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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17년만에 소매 금융 철수…"기업금융에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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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씨티은행이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 금융 시장에서 철수한다. 지난 2004년 씨티그룹이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 씨티은행이 된 지 17년 만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씨티은행 본점 입구. 뉴스1

서울 중구에 위치한 씨티은행 본점 입구. 뉴스1

15일 씨티그룹은 한국 시장에서 소매금융 부문을 철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씨티그룹은 이날 1분기 실적발표에서 “아시아·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소매 금융을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에서 (저조한) 실적 때문에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유망한 부문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씨티그룹은 이날 호주 시장에서도 신용카드·주택담보대출 등 개인금융 부문을 매각한다고 공식화했다. 앞서 2월 씨티그룹의 새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구조조정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한국은 호주와 함께 주요 철수 대상 지역으로 거론됐다.

단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부문은 한국에 그대로 남겨 영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 금융을 중심으로 한국 내에서의 사업을 재편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들을 충분히 지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저금리 타격…소매금융 순이익 ‘뚝’

한국 씨티은행은 지난 2014년 씨티 캐피탈 매각 당시와 2017년 대규모 점포 통폐합 당시에도 잇단 철수설에 휘말렸다. 그러나 꾸준히 철수설을 부인하며 국내에서 자산관리(WM) 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 왔다.

하지만 저금리와 급격한 금융 비대면화 등으로 영업 환경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878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3074억원) 대비 크게 줄어든 수치다. 특히 소매금융 부문 순이익은 2018년 720억원에서 지난해 148억원으로 떨어졌다.

한국씨티은행은 구체적인 사업 재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사회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씨티은행 철수는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기업 금융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며 “매각이나 철수 일정이 정해지면 금융위도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의 소매 금융 철수가 본격화하면 수도권 진출을 노리는 지방은행이 주요 인수합병 후보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이 확산하는 추세에서 이미 한국씨티은행이 오프라인 지점 수를 크게 줄였기 때문에 인수자 입장에선 부담을 덜어낸 셈”이라며 “지방은행은 이번 기회를 잡아 ‘시중은행’으로 발돋움하길 노릴 것이고, 시중은행도 WM 부문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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