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품권 등 반값에 판다더니 배송 미뤄…공구 업체 180억대 사기

중앙선데이

입력 2021.04.24 00:20

업데이트 2021.04.24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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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호 08면

공동구매 열풍 

SNS 공동구매 피해

SNS 공동구매 피해

“처음에는 분유·기저귀 등이 시중가보다 50~60% 저렴해서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2019년 골드바·상품권·주유권 등을 팔기 시작하면서 배송이 늦어지는 경우가 잦아졌어요. 그래도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좀 오래 걸리기는 해도 정식 보증서가 붙은 금을 받았고, 중간에 환불을 요청하면 잘 돌려줬거든요. 배송이 1년 가까이 지연됐을 때는 1.5배를 상품권으로 받기도 했어요. 그러다 지난해 말 운영자가 잠적하면서 사기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SNS 공동구매 피해 속출
분유·기저귀 싸게 넘기며 꾀어
고가품은 돌려막기 하다 잠적
사업자 등록 등 꼼꼼히 확인을

30대 주부 A씨가 ‘엣지베베’를 비롯한 소셜미디어(SNS) 카카오스토리 기반 공동구매 업체 여러 곳에 빠져들어 총 2억500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 과정이다. 20대 여성 B씨는 “지인 소개로 가입했다가 부모님 돈과 병원비까지 6500만원을 날린 후 직장도 잃고 자포자기 상태”라며 “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해 빚진 피해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 운영자는 2018년부터 SNS에 글을 올려 회원을 모집했다. 육아용품으로 시작한 공동구매는 이후 가전제품·골드바·상품권까지 판매 품목을 넓혔다. 금과 상품권은 배송 기간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3개월 뒤에 받으면 시가의 60~70%, 5개월 뒤에 받으면 40% 정도였다.

배송이 늦어져 단톡방에 불만을 토로하면 운영자가 등장해 ‘코로나로 금값이 급등해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고 변명했다. 현재 피해자 모임에만 987명이 가입해 있다.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법무법인 참진의 이홍걸 변호사는 “담당하는 피해자만 310명 정도에 피해 금액은 180억원에 달한다”며 “지난해부터 새로 유입된 사람들이 입금한 돈으로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강남경찰서에서 운영자에 대한 계좌 추적을 통해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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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구매를 내세운 피해 사례는 한두건이 아니다. 2019년에는 ‘우자매맘’ 카페를 개설해 공구 명목으로 650명에게 100억원을 받아 가로챈 운영자 조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엣지베베와 마찬가지로 분유·기저귀·장난감 등 아이 용품에서 시작해 신뢰를 쌓은 뒤 고가의 가전제품, 상품권·골드바 등 고가의 상품 주문을 받고 잠적하는 수법을 썼다. 조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같은 유형의 사기가 아니더라도 유명 브랜드 의류나 신발을 공구한 다음 ‘짝퉁’ 제품을 보내거나, 미세모 칫솔 신제품을 개발해 배송한다고 자금을 모은 뒤 중국에서 300원에 팔리는 제품을 2500원에 배송하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존재한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SNS 플랫폼인 네이버 카페·블로그, 카카오스토리·카카오톡,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뤄진 상거래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3960건에 달했다. 피해 유형 중에는 ‘배송지연·미배송’이 2372건(59.9%)으로 가장 많았다. 구입일로부터 1년이 지나도록 제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다음으로 계약해제·청약철회 거부 775건, 품질 불량·미흡 278건, 폐업·연락두절 229건 순이었다.

이런 피해를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SNS가 전자게시판이지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단톡방 등을 통해 이뤄지는 매매나 중고 거래를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은 “다양한 이용자가 복잡한 경로로 거래하는 SNS 플랫폼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SNS 플랫폼의 거래 관여도 및 역할에 따른 책임 규정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 공구 사이트 관계자는 “일부 사기꾼 때문에 정식 판매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식 홈페이지, 사업자 등록, 판매업 신고 등을 확인해야 사기 피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창우 기자, 윤혜인 인턴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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