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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

중앙일보

입력

틴틴 여러분도 '로하스(Lohas)'라는 말을 들어보셨죠. 로하스란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생활방식(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영문 표기 앞글자에서 따온 말이에요. 최근에 식품뿐 아니라 생활용품이나 아파트 광고, 심지어 가전 제품 광고에도 로하스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그럼 로하스가 뭔지, 어떻게 생겨난 개념인지 찬찬히 살펴보도록 할까요.

로하스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환경보전이나 사회적 책임, 즉 지구의 미래를 고려하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말해요. 기계화된 현대문명과 심각해진 환경오염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지요. 1980년대부터 채식주의.생태주의.슬로푸드(패스트푸드의 반대말로 생태환경을 강조한 먹거리) 운동 등이 본격화됐는데, 이런 운동들이 로하스의 토대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죠.

틴틴 여러분은 지난해 한창 유행했던 '웰빙(well-being)'이란 말을 기억하실 거예요. 로하스는 웰빙보다 한 단계 더 앞선 개념으로 보면 됩니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만 챙기는 것이 웰빙이었다면, 전체 사회와 이웃과 지구를 배려하는 삶의 자세가 로하스지요.

미국의 사회학자 폴 레이가 98년 15만 명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15년에 걸쳐 조사한 가치관을 발표한 것이 계기가 돼 로하스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어요. 레이는 신앙심 깊은 보수파 계층이나 과학기술과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근대주의자들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사회집단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지요. 기업경영이나 마케팅 쪽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무렵입니다.

로하스를 중시하는 사람(로하스족)들이 다른 소비자와 다른 점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들의 가치에 부합되는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점입니다.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됐는지▶재생원료를 사용했는지▶물건을 생산하는 기업이 로하스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원료와 제조과정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죠.

미국 자연주의마케팅연구소(NM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로하스족을 겨냥한 관련 산업의 규모가 2290억 달러(약 237조원)를 넘어섰다고 하는군요. 지난해 미국 전체 소비자의 30%가 로하스족이라고 답했다는 설문결과도 있어요. 일본에서도 로하스 관련 시장규모가 올해 2조 엔(약 17조원), 10년 안에 20조 엔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요. 국내에선 아직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시장규모인지 조사한 수치는 없지만 곧 웰빙 관련 시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어요. 온라인쇼핑몰 옥션에선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거나 친환경을 표방하는 로하스 관련 제품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네 배가량 늘었다고 해요.

요즘엔 농산물이나 먹거리뿐 아니라 주택.차.세제.화장품.에너지용품.벽지.가구 등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제품들이 로하스를 표방하고 있어요. 친환경 농법인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순면으로 만든 유아복까지 나왔어요.

대학에 관련 학과도 잇따라 생기고 있어요. 경문대는 올해부터 웰빙건강관리학과를 만들었고, 국민대 그린디자인 전공 석사과정은 이번에 처음으로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을 체계적으로 배운 졸업자를 배출한다고 하네요.

외국엔 로하스를 기업이념으로 내건 회사들도 많아요. 유기농으로 재배한 면만을 사용하고 25년간 이익의 10%를 환경운동단체에 기부하는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란 곳도 있어요. '바디샵'이라는 회사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목욕용품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 반대하고, 인권운동을 함께하며, 원주민이 생산한 친환경 원료 사주기를 꾸준히 실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로하스 개념에선 건강이나 환경을 고려할 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로하스가 아직 국내에선 웰빙에 이은 또 다른 유행어 정도로 취급받고 있는 듯해요. 기업마다 건강이나 환경 관련 기능을 더한 신제품을 내놓는 정도죠. 기업이념 차원으로 로하스를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아직 적은 듯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로하스는 대세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리앤킴투자자문이나 조흥투자신탁운용 등 기업의 환경.윤리.사회적 책임을 따져 투자하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금융회사도 등장하고 있어요.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는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내는 기업들도 늘고 있답니다. 틴틴 여러분도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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