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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방산' 한화 파격, 31살 대리에 사내벤처 사장 맡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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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은 사내벤처 사장에 대리급인 하헌우(31) 선임연구원을 임명했다. [사진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은 사내벤처 사장에 대리급인 하헌우(31) 선임연구원을 임명했다. [사진 한화시스템]

1990년생 대리급 연구원이 대기업 사내벤처의 사장이 됐다. 그것도 보수적 문화가 짙은 방산기업이 내린 결정이다. 한화시스템은 20일 초소형 위성용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내벤처 ‘SAR’(가칭) 사장에 대리급인 하헌우(31) 선임연구원을 임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서 차세대 소형 위성 1호 개발에 참여한 하 사장은 지난해 한화에 합류했다. 한화에서는 위성용 고성능 영상레이더 개발을 담당했다. 하 사장은 사내벤처에서 위성체를 보다 작고 가볍게, 그리고 적은 돈으로 만들게 하는 시스템 개발을 이끌 예정이다.

하 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경쟁이 붙으면서 위성의 소형화와 경량화는 우주 시대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기술이 됐다”며 “사내벤처에서 개발하는 시스템을 통해 한화가 우주 상업화 분야에서 한 발짝 앞서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직급·연차 제약 없이 사장 임명

한화시스템은 방산기업 최초로 2019년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프런티어’를 도입해 지난 2년간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다. 직급과 연차에 제약을 두지 않아 누구나 창의적인 미래 먹거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 선정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투자·육성 전문업체) 엔피프틴파트너스의 심사와 함께 직원들의 온라인 투표로 이뤄졌다

허제 엔피프틴파트너스 대표는 “정부 주도 사업이 중심인 보수적 방산기업에서 액셀러레이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다”며 “그러나 젊은 직원의 혁신적 아이디어에 놀랐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하 사장에게 사업 자금과 사무실·연구실 운영 등을 사장급으로 예우하고 초소형 위성을 개발해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한화시스템은 사내벤처 사장에 박장한 수석연구원(왼쪽)과 김의정 수석연구원을 임명했다. [사진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은 사내벤처 사장에 박장한 수석연구원(왼쪽)과 김의정 수석연구원을 임명했다. [사진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은 이번에 하 사장이 이끄는 사내벤처 외에도 두 곳을 더 신설해 70년대생과 80년대생에게 각각 사장을 맡겼다. 사내벤처 ’인공지능 상황인식 시스템‘(가칭)의 사장에 박장한(49) 수석연구원을 올렸다. 박 사장은 인공지능(AI)과 광학 분야 전문가로 관련 특허 6개를 보유하고 있다. 국제 학술지에 1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해 올해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퀴스 후즈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됐다. 박 사장은 자신의 AI 관련 특허를 전차·장갑차·자주포 등 무기와 민간제품에 적용해 상용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사내벤처 ‘에어택시 서비스 플랫폼’(가칭)의 사장에는 김의정(41) 수석연구원을 발탁했다. 김 사장은 이동 통신, 유도 비행체,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한 전문가이다. 45개 특허를 출원해 ‘한화의 특허왕’이란 별명도 있다. 무인으로 도심 항공교통(UAM)용 에어택시를 점검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에어택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는 2030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김연철 한화시스템 대표는 "한화는 위성통신과 에어모빌리티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내벤처 사장 임명과 프런티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빠르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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