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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만명 확진자 데이터 분석, 생활 밀착형 방역 재설계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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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호 04면

[SUNDAY 인터뷰] 강대희 서울대 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장

사실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시작됐다. 최근 1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667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 기준에 따르면 2.5단계 범위에 속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거리두기 격상보다는 검사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 방역 피로감과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코로나 4차 유행 비상 #5인 이상 집합금지 강제 방역 한계 #감염 상황 따져 맞춤형으로 전환 #대통령이 솔직하게 백신 상황 공개 #정부, 기업 차원 백신 확보 도와야

감염 만성화와 방역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20일 중앙SUNDAY와 만난 강대희 서울대 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장(예방의학)은 “11만 명 확진자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방역 지침을 과학적으로 새롭게 정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나 저녁 10시 이후 모임 금지 등 강제 방역 대신 국민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생활 밀착형 방역을 재설계해 나들이 시기와 겹친 4차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장은 지난 20일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11만 명 확진자 데이터를 근거로 한 방역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나윤 기자

강대희 서울대 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장은 지난 20일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11만 명 확진자 데이터를 근거로 한 방역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나윤 기자

확진자 발생 추이로 봐선 방역 강화가 필요한 것 같은데.
“필요하지만 기존의 거리두기 단계 상향이나 집합금지 강화 방법으로는 안 된다. 지난 14개월간 국민의 피로도가 너무 쌓여가고 있고 일상 현장에서 국민이 느끼는 방역의 효율성도 많이 떨어지고 있다. 이제라도 11만명 확진자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감염이 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인공지능기술이나 기계학습 방법을 사용하여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국민도 수긍하고 방역 지침을 따를 수 있을 것이다.”
과학 방역이란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보면 알겠지만 출퇴근 시 지하철이나 버스만큼 초 밀접, 초 밀폐된 공간도 없는데 정작 지하철 감염과 버스 감염은 0건이다. 여기서 얻는 중요한 메시지는 4명이냐 5명이냐 혹은 카페냐 지하철이냐가 아니라 상시 마스크 착용 여부가 감염에 핵심이라는 뜻이다. 확진자 발생 특징별로 시간, 장소, 성별, 연령별로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방역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집단감염 발생했으니 ‘무조건 금지’하는 방식으로는 방역을 더는 끌고 갈 수 없다.”
처음부터 데이터 기반의 방역 지침을 세우지 못한 이유는.
“작년부터 꾸준히 제언해왔지만 질병관리본부청을 포함해 방역에 참여하고 있는 인력의 피로도가 너무 높은 상태다. 당장 방역 현장에 투입되기도 급급한데 분석하고 공부하고 정책 마련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 분석은 데이터 분석가들이 해야 할 일이다. 가령 코로나 종합정보센터를 만들어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방역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방역을 엄격하게 하면 소상공인 피해는 불가피해 보이는데.
“노래방이나 식당이 대표적으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영업소다. 노래방이 감염에 위험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대부분 지하에 있으면서 환기가 안 되고 밀폐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부는 노래방이 고위험시설이라고 낙인찍을 게 아니라 자외선 LED 살균기나 다른 살균 기기를 지원해 업주가 방역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장사할 수 있도록 이끌었어야 한다. 출입자 명부나 실내 거리두기 지침 준수 여부 등 규제적 방역 정책도 중요하지만, 실내살균 효과가 검증된 설비 등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시급히 검토하여 일부 도입해 보는 것도 해볼 만하다. 시도도 해보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
23일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는 0시 기준 797명으로 106일 만의 최다 규모다. [뉴스1]

23일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는 0시 기준 797명으로 106일 만의 최다 규모다. [뉴스1]

서울시의 자가진단키트 활용 정책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
“자가진단키트는 정확도가 관건이다. 정확도는 코로나 유병률과 정확도 산정에 참여한 연구 대상의 특성에 따라서 차이가 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확도가 검증되지 않은 키트를 현장에 섣불리 투입했다가 이른바 ‘가짜음성’으로 오히려 방역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의심 증상이 있을 때마다 키트를 이용해 수시로 빠르게 검사할 수 있게 되면 조기 선별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의심 증상자들이 숨지 않고 최대한 검사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하는 게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방역 프로토콜이다.”
백신 확보가 원활하지 않다. ‘11월 집단면역’ 가능할까.
“이제라도 대통령이 나서서 백신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얼마나 확보했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11월에는 집단 면역이 생길 테니 괜찮다’라고 계속 이야기만 하니 국민 불신이 쌓이는 것이다. 그리고 백신 확보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국가 행정력으로 안 되면 민간을 활용해서라도 백신을 가지고 와야 한다.”
대통령도 못 가져오는 백신을 일개 기업이 어떻게 확보할 수 있나.
“백신을 만드는 회사는 제약회사다. 특히 모더나는 신생 벤처기업이다. 따라서 기업과 기업이 비즈니스 차원으로 접근해 빅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기업이 국익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고 책임져 주면 훨씬 쉽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체 백신 개발은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백신 개발에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했으면 좋겠다. 국가 백신 개발이니셔티브 (National Vaccine Initiative) 개념으로 정부, 기업, 연구자, 의사 등이 모두 모여 빅텐트를 쳐준다. 아이디어부터 시작해 종류별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을 해야 한다. 국가는 임상에 대한 환자 풀(pool) 확보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국가 연구개발비를 과감하게 투자해 주는 것이다. 작년부터 정부가 백신 개발 나서겠다고 하지만 부처별로 따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파우치 박사와 같이 우리나라도 국가 백신 최고 책임자 (Chief Vaccine Officer)를 임명하여 새로 신설된 방역기획관, 복지부, 과학기술 정통부, 질병청, 식약처 등 관련 정부 부처가 긴밀히 협업하도록 한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정부 활동이나 경비지원만으로는 내년이 돼도 백신 개발이 어려울 것이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강대희 예방의학 전문의로서 2011~2017년 서울대 의과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재임 시절 한국 의대 교육과정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의대 커리큘럼에 의사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수업을 반영해 개편했다. 한국인 최초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역학조사요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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