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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집권 차드 대통령, 대선 승리 다음날 교전 중 숨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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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선 유세 당시의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9일 대선 유세 당시의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 [AFP=연합뉴스]

아프리카 중서부 차드의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68)이 반군과의 전투에서 다쳐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1일 대선에서 승리한 그는 6연임 확정 발표 하루 만에 변을 당했다.

보도에 따르면 차드 군 대변인 아젬베르만도아아구나 장군은 국영TV를 통해 "데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반군과 전투에서 군을 지휘하다가 숨졌다"고 발표했다.

군은 대통령 서거에 따라 내각과 의회를 해산하고, 군사평의회가 향후 18개월간 차드를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공석은 4성 장군인 마하마트 카카(37)가 이끈다. 카카는 데비 대통령의 아들로 그동안 대통령 경호 부대장을 지냈다. 차드 군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이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 및 국경 통제 조치를 내렸다.

데비 대통령은 1990년 쿠데타로 집권 이후 31년간 차드 통치한 장수 지도자로 꼽힌다. 지난 11일 치른 대선에서 80% 이상을 득표해 6연임 승리를 확정 지었다. 사헬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맞선 그는 서방의 동맹자로 꼽힌다. 식민 종주국인 프랑스는 2008년과 2019년 차드의 반군 공습을 지원하기도 했다.

사망 전날 그는 대선 승리를 발표했다. 데비 대통령은 이날 자축 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반군과 싸우는 전방의 군을 격려하러 국경지대를 찾았던 것이라고 군은 전했다.

앞서 반군 '차드 변화와 화합을 위한 전선'(FACT)은 대선 당일 차드 국경 초소를 공격한 이후 수도 은자메나를 향해 수백㎞를 남진해왔다. 이에 미국과 영국은 자국 대사관 비필수 직원과 자국민 등의 철수를 권고한 바 있다.

차드 군은 전날 반군 300명을 섬멸하고 150명을 포로로 삼아 전투에서 대승했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데비 대통령의 드라마틱한 사망으로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BBC 월드뉴스 라디오방송이 분석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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