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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중심 ‘팔이피플’ SNS에 번개 장터, 식품부터 프리랜서까지 ‘공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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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호 08면

공동구매 열풍

#가정주부 송지은(39)씨는 최근 소셜미디어(SNS) 팔로워 수가 4000명을 넘어서면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천혜향 등 과일류를 본인 SNS 팔로워들과 공동구매(공구)를 추진하느라 대기업 비서 근무 시절보다도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 휴직을 거치며 자연스레 경력단절을 겪은 송씨는 우울감 해소를 위해 6개월 전 SNS 활동을 시작했다. 평소 즐겨 이용하던 뷰티 제품과 식자재를 사진 찍어 SNS에 올리자 ‘어느 제품이냐’, ‘어디서 살 수 있냐’는 댓글 문의가 이어졌다. 제품 사용 후기 콘텐트를 제작하며 시작한 송씨의 공구는 ‘1인 쇼핑몰’ 수준까지 규모가 커졌다. 업체와 가격 할인 협상부터 제품 구매자들의 문의 응대와 공구 배송 목록 작성까지 모두 송씨의 몫이다. 송씨는 “업체와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공구 마진을 통해 하루에 최대 500만원도 벌어본 적이 있다”며 “한 달씩 사용해보고 좋은 제품은 마진이 남지 않더라도 개별적으로 공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마켓 시장 빠르게 재편 #‘라방’ 통해 실시간 소통, 주문 접수 #“신뢰, 원활한 유통 확보가 핵심” #특정 분야 커뮤니티 통해 거래 #인테리어·타이어 등 전방위 확산 #교환·반품 어렵고 AS 불편 단점 #해외 공구 땐 수령 2~4주도 걸려

화장품 1만여 세트 ‘라방’ 하루 만에 완판

배우 강예빈씨가 화장품 공동구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그립]

배우 강예빈씨가 화장품 공동구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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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마켓 시장이 소셜커머스에서 인플루언서와 전문 커뮤니티 중심의 공구 방식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존 온라인 소비는 쿠팡, G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이나 개인 쇼핑몰 등을 통한 B2C(업체와 소비자 간 거래) 소비 형태가 절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SNS와 유튜브를 통해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커지고 분야별 전문 마니아층이 생겨나면서 이들이 공구를 통해 주도적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C2C(소비자와 소비자 간 거래) 소비를 이끌고 있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명인의 사용 후기를 통해 검증된 제품을 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구는 제품 업체와 개별 판매자가 협업을 통해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상에서 지역 단위나 몇몇 아는 지인끼리 진행했던 소비 형태였다. SNS 플랫폼 발달로 공구가 온라인으로 활동 전선을 넓히면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떴다방’처럼 공구가 번개 장터 형식으로 진행되거나 식품부터 취미용품, 각종 이용권까지 판매 취급 품목도 각양각색이다. 대다수 판매자는 제품을 써본 후 업체를 찾아가 공구 진행을 제안하지만 반대로 업체가 판매자에게 제품을 협찬하는 방식으로 공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의 SNS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4000명 중 90%(3636명)가 SNS를 이용하며 그중 50%가 공구와 같은 SNS마켓을 통해 쇼핑한다고 밝혔다.

공구는 구매자 확보가 핵심인 만큼 유명 인플루언서 중심으로 이뤄진다. ‘팔이피플(파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이라고 불리는 공구 전문 인플루언서들은 사진과 글 대신 모바일 홈쇼핑 격인 라이브커머스(Live commerce)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홍보에 나선다. SNS나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방송(라방)을 하며 소비자들과 실시간 소통을 한다. 2만여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김태현(37)씨는 지난달 라이브 방송으로 화장품 1만여 세트를 하루 만에 모두 완판했다. 그는 홈쇼핑 MD 7년 경력을 살려 현재 SNS에서 전업으로 뷰티와 다이어트 관련 제품 공구를 이끌고 있다. 김씨는 “최근 2년 사이 급격하게 온라인 공구가 늘고 셀러(판매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려는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팔로워도 중요하지만 업체와 소비자 간의 신뢰, 원활한 유통 확보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이은영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이은영 gaga@joongang.co.kr

특정 분야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의 공구도 활발하다. 리빙 인테리어 전문 플랫폼 ‘오늘의집’ 커뮤니티에는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이용자들이 본인의 집안 모습을 보여주며 쇼파, 테이블 등 가구부터 벽지, 마감재 등 인테리어 소품에 대한 공구를 띄운다. 구매자의 집안 환경에 따라 맞춤형 제작 주문도 받는다. 인테리어와 가전, 가구를 통째로 공구하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예비 입주자 모임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단지 차원으로 삼성, LG, 에몬스 등 대형 가전, 가구 브랜드들과 협약을 맺고 사실상 집안 꾸미기를 대신 해준다.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 역시 타이어, 엔진오일 등 자동차 부품부터 전동 드릴 등 남성 소비자가 주로 찾는 생활용품에 대한 공구 실시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 인력도 공구 타깃이 되고 있다. 프리랜서 구인·구직 플랫폼 ‘크몽’이 대표적이다. 취업 자기소개서 첨삭, 유튜브 편집자, 일러스트 등 몇몇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경력과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며 일정 건수 이상의 업무 의뢰가 들어오면 제시한 금액보다 가격을 낮춰 일감을 받는다. 이를테면 포토샵 일러스트 작업 1건당 3만원이지만 특정 시간 또는 기간 내에 5건 이상 주문이 들어오면 2만 5000원으로 할인해준다.

프리랜서, 특정 기간 내 의뢰 땐 할인도

대구에서 반려동물용 의류를 제작하고 있는 4년 차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수정(32)씨는 “다분히 홍보 차원에서 공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프리랜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큰 수익을 올리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른바 ‘공구족’들은 가격 때문에 공구에 참여하는 것만은 아니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을 쉽게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원에 사는 회사원 이용후(29)씨는 “자동차 모델 중 ‘크루즈’를 타고 있는데 국내 온·오프라인에서 부품 구매가 어렵다”며 “카페 회원끼리 공구를 통해 해외에서 부품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구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해외 직구 제품의 경우 수령하기까지 평균 2~4주가 걸린다. 교환이나 반품도 쉽지 않다. 판매자는 판매 권한만 있을 뿐 제품 하자 문제나 AS 등에 관해선 소비자가 업체와 직접 소통해야 할 때가 적지 않다. 할인 가격이라며 속여 판매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아파트 입주민 대상으로 공구를 통해 양념갈비 등 육류를 판매하고 있는 정태열(29) 미트라인 마케팅 담당자는 “일부에선 평상시 1만원짜리 제품을 공구를 앞두고 1만1000원으로 올린 뒤 1만원으로 할인하는 식으로 소비자를 속이기도 한다”며 “이런 악덕 상술 때문에 정직하게 공구를 진행하는 다른 업체들의 이미지까지 깎아 먹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김나윤 기자, 원동욱·오유진 인턴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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