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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빵' 터트린 윤여정의 소감 "아들들 잔소리 덕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저보고 밖에 나가서 일하라고 한 아들들 덕분입니다.”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린 윤여정(74)이 유머러스한 수상 소감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의 웃음을 터트렸다. 또 유럽 사람들이 아시아인의 이름을 마음대로 부르는 모습을 위트 있게 꼬집으며 그야말로 아카데미를 ‘들었다 놨다’ 했다.

브래드 피트의 호명으로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만나서 정말 반갑다.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우리가 영화 찍는 동안 어디에 있었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브래드 피트는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 플랜B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26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EPA=연합뉴스

26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EPA=연합뉴스

윤여정은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고, 제 이름은 윤여정”이라며 “유럽 분들이 제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시는데 오늘은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익숙지 않은 아시안 이름을 편하게 부르는 외국인들의 습관을 기분 나쁘지 않게 꼬집은 셈이다.

이어 “오스카는 TV로만 봤는데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 없다”며 “제가 정신을 조금 가다듬도록 해보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 짓게 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의 배우 이름을 한 명씩 언급하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특히 정이삭 감독을 향해서는 “당신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저의 캡틴이자 감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여우조연상에 오른 배우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5명의 배우 모두 각각 영화의 주인공이며 위너”라며 “어떻게 우리에게 경쟁이 있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오늘 운이 좋았고 미국 사람들이 한국 배우를 환대해준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윤여정은 감사한 인물로 두 아들을 거론했다. 그는 “아들들이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 덕분”이라며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 상을 받았다”고 말하자 시상식은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자신의 첫 감독인 김기영 감독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윤여정은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제 수상을 기뻐해주셨을 것 같다”며 “다시 한번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1980년대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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