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배민 부회장에 김상헌…IT업계 '법조인 존재감'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말 배민라이더스 센터에 배민 배달 기사용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배민라이더스 센터에 배민 배달 기사용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하 배민)이 김상헌(58) 전 네이버 대표를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정보기술(IT)·스타트업계에 법조인 출신 경영자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21일 IT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올해 초 배민 부회장으로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부터 배민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김 부회장은 배민이 딜리버리히어로(DH)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내부 합류를 결정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사외이사로 있을 때부터 경영상 조언을 많이 했던터라 자연스럽게 부회장으로 합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상헌은 누구?

김 부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법조인 경영자다. 판사 출신(사법연수원 19기)으로 LG그룹 법무팀 부사장으로 일하다 2007년 당시 NHN(지금 네이버)으로 옮겼다. 2009년부터 네이버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8년 여간 '모바일 전환기' 네이버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었다. 김 부회장 재직 시 네이버 매출은 1조 2371억원에서 4조 678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자회사 라인은 미국과 일본 증시에 동시 상장하기도 했다.

김상헌 우아한형제들 부회장. [중앙포토]

김상헌 우아한형제들 부회장. [중앙포토]

배민에선 어떤 역할?

김 부회장은 배민 최고 경영진에 폭넓은 경영 자문을 할 전망이다. 등기이사는 아니지만, 창업자인 김봉진 이사회 의장을 제외하면 배민 내에서 직급이 가장 높다고 한다. 배민 측은 "내부에 회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배민 대표이사는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김봉진 의장은 DH와 세운 싱가포르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 운영을 위해 싱가포르에 체류 중이다.

IT 업계에선 김상헌 부회장의 합류로 배민이 국내 이슈에 좀더 노련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법조인 출신으로 대관·규제 대응 역량을 갖춘데다 소상공인 관련 비즈니스 경험도 풍부하다는 평가. 김 부회장이 네이버 대표로 있던 2008년 네이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포털 분야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봤지만 대법원은 네이버 손을 들어줬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에 있을 때 ‘중소상공인 희망재단’을 만드는 등 관련 비즈니스 경험도 많아 사업모델이 유사한 배민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봉진 의장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세운 싱가포르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 운영을 위해 싱가포르에 체류 중이다. 최근 제2 벤처붐 첼린지 참여를 위해 인증샷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 김봉진 의장 페이스북]

김봉진 의장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세운 싱가포르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 운영을 위해 싱가포르에 체류 중이다. 최근 제2 벤처붐 첼린지 참여를 위해 인증샷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 김봉진 의장 페이스북]

IT업계 늘어나는 법조인 경영자

국내 IT·스타트업계에선 법조인 출신 경영자가 점점 늘고 있다. 신산업에 대한 규제가 많은데다 정부 정책으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에 강한 법조인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사업 초기에는 대형로펌에 법률 자문을 받다가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대관·법률 전문가로 변호사를 영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당시 강한승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경영관리 총괄 대표로 영입했다. 판사 출신인 강 대표는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기업형사 소송을 주로 대리했다. 배민도 지난해 말 역시 김앤장 소속이던 함윤식 변호사를 고객중심경영부문장(부사장급)으로 영입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는 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표를 지냈던 강성 변호사가 수석 부사장으로 있다. 엔씨소프트 정진수 수석부사장(최고운영책임자)도 김앤장 출신 변호사다.

업계 안팎에선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가 많을수록 법률 전문가인 사내 변호사 수요도 함께 늘기 때문이다. 이완근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은 “스타트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해외 대규모 투자 유치가 많아지면서 복잡한 법률 문제를 해결해줄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며 “국내 규제 환경 상 법률 전문가가 필요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관련기사

ㅤ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구독신청 → https://url.kr/fact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