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눈 찌르고 우는 척 해라" 지적장애인 조롱 복지사의 최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서초동 대법원 내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 내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다수의 동료가 지켜보는 앞에서 지적장애인에게 심한 장난으로 수치심을 유발한 행위는 장애인복지법상 정서 학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지적장애 3급인 A씨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웃음거리로 만들어 학대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로 기소된 사회복지사 B씨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이 장애인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행위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서다.

앞서 서울 용산구의 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B씨는 2018년 3월 A씨의 머리 위에 쇼핑백 끈 다발을 올려놓은 뒤 다른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여러분 A씨 어때요”라고 말하며 조롱하고, A씨 모습을 사진을 찍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A씨에게 스스로 눈을 찌르고 우는 시늉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1ㆍ2심은 “누구든지 장애인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해선 안 된다”며 B씨의 행동이 현행법상 장애인에 대한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은 장애인에 대해 정서적 학대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도 B씨를 유죄로 본 원심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2012년 장애인복지법상 학대 규정이 신설돼 장애인에 대한 ‘신체적ㆍ정신적ㆍ정서적ㆍ언어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이 금지되고 있고, 2015년 법 개정으로 ‘성적 폭력’ 금지가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장애인에 대한 학대 금지 행위가 추가된 것은 장애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인권 신장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은 장애인 A씨가 평소에도 피고인을 무서워했고, 문제가 된 행동 이후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등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B씨 행동이 장애인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에는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