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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김치 일부서 기생충 알] 감염 가능성은

중앙일보

입력

기생충의 감염 가능성은 어떤 상태로 인체에 들어왔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에 국산 김치 16건에서 검출된 회충 알은 모두 미성숙란 상태였다. 미성숙란이란 알의 내부에서 애벌레가 부화하기 이전 단계라는 뜻이다.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의 채종일 교수는 "미성숙란 상태로 체내에 들어온 기생충 알은 부화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미성숙된 기생충 알이 들은 김치는 아무리 많은 양을 먹었다 해도 인체에는 해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김치에서 확인된 기생충 알 가운데 인체 감염성이 높은 자충포장란이 없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김치라는 식품의 특성을 지적한다.

김치는 유산균으로 인해 산도(pH) 4.5 정도의 산성을 띠기 때문에 일반적인 부패균이나 병원균이 자라기 힘들다. 식중독균도 젖산 발효식품에서는 성장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따라서 젖산 발효식품인 김치에 기생충 알이 있더라도 자라기가 힘든 것이다.

서울대 수의과학대 기생충학교실의 윤희정 교수는 "기생충 알이 체외에서 성장하려면 온도가 28~30도여야 한다"며 "김치는 유통 과정은 물론 집에서도 냉장 보관하기 때문에 미성숙란이 자충포장란으로 자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자충포장란 상태로 인체에 들어갔다 해도 사람과 개.고양이의 기생충 알은 인체 내에서 생존환경이 다르다.

사람 기생충 알은 체내에서 성충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상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손운목 교수는 "성충이 되는 과정에서 간.소화기 등에 침투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노인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다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 회충 알은 인체에서 성충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체내에서 2차감염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윤희정 교수는 "돼지 회충 알은 인체에 감염되지 않는다"며 "개.고양이의 회충 알도 사람 체내에서 대개 1~2주 내에 사멸한다"고 말했다. 아주 드물게 안구나 신경계까지 들어가 실명 등을 일으킨 사례가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람 기생충은 거의 100%, 동물 기생충도 80% 정도는 구충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만약 기생충 감염이 우려되는 경우 우선 병.의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은 뒤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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