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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오늘 오스카 거머쥘까…정이삭 감독 '원픽' 이 장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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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2월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던 순간 정이삭 감독. 딸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던 순간 정이삭 감독. 딸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늘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백미는 역시, 작품상이다.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작품상 후보작 7편의 감독에게 직접 명장면을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에서 특히 초미의 관심사인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의 ‘픽’은 뭐였을까.

오늘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NYT, 작품상 후보 최고 장면 질문에 #“시골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장면 #가족 구성원의 세가지 시선 담아”

정 감독은 NYT에 보낸 2분57초 영상 메시지에서 오프닝 신을 꼽았다. 아칸소주 시골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정 감독은 이 장면을 세 가지 관점에서 복합적으로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정착지에 도착한 가족의 다른 시선을 모두 담아내고 싶었다는 것. 그는 “(아빠인) 제이콥에겐 기회의 땅이지만 모니카에겐 오고 싶지 않은 곳이고 아이들은 그저 재미있게 놀 뿐”이라며 “이렇게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게 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족의 구성원들은 모두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며 “그 다른 관점들이 흥미로운 방식으로 수렴되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미나리'의 오프닝 중 한 장면. [사진 판씨네마]

영화 '미나리'의 오프닝 중 한 장면. [사진 판씨네마]

이 중에서도 그가 특히 아끼는 장면은 신이 잔뜩 난 제이콥이 땅의 흙을 만지며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그는 “이 부분을 쓰면서 제이콥을 위한 기쁨과 공감이 (마음 속에서) 솟구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우들과의 교감도 언급했다. 스티븐 연에 대해 정 감독은 “연기를 굉장히 잘해줬다”고 했고 한예리 배우에 대해선 “대사보다는 표정이나 제스처 등으로 메시지를 섬세히 전달해달라는 디렉션을 줬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정 감독의 친척이기도 하다.

NYT는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는지가 그 영화의 톤을 결정한다”며 “정 감독은 이 (오프닝) 장면을 쓰면서 커다란 빈 집에서 이야기가 자라나고, 빈 공간이 희망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화 오프닝 장면엔 정 감독의 '가족'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사진 판씨네마]

영화 오프닝 장면엔 정 감독의 '가족'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사진 판씨네마]

올해 작품상 후보에 오른 8개의 작품 중 ‘미나리’는 NYT가 세번째로 언급한 작품이다. ‘맹크’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NYT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첫번째로 다룬 작품은 앤서니 홉킨스가 주연하고 플로리안 젤러가 감독한 영화 ‘더 파더’로, 기억상실을 겪는 노인을 둘러싼 기억의 파편들을 그린다. 젤러 감독은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 의구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정 감독의 NYT 영상 인터뷰 전문 번역.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리 아이작 정이고 ‘미나리’를 감독했고 각본을 썼습니다. 보시는 건 영화의 첫 장면인데요. 가족이 차를 타고 어떤 땅에 도착을 해서 이동식 주택을 보게 되죠. 

(관객에게) 보여지는 첫번째 인물은 제이콥을 연기하는 스티븐 연이고요, 차에서 내리는 장면이죠. 저는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남자가 마치 말에서 내리는 듯한 느낌이 나오길 바랬습니다. 그 다음엔 한예리가 연기한 모니카가 (자동차인) 스테이션 왜건에서 내리는 장면이 나오고, 그 다음엔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죠. 앨런 김이 연기한 데이비드와 노엘 케이트 조가 연기한 앤입니다. 

영화를 이렇게 세 개의 관점에서 시작을 했는데요, 이건 좀 독특한 도전이었습니다. 아빠의 관점, 엄마의 관점 그리고 아이들의 관점이 있는데, 각자에게 이 새로운 땅은 모두 다른 의미로 다가오지요. 제이콥에겐 기회의 땅이자 약속의 땅이고, 그는 기대감으로 신이 잔뜩 난 상태죠. 반면 모니카는 자기가 원하지 않은 일을 맞닥뜨린 상태에요. 오고 싶지도 않은 곳에 왔고, 집에는 계단도 없는데다가 집은 덩그러니 휑한 곳에 놓여있지요. 그리고 아이들. 얘들은 그냥 재미있게 놀죠. (이동식이라) 바퀴가 달린 집에 처음 온 거니까요. 

저는 이렇게 영화를 독특한 세 개의 다른 관점에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가족이거든요. 가족의 구성원들은 모두 다른 관점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관점들은 굉장히 흥미로운 방식으로 수렴이 되죠. 

이 곳에 도착을 해서 어떤 방식으로 이 곳을 대하는지가 나오는데, 제이콥에게 이 곳은 마법의 땅이죠. 스티븐은 연기를 정말 잘해줬어요. 제이콥이 이 땅을 얼마나 사랑하고 그 땅의 잠재력을 느끼는지를 잘 표현했죠. 제가 각본을 쓰면서 좋아했던 순간은 제이콥이 이 장면에서 허리를 굽혀 땅의 흙을 만지면서 색깔을 보라면서, 좋아하는 부분을 쓸 때였어요. 이 장면을 쓰면서 저는 제이콥을 위한 기쁨과 공감이 솟구치는 경험을 했어요. (한)예리에게 디렉션을 주면서는 이렇게 말했어요. 대사가 아니라 표정과 얼굴, 제스처 등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요. 모든 걸 미묘하고 섬세하게 해달라고 했죠. 두 아이들에겐 그냥 나가서 재미있게 놀라고 했어요. 연기가 아니라 그냥 아이들처럼 말이죠.”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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