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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일씨, 황 교수와 언쟁 후 '충격 발언'

중앙일보

입력

황우석 교수를 둘러싼 공방은 14일 오후 11시부터 15일 오후 11시까지 24시간 동안 완전히 뒤바뀌었다. 황 교수가 만들었다는 맞춤형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폭탄 발언을 전후한 24시간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14일 오후 11시쯤. 생물학연구정보센터 홈페이지 '브릭'(bric.postech.ac.kr)에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 논란과 관련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올랐다. 브릭은 최근 황 교수 논문의 줄기세포 사진이 중복됐고 DNA 지문이 조작됐다는 의혹 등을 잇따라 제기한 사이트다.

'lemo...'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이 올린 이 글은 미즈메디병원의 C연구원이 10월 발표한 논문에 실려 있는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 1번 라인(2000년 만들어진 수정란 배아줄기세포)의 사진이 황 교수가 5월에 발표한 논문의 줄기세포 5번 라인 사진과 같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는 2000년 만들어진 수정란 배아줄기세포고, 황 교수가 5월 논문에 발표한 것은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로 완전히 달라야 한다. 더구나 이 논문의 공동 저자는 C연구원과 미즈메디병원의 노성일 이사장, 미국 피츠버그대에 가 있는 김선종 연구원이었다. 이 글은 과학자들이 즐겨 찾는 사이트인 한국과학기술인연합(scieng.net).디씨인사이드 등에 옮겨지며 다시 한번 줄기세포 진위 논란을 불러왔다.

15일 오전 1시. 노성일 이사장은 C연구원의 다급한 전화에 잠을 깼다. C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알려왔다. 노 이사장은 곧바로 미국에 있는 김선종 연구원과 두 차례에 걸쳐 통화를 했다. 그는 우선 과학잡지사에 e-메일을 보내 C연구원과 공동 저자로 돼 있는 논문의 철회를 요청했다. 이어 뉴욕 타임스 기자로부터 온 문의 메일을 확인한 노 이사장은 "우리 실수다. 논문을 철회했다"는 답신을 보냈다. 잠깐 눈을 붙인 노 이사장은 오전 9시 반쯤 황 교수가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달려갔다. 최근 김 연구원에게서 "2005년 논문을 만들 때 황 교수와 강성근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줄기세포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그는 줄기세포 진위 문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 노 이사장은 30~40분가량 황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두 사람 간에 언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으로 돌아온 노 이사장은 중대 결심을 했다. 줄기세포 논란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밝히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와 황 교수 줄기세포 사진의 중복 논란은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 있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기자들에게 노 이사장은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날 오전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황 교수가 "줄기세포가 현재는 없다"고 얘기했다고 밝힌 것이다. 노 이사장은 "황 교수가 '나도 몰랐다. 참담한 심경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이사장의 이 발언은 오후 6시쯤 인터넷뉴스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후 9시.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노 이사장과 새로 인터뷰한 내용을 방영했다. 이 가운데에는 황 교수가 김선종 연구원에게 27일까지 한국에 돌아와 줄기세포를 새로 만들어주는 걸 도와주지 않으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들었다는 얘기도 담겨 있었다. 노 이사장은 "(2005년) 논문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후 10시. MBC는 정규 프로그램 대신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를 긴급 방영했다. 올 6월 첫 제보에서부터 '(황 교수 논문에 나온)줄기세포는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된 과정을 정리한 70분짜리 특별방송이었다.

이 시간 이왕재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은 "황 교수팀으로부터 배아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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