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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엄마의 유익균 물려받고 나온 아기, 모유 오래 먹으면 면역력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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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면역 오해와 진실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은 출산과 동시에 만들어진다. 안전했던 엄마 배 속과 달리 출산 직후부터는 자기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자궁 밖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각종 세균·바이러스에 격렬하게 맞서 싸운다. 인체 장(腸) 면역력의 핵심인 마이크로바이오옴도 이 시기부터 만들어진다. 특히 생후 첫 일주일은 인생에서 가장 역동적이면서 급격한 생물학적 변화를 경험한다. 신생아 면역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봤다.

O. 자연 분만이 신생아 초기 면역력 형성에 유리하다

그렇다. 신생아의 첫 면역력은 출산 과정에서 결정된다. 어떤 방식으로 출산하느냐에 따라 태아가 처음 접촉하는 장내 미생물이 달라서다. 자연 분만으로 출산할 때 태아가 산도를 통과하면 락토바실러스·비피도박테리움 등 엄마의 유익한 장내 세균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 일명 세균 샤워다. 아기의 몸속에 경쟁할 다른 미생물 군집이 없어 유익균이 안정적으로 정착한다. 반면에 자궁에서 태아를 직접 꺼내는 제왕절개로 분만하면 이런 과정이 생략된다. 장내 유익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채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201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동 연구팀이 분만 방식에 따른 신생아의 장내 미생물 구성을 분석했더니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는 자연 분만 신생아보다 유익균 비중이 작았고, 장내 미생물 다양성도 낮았다. 제왕절개를 통해 낳은 아이는 알레르기·천식·장염 등 장내 미생물과 관련된 질환에 더 취약하다는 보고도 있다.

X. 임신했을 땐 독감 백신도 접종하면 안 된다

아니다. 태아의 건강과 면역을 위해 더 접종해야 한다. 임신했을 때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드물지만 유산·조산 가능성도 존재한다. 면역체계가 불완전한 영유아는 독감에 걸리면 폐렴·중이염 등으로 악화하기 쉽다. 그런데 생후 6개월 미만일 때는 너무 어려 독감 백신 접종이 불가능하다. 임신부 독감 백신 접종을 권하는 이유다. 모체를 통해 만들어진 항체가 태반으로 이동해 태아에게 전달된다. 엄마의 백신 접종으로 아기도 독감 백신 항체를 갖고 출생한다. 독감 백신의 접종 효과는 출생 후 최대 6개월가량 지속한다.

O. 모유 수유 기간이 길수록 영유아 비만 위험이 적다

신생아 면역을 책임지는 장내 미생물의 분포 차이 덕분이다. 모유는 신생아의 장 면역력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엄마의 영양 상태, 신체 조건, 주변 환경, 수유 시기, 저장·착유 방법 등에 따라 모유의 영양·구성 성분이 달라진다. 질 좋은 모유는 비피도박테리움 등 유익한 장내 미생물을 아기에게 물려주고 증식·정착을 자극해 공생을 유도한다. 동시에 유해균이 장 상피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방해한다. 모유가 신생아의 초기 장내 미생물 균형 유지에 기여한다는 의미다. 모유 대신 분유를 먹이면 12개월 이상 모유를 먹은 아기는 면역 매개 질환 중 하나인 비만 위험이 적다는 연구도 있다.

X. 신생아 때 처음 만들어진 장내 미생물 군집은 평생 유지된다

아니다. 장내 미생물은 식습관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엄마로부터 전달받아 아기의 장에 정착한 초기 장내 미생물은 이유식을 먹으면서 서서히 바뀐다. 먹는 음식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도 증가한다. 출산 방식이나 모유 수유 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였던 신생아의 장내 미생물 분포는 돌 전후를 기점으로 비슷해진다. 생후 36개월엔 장내 미생물 분포가 성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안정화된다. 다만 아직 초기에 정착했던 신생아의 장내 미생물과 건강의 상관관계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통해 유익균을 더 많이 물려받은 아기는 비만·천식 발생률이 낮다.

X. 어릴 땐 항생제를 먹이고 빨리 낫는 게 면역력 회복에 유리하다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을 말살하는 핵폭탄이다. 유익균이든, 유해균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죽인다. 특히 장내 생태계 조성이 활발한 생후 24개월 이내 영유아기의 항생제 사용은 성인보다 더 치명적이다. 처음 항생제를 투여한 나이가 어리고 투약 기간이 길수록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감기·중이염·부비동염 등이 잘 낫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생제를 자주 먹이면 장내 미생물 균형이 즉시 파괴된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도 급격히 떨어지면서 염증성 장 질환, 비만 등을 유발하는 유해균인 후벽균(Firmicutes) 중심으로 단순해진다. 항생제로 한 번 파괴된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6개월이 지나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다.

도움말=김경순 한국의과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오옴센터 책임연구원, 김영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최진화 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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