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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사전신청땐 오토바이도 준다…대리·택시 이어 ‘퀵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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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모빌리티 플랫폼이 대리·택시에 이어 ‘퀵서비스’로 진격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등이 자사 플랫폼에 퀵서비스를 추가하기 시작한 것. 약 1조원 규모의 소화물 당일배송 시장이 빅테크의 진출로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오토바이 퀵서비스 배달 기사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오토바이 퀵서비스 배달 기사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무슨 일이야

ㆍ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6일 ‘카카오T 픽커’앱 을 출시하고, 퀵서비스 기사회원 모집을 시작했다. 카카오T 기업회원을 대상으로 우선 시작하는 퀵서비스 ‘카카오T 퀵’에 참여할 기사다. 사전등록하는 기사에겐 오토바이를 주는 등 푸짐한 프로모션 혜택도 준비했다. 이르면 6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ㆍSK텔레콤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도 이달 초 ‘티맵유어퀵’이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퀵서비스 중개 플랫폼용 상표다. 시범서비스를 위해 최근 퀵서비스 기사 사전 모집도 진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검토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퀵서비스이용방식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퀵서비스이용방식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5~6년 전 택시·대리 시장이 딱 이랬다. 이제 퀵서비스 차례인가. 카카오·티맵 등 모빌리티 플랫폼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더뎠던 퀵서비스 시장 재편의 신호탄일지도.

ㆍ카카오는 2015년 카카오택시, 2016년 카카오대리를 출시했다. 현재 카카오T엔 국내 택시기사 25만명 중 23만명이 가입해 있다. 대리기사도 전체 16만명 중 15만명이 카카오T대리에 등록돼 있다. 카카오T 일반 회원 수는 2800만명 이상.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ㆍ플랫폼 등장으로 업계의 지형도는 크게 바뀌었다. ‘운전자-업체-관제프로그램업체’로 구성됐던 대리 중개 시장은 운전자와 이용자를 플랫폼이 직접 연결해주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택시 시장은 배회영업에서 호출영업 위주로 변하는 중이다.
ㆍ퀵서비스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질 전망. 지금은 62.5%가 전화로 퀵을 부르지만, 앞으론 앱이 대세가 될 수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퀵서비스(늘찬 배달업) 회사는 1707개, 종사자 수는 2만1696명이다. 연 매출은 6079억여원. 업계에선 택배와 겹치는 일부 시장까지 합치면 퀵서비스 시장 규모를 약 1조원 안팎으로 본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수요가 많은 기업 소화물 중심으로 우선 운영하지만, 점차 일반 이용자 대상으로도 확장할 것”이라며 “모바일 중심으로 새로운 퀵 수요가 생기면서 시장 파이가 커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시점에선 음식 배달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퀵서비스 기사 등을 모집하는 플랫폼 카카오T픽커를 지난 16일 출시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는 퀵서비스 기사 등을 모집하는 플랫폼 카카오T픽커를 지난 16일 출시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모빌리티 회사가 웬 퀵?

① 소비자 불만 : 87.3%. 화물 운송 플랫폼 로지스팟이 지난해 기업 퀵서비스 이용자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한 결과 '불만족' 응답자 비율이다. 이용 내역 데이터 관리가 안 되고, 같은 거리라도 비용이 업체마다 제각각이며, 현재 어디쯤 있는지 알 수 없는 등 '깜깜이 서비스'라는 이유가 많았다. 만족한다는 응답은 1%에 그쳤다. 플랫폼이 파고드는 지점도 여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비스 소개 자료에서 ▶5초 만에 접수 완료 ▶정확한 가격 ▶예측 가능한 배송(도착 예정시간 알림)을 내세웠다.

퀵서비스이용방식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퀵서비스이용방식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② 기사도 불만 : 퀵서비스 기사는 통상 업체에 등록돼 활동한다. 등록회사 물량뿐만 아니라 공유프로그램을 통해 확보한 다른 회사 물량도 배달한다. 받은 운임 중 공유 프로그램 사에 낼 ‘사용료’와 일감을 준 회사에 낼 ‘알선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남은 움임을 기사가 가져간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퀵서비스 기사의 월 평균 수입은 339만원, 지출 123만원이다. 보통은 운임의 20% 이상이 알선수수료 명목으로 나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 시장 때 성공한  전략을 퀵 시장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이용자와 기사를 직접 연결해 중간단계의 중개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카카오T픽커 앱을 통하면 퀵 기사가 프로그램 사용료, 적재물 보험료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며 기사의 수익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③ 플렉스(Flex)로 모빌리티 확장 : 모빌리티 플랫폼의 서비스 영역이 사람에서 사물로 넓어지고 있다. 전제는 있다. 전업 기사뿐만 아니라 일명 '플렉스'로 불리는 아르바이트형 기사를 플랫폼이 확보해야 한다는 것.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이용자가 늘어도, 공급자(기사)가 늘지 않으면 플랫폼 성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위해 기사 제한선을 풀었다. 음식 배달 앱이 아르바이트형 기사를 활용하듯 말이다. 오토바이·자동차·화물차는 물론 자전거·전동킥보드·도보로 배송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퀵서비스 기사에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전 국민(성인)의 퀵서비스 기사화(化)'란 농담이 농담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는 배경.

퀵서비스기사수입.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퀵서비스기사수입.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퀵서비스 업계는

거대 플랫폼 등장에 긴장하는 분위기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시선도 있다. 기존에도 글로벌 플랫폼 ‘고고엑스’, IT 기업 플랫폼 ‘말랑말랑 아니벌써’(한컴위드) 등이 등장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사단법인 서울 퀵서비스사업자협회 관계자는 “퀵서비스 특성상 올라온 콜을 빨리 수행해야 하는데 신규 업체는 기사 확보 측면에서 일정 규모를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카카오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문제는

퀵서비스 시장에서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면 종사자들의 노동권 문제도 커질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전국 대리운전노조의 교섭요구를 거부해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이다. 중개만 하는 플랫폼은 교섭 상대가 아니라는 게 카카오 측 주장. 그러나 대리운전노조는 노동3권을 보장하고 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한다. 유사한 근로 형태인 퀵서비스 기사들도 플랫폼에 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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