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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튼, 황 교수 논문 철회 권고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2005년 5월 발표한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 논문의 공동저자인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의 제럴드 섀튼 교수가 황 교수와 논문 공동저자들에게 논문 철회를 권고하고 나섰다. 지난달 12일 난자 제공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또 영국 에든버러대학 이언 윌머트 박사 등 8명의 세계 과학자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 측에 황 교수 연구논문에 대한 과학계 내 자체검증을 제의했다. 윌머트 박사는 황 교수의 세계줄기세포허브 영국 측 파트너이자 복제양 돌리를 만든 사람이다.

◆ 논문 철회 권고=피츠버그대는 섀튼 교수가 사이언스와 2005년 5월 논문의 한국인 공동저자 24명에게 보낸 e-메일을 14일 공개했다. 2005년 5월 논문은 황 교수 연구팀이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 11개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섀튼 교수는 편지에서 "지난주 말 (황 교수팀) 실험에 관련된 누군가에게서 논문의 특정 요소들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접했다"며 "발표된 수치와 표들을 신중하게 재검토한 결과 논문의 정확성에 대한 실체적 의문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피츠버그대) 의대 학장에게 보고하고, 피츠버그대 특별조사팀이 조사 과정에서 이 문제를 다뤄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섀튼 교수는 또 사이언스에 "황 교수 논문의 공저자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사이언스는 이날 "섀튼 교수로부터 받은 서한은 근거 없는 의혹들을 담고 있다"며 "어떤 저자도 자기 이름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이언스는 또 "윌머트 교수 등이 '독립적인 검증을 할 수 있도록 공동저자들이 협력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왔다"고 밝혔다. 윌머트 교수의 서한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에 있는 첨단생명기술회사 ACT의 밥 랜저 박사, 존스홉킨스 의대 존 기어하트, 영국 에든버러대 오스틴 스미스, 싱가포르 ES셀 인터내셔널의 앨런 콜먼 등의 공동명의였다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 섀튼 왜 이럴까=섀튼 교수는 지난달 12일 결별 선언 전까지 황 교수를 '형제'라고 부를 정도로 우애를 과시했다. 황 교수는 지난해 초 난자를 제공한 A연구원을 섀튼 교수 연구실로 보내 원숭이 배아복제를 돕기도 했다. 섀튼 교수는 10월 19일 세계줄기세포 허브 개소식에 참석해 "황 교수 연구는 홀로 산길을 걷는 것처럼 고독한 여정이었다"면서 황 교수를 극찬했다.

섀튼 교수는 지난달 12일 결별 선언을 하면서도 논문의 진위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는 27일 성명에서 "황 교수의 과학적 결론은 이번 일(연구원 난자 제공)로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논문 철회 권고는 논문의 본질을 부정한 것이다. 섀튼은 미국 과학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이다. 논문 철회나 공동저자 삭제 요청은 국제 과학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그가 난자 확보 과정에 윤리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을 때와 같이 뭔가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섀튼의 논문 철회 권고의 배경에는 황 교수 연구 특허권 지분의 50%와 세계줄기세포 재단 이사장 자리 요구가 거절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난자 제공 과정의 윤리 논란▶사진 조작설▶ DNA 지문 불일치 등의 논란이 확산된 것이 황 교수와의 관계를 끊으려는 이유일 수 있다.

◆ 황 교수 측 입장=섀튼의 움직임에 대한 황 교수 측의 입장은 신중론과 강경론이 뒤섞여 있다.

황 교수의 핵심 측근은 13일 "아직 섀튼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그는 이어 "섀튼 교수와의 관계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측근은 "연구팀 내에서 섀튼과 관계를 정리하자는 얘기가 있지만 황 교수는 '연구도 사람이 한다. 과학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만류해 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섀튼과의 협력관계 복원 가능성을 무게를 둬왔다.

이번 기회에 관계를 분명히 하자는 강경론도 있다. 황 교수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섀튼 교수는 우리가 파견한 연구원의 도움으로 원숭이 배아복제에 성공한 뒤 더 이상 우리에게서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섀튼 교수의 행보가 너무 이기적인 듯해서 처음부터 이상하게 봤다. 섀튼 교수가 없어도 연구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의 핵심 측근은 "섀튼 교수가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한 '논문의 특정 요소 조작'은 있을 수 없다"면서 "그는 2005년 논문에서 별로 한 일이 없는데 공동저자로 오른 점에 대해 미국 내에서 비판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만약 섀튼과 결별하게 되면 김선종씨 등 그의 연구실에 파견된 세 명의 연구원 거취 문제도 조기에 정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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