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D] 멸종 위기 동물 지키는 AI 기업의 ESG, 효과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1.04.20 06:00

트랜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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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라는 닌텐도사의 게임을 하고 있다. 무인도에 나만의 집, 나만의 마을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서 유저(Player)는 자신의 캐릭터를 이용해 낚시도 하고, 과일도 따고, 곤충도 잡으며 생활을 해 나간다. 그런데 가끔 ‘이래도 될까?’ 싶은 일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불가피하게 바다 먼 곳에 민물 미꾸라지를 방류한다.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종종 다른 섬에 넘어가 야자수와 각종 특수 식물을 뽑아 배나무와 활엽수뿐이던 내 숲에 심는다. 외래종을 유입하는 것이다. 게임 속에서 유저는 그렇게 무심코 생태 질서를 흩트려놓는다. 물론 시스템상에선 그 사실이 그리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세상에서는 지금도 매일 전 세계적으로 150~200종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지구상 생물 개체 약 870만 종 기준)*. 전 지구적인 변화로 인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생물도 있지만, 인간의 인위적 작용 때문에 사라지는 종들도 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부터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소똥구리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소를 축사에서 키우며 방목지가 줄고, 곡물 사료로 전환함에 따라 멸종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오르고, 다른 대륙에서 외래종을 들여오는 것만큼이나 사람이 바꾼 생활 환경으로 인한 종의 멸종도 왕왕 벌어지는 셈이다.

AI를 활용한 생태계 분석

 꽤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어떤 종이 사라지게 될지 미리 알아보고 예방할 수는 없을까? 최근 나온 한 연구에서는 AI로 화석의 패턴을 분석해 지금까지 알려진 멸종에 대한 이론에 대한 반증을 제시한 바 있다**. 주요 멸종 사건들이 방산 직전에 나타났다는 이전까지의 이론과 달리, 분석 결과 실제로는 멸종과 방산 사이에 뚜렷한 관계가 없더라는 것이다. 이 연구는 진화생물학자와 기계학습 전문가들이 협업해 이뤄낸 성과로, 지난해 네이처 지에 실렸다.

 딥러닝 분석과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포유류뿐 아니라 크기가 작은 곤충과 무척추동물을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생태학적 변화를 알아볼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미국 네바다대 연구진은 지구 생물 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곤충들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 세태를 지적하며, 이제는 간편한 기기로도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해졌고, 관찰 데이터에 대한 딥러닝 분석을 진행해 개체들의 습성이나 행동, 상호작용의 다양성을 측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파일럿 스터디를 토대로 향후 DNA 기반의 툴과 딥러닝 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 이 과정에서 관련 분야 전문가와 연구자가 협업해야 제대로 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림 1. 밤에 불을 밝혀 나방과 같이 밤에 몰려드는 생물체를 촬영하는 기기. 이 기기를 활용해 유리 판에 앉은 밤 곤충을 촬영했고, 각 개체의 생김새와 활동을 컴퓨터 비전 기술과 딥러닝을 활용해 분석한다. Høye et al. (2021)

그림 1. 밤에 불을 밝혀 나방과 같이 밤에 몰려드는 생물체를 촬영하는 기기. 이 기기를 활용해 유리 판에 앉은 밤 곤충을 촬영했고, 각 개체의 생김새와 활동을 컴퓨터 비전 기술과 딥러닝을 활용해 분석한다. Høye et al. (2021)

 연구진뿐 아니라 AI 기업들도 멸종에 관심을 두고 ESG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기후 변화와 멸종 위기종, 생태학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데, 기계의 시각적 인지 성능을 높인 뒤 야생에 카메라를 달아두고 지속해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민간과 연구원에 제공해 클라우드 기반으로 리서치를 진행한다. 공공에서도 지속해서 데이터를 제공해 산학에서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거북이가 해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보거나, 혹은 아프리카코끼리의 경로를 파악하는 것도 비슷한 종류의 산학 리서치라고 볼 수 있다****.

그림 2. 위성사진 속에서 아프리카코끼리를 식별해내는 연구. Duporge et al. (2020)

그림 2. 위성사진 속에서 아프리카코끼리를 식별해내는 연구. Duporge et al. (2020)

과학과 기술이 생태계를 위협할 수도

 하지만 AI의 컴퓨터 비전과 분석 기술을 활용해 생태 보전에 힘을 쓰려고 해도, 이 프로그램을 돌릴 때는 꽤 많은 양의 탄소배출이 벌어진다. 지구 생태계를 보전하고 특정 개체들의 멸종을 막으려고 들어가는 예측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데에, 미국을 일곱 번 오가는 비행기의 탄소 배출량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속화된 지구온난화는, 또 다른 개체의 멸종을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산학의 많은 연구진이 에너지를 아끼면서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모델을 지속해서 만들어가고 있다. 구글에서는 최근 모럴 카드라고 하는 가이드라인을 내어놓았는데, 개발자가 딥러닝 모델을 발표하면, 이것의 학습 데이터가 얼마나 균등하게 분포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에너지 절약을 잘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기록해 두도록 정하고 있다.

 생태 보전에 앞서는 대기업과 학자들이라 할지라도, 일각에서는 인간에게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를 비롯한 치명적 질병을 옮기는 모기를 절멸하려는 시도도 있다.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을 통해, 불임 암컷 모기만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도덕 이슈를 중심으로 논의가 팽팽하게 맞서는 중이다. ‘나쁜 모기’의 멸종이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 자료가 지속해서 제시되지만, 반대편에선 생태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에 반발하며 예상치 못한 문제의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기술은 인간이 사용처를 정한다. 그 결과물 또한 전문가가 의미 있게 해석을 해내야 제대로 쓰일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AI 리터러시가 올라가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이 기술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해 협업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더 열릴 것이다. 그러니 AI 개발자들은 더더욱 에너지 최적화를 고민하고, 도덕적 문제에 더 민감해 져야 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지키려는 모두의 마음이, 자칫 생태계를 교란하는 단초가 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각주 

Thomas et al. (2004) 자료 재인용;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 환경부 (2018) 

** Cuthill et al. (2020) Impacts of speciation and extinction measured by an evolutionary decay clock. Nature, Vol. 588.

*** Høye et al. (2021) Deep learning and computer vision will transform entomology. PNAS, Vol. 118. No. 2

****Duporge et al. (2020) Using very high-resolution satellite imagery and deep learning to detect and count African elephants in heterogeneous landscapes. Remote Sensing in Ecology and Conservation.  

유재연 객원기자는 중앙일보와 JTBC 기자로 일했고, 이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미지 빅데이터분석, 로봇저널리즘, 감성 컴퓨팅을 활용한 미디어 분석에 관심이 많다. 현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you.ja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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