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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금융 손 떼는 씨티은행…'내 예ㆍ적금'은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입력

씨티그룹이 한국에서 소매 금융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하며 구체적인 출구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씨티, 출구전략 3가지 시나리오

18일 씨티은행에 따르면 여·수신, 카드, 자산관리(WM) 등 개인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는 매각 또는 사업 중단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다만 출구 전략이 구체화하면 기존 계약은 유지하되 신규 대출 등은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뉴스1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뉴스1

WM 강점이지만, 퇴직금 누진제 등 부담도 

사업 재편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거론되는 방식은 크게 ▲통매각 ▲부분매각 ▲업무 중단 등 3가지다.

우선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 세부 분야를 분리해서 매각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이번에 씨티그룹이 한국과 함께 개인 소비자 대상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결정한 호주에서 이런 방식의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인수자 입장에선 통매각에 비해 가격 부담이 덜해 보다 신속하게 딜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 씨티은행에 고액자산가 고객이 많은 만큼 WM 부문 매각에 특히 관심이 쏠릴 수 있다.

다음으로 소비자금융 사업을 통째 매각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2014년 씨티그룹이 일본 씨티은행의 개인금융 부문을 매각할 당시 일본 내 9개 은행에 개인금융 분야의 양도를 타진했고 그중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이를 인수한 사례가 있다. 이 경우 기존에 실행된 대출과 예·적금 등은 인수자가 모두 승계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 이름만 바뀔 뿐 대출·신용카드·WM 등 모든 계약이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에서 10여 년 동안 신입 사원을 뽑지 않아 임직원 평균연령이 비교적 높다는 점, 시중은행에서는 사라진 퇴직금 누진제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는 점, 강성 노조 등은 인수자 입장에서 부담 요소다.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뉴스1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뉴스1

매각이 어려울 경우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폐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씨티은행은 기존 고객들에게 다른 금융회사로 자산 이전을 권유하고 직원들을 줄이면서 점진적으로 사업을 축소하게 된다. HSBC은행이 2013년 국내에서 개인 금융 업무 폐지 절차를 밟은 전례가 있다.

이 가운데 어떤 방식의 출구 전략을 추진할지가 먼저 정해져야 당국과의 협의 절차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 아주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씨티은행은 "후속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감독 당국과 필요한 상의를 거쳐 이를 공개할 것"이라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은행 "기존과 동일한 서비스 제공" 

씨티그룹 소매 금융 철수 대상 13개 국가 지부는 다음 주 중 화상 회의를 열 계획이다. 한국을 포함한 호주·중국·대만·러시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금융권에서는 다음 주 회의 이후 한국씨티은행의 구체적인 철수계획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회의 결과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이 신규 고객의 대출 등을 취급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씨티은행 측은 "사업 재편 방안 확정 때까지 기존과 동일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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