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이 윤 교수에게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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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가 미국 피츠버그대 김선종 연구원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 국정원 직원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양대 의대 윤현수 교수가 지난달 중순 김 연구원 아버지에게 준 2만 달러는 국정원 직원이 황 교수 측으로부터 받아 윤 교수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28일 '국정원 직원의 황우석 교수 돈 전달' 보도 관련 입장 자료에서 "황 교수 연구팀에 대한 경호 지원 차원에서 파견된 (우리) 직원이 단순히 황 교수의 심부름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우리 직원은 사적인 심부름을 했을 뿐이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정원은 SBS가 27일 "김선종 연구원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 국정원 직원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하자 "사실무근이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부인했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돈을 전달한) 이 직원은 황 교수 경호 차원에서 파견된 운전기사이며, 심부름을 하긴 했으나 그 안에 돈이 들었는지는 몰랐다고 해서 상황 파악이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양대 윤 교수는 이날 한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에서 황 교수 측이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 교수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배양했다'는 김선종 연구원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라면 김 연구원 모르게 황 교수팀의 누군가가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로 바꿔치기해 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줄기세포 '바꿔치기' 같은 터무니없는 일을 황 교수가 언급한 것 자체가 그들(황 교수팀)의 혐의를 더 짙게 한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 측은 김 연구원이 바꿔치기했다며 23일 검찰에 김 연구원을 수사해 달라고 의뢰했었다.

한편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과학진실성위원회(ORI:Office of Research Integrity)를 만드는 방안이 추진된다. ORI는 논문 조작 등의 과학적 부정 사건이 생겼을 때 경위를 조사하고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역할 등을 하는 것으로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28일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과학 분야의 부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ORI를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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