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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대치·도곡…종부세 폭탄맞은 지역, 吳가 표 싹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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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앙일보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동별 개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압구정 등 재건축·종합부동산세 이슈가 있는 지역에서 표를 싹쓸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425개 행정동(洞) 가운데 오 시장에게 80% 이상의 압도적 몰표를 준 곳이 10곳이었는데, 재건축·종부세 이슈가 있는 지역이 절대 다수였다. 반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불과 5개동에서 오 시장을 이기는 데 그쳤다.

吳에게 80% 이상 몰표 쏟아낸 압구정·반포

오세훈 70% 이상 득표동.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오세훈 70% 이상 득표동.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오 시장이 가장 높은 득표율을 거둔 곳은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88.3%가 그를 찍었다. 박 후보를 찍은 이는 10.5%에 불과했다. 격차가 70%포인트에 가까웠다. 이밖에도 강남구 대치1동(85.1%)·도곡2동(84.8%)·청담동(80.3%)·신사동(80.0%), 서초구 반포2동(84.2%)·반포3동(81.3%)·서초4동(80.8%), 송파구 잠실7동(80.7%) 등에서 유권자들은 오 시장에게 80% 이상의 압도적 몰표를 몰아줬다.

이 지역들은 대부분 재건축 이슈를 안고 있고, 물론 종부세 사정권에 있는 곳들이다. 압구정동에선 현대아파트, 대치1동에는 우성·선경아파트, 잠실7동에서는 우성아파트 등이 재건축을 추진 중이고 반포3동(한신아파트 단지), 서초4동(삼풍아파트)에서도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단지가 즐비하다. 기존 낡은 아파트가 대부분 재건축을 끝낸 반포2동 역시 아크로리버파크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종부세 영향을 크게 받는 동네다.

오 시장이 득표율 70~80% 사이를 기록한 28개동 역시 보수정당의 텃밭인 강남3구에 집중됐다. 강남구 개포1동(78.9%)·삼성1동(77.5%), 서초구 잠원동(78.2%)·반포본동(76.4%), 송파구 잠실3동(78.1%)·오륜동(77.3%) 등이다. 이는 노무현정부 심판론이 득세한 가운데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대구시장 득표율(70.2%)을 상회하는 수치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앞으로도 이 정도 압도적 지지를 목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라며 “실질적이든 잠재적이든 간에 종부세 등 조세 정책으로 인한 집단적 피해자 의식이 작동한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의식이 주변 이웃에 전파되면서 상승작용도 일으켰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 역시 “재건축 이슈보단 종부세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며 “종부세가 원체 세기도 하지만,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완화를 언급했다 지키지도 않은 게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성동·마포·강동…중산층 아파트단지 더블스코어

정보 공시가 현실화 조치로 서울 마포·용산·성동구 지역에선 전용면적 59㎡짜리 소형 아파트도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마포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정보 공시가 현실화 조치로 서울 마포·용산·성동구 지역에선 전용면적 59㎡짜리 소형 아파트도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마포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아파트단지 밀집 지역의 ‘오세훈 몰표’ 현상은 전통적 보수정당 강세 지역인 강남3구 밖에서도 두드러졌다.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성동구 옥수동(68.9%), 강동구 고덕2동(67.4%)·명일2동(66.0%), 양천구 목5동(69.1%)·신정6동(67.3%)·목1동(65.2%), 동작구 흑석동(65.3%), 용산구 이촌1동(78.8%)·서빙고동(75.3%) 등에서 오 후보는 박 후보를 더블스코어 이상 격차로 눌렀다. 용산구를 제외하고는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의석 확보에 실패한 지역들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격차가 컸다.

민주당 아성이 비교적 공고한 마포구ㆍ광진구에서도 아파트단지 밀집 지역은 오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마포구에선 대단지 아파트가 포진한 아현동(63.6%)·도화동(61.1%), 광진구에선 광장동(64.7%)·자양3동(64.7%)·구의3동(63.7%) 등에서 오 시장에게 몰표를 줬다. 동작구 사당2동(61.0%)·사당3동(60.4%), 성동구 행당1동(60.7%)·금호1가동(60.0%) 등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오 후보는 60% 이상을 득표했다.

아현동의 경우 지난 총선 정당투표에서 범진보(6137표)와 범보수(6528표)의 득표 규모가 엇비슷했는데 1년 만에 이 지역들의 민심은 급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부동산 투표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집을 가진 사람 역시 대출이자 부담도 있는데 각종 세금 부담이 가중되는데 대한 불만이 쌓였다”는 주장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과거에는 종부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새로 포함된 동네도 있고, 향후 대상이 될 지역도 있다. 이를 막겠다는 후보를 찍을 유인이 생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택있는 연희동도 패한 박영선, 5개동 승리에 그쳐

박영선 승리 5개동.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박영선 승리 5개동.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박영선 후보는 진보 정당의 아성인 서남권ㆍ동북권에서 대부분 패하며 5개 동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지역구가 있던 구로구에선 구로3동(52.2%)·항동(48.9%) 등 2곳 승리에 그쳤고, 그밖엔 종로구 창신2동(49.5%), 강서구 화곡8동(49.5%), 마포구 성산1동(48.3%)에서만 간신히 이겼다. 특히 성산1동은 박 후보가 4136표를 득표해 오 시장(3957표)에게 179표차로 간신히 이겼다. “결국 이번 선거를 관통한 가장 큰 민심은 정권 심판론”(엄경영 소장)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면 오 시장은 박 후보가 거주하는 연희동에서도 55.9%를 득표해 박 후보를 눌렀다. 과거 박 후보의 자택이 있던 신도림동(58.6%) 역시 오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생태탕’ 논란의 무대가 됐던 서초구 내곡동에서도 오 시장(64.39%)은 박 후보(33.41%)를 두 배 가까운 표차로 눌렀다. 한편 부산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모든 동에서 눌렀다.

한영익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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