는 튼튼한 허리를 만드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허리디스크 예방을 위한 운동요령

▶산길 걷기

나지막한 산길 걷기는 허리를 강하게 만드는 최고의 운동이다.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4회 정도 실시한다. 양쪽 팔을 보행속도에 맞춰 가볍게 흔들면서 가슴을 펴고 아랫배에 힘을 준 상태로 리드미컬하게 걷는다.

이 때 신발의 선택에도 신경 써야 한다. 슬리퍼나 창이 너무 얇은 신발을 피하고 2~3㎝의 굽과 탄력이 있는 신발이 좋다. 산을 오를 때, 처음에는 천천히(시속 4㎞) 시작해 점차 속도를 높인다. 내려올 때는 터벅터벅 걷지 말고 평소 걸을 때보다 무릎관절을 더 구부린다는 기분으로 가슴을 쭉 편 채 걸어야 한다.

▶물 속에서 걷기

척추 구조물을 강화함과 동시에 유연성을 기르는데 좋은 운동이다. 물이 가슴까지 잠기는 수영장에서 25m구간을 천천히 왕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한쪽 손을 뒤로 올린 다음 팔꿈치 부분을 반대쪽 손으로 잡은 자세를 취하고 걷는다. 50m를 힘껏 달릴 수 있을 때까지 조금씩 속도를 높여가며 운동한다.

▶복근 강화 스트레칭

복근을 강화시키는 운동은 허리뼈의 움직임과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디스크를 보호해 준다. 운동선수 중 상당수가 디스크 질환이 있으면서도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은 운동으로 다져진 복근 덕분이다.

양팔을 나란히 펴고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곧게 뻗어 90도 정도로 올린 10초간 정지한다. 다음에는 약 45도 정도로 내린 후 10초간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약 15도로 다리를 내린 채 10도를 유지한다. 하루 20분 정도만 해 줘도 좋다.

(도움말:시너지병원 김원중 원장, 나누리병원 척추연구소 장일태 원장, 조은병원 배장호 원장)

(서울=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