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30세, 이탈리아 60세…AZ 백신 제한 연령 놓고도 '혼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AP=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AP=연합뉴스]

유럽 국가들이 속속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연령을 제한하고 나섰다. 유럽의약품청(EMA)이 7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희귀 혈전증 간의 연관성을 인정하면서다.

EMA "AZ, 매우 드문 혈전과 연관" #유럽 국가들 속속 접종 연령 제한 #WHO "타당해보이지만 확인 안돼"

EMA는 지금까지 보고된 혈전증 사례 대부분이 접종 2주 이내 60세 미만 여성에게서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접종 연령 제한 권고 등은 내놓지 않았다. EMA는 "특이 혈전을 매우 드문 부작용 사례로 등재해야 한다”면서도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백신의 전반적인 이점이 부작용의 위험을 능가한다”고 밝혔다.

이에 나라마다 접종 제한 여부는 물론 기준도 제각각으로 적용하는 등 혼선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BBC 등에 따르면 벨기에 당국은 56세 미만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벨기에 보건부는 성명을 통해 "18~55세 연령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을 접종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56세 이상엔 접종을 계속하고, 접종 연령 제한은 우선 4주간 적용한 후 재평가하겠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은 이 백신의 접종 가능 연령을 60~64세로 한정했다. 그간 스페인은 사실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미만에만 접종하고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가 고령층에서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나오면서다. 그런데 EMA의 이번 발표로 젊은층에 대한 접종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연령대는 더욱 좁아졌다.

나라별로 다른 AZ 백신 접종 연령 지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나라별로 다른 AZ 백신 접종 연령 지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탈리아 당국은 60세 이상에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1차 접종에서 이 백신을 맞은 60세 미만은 2차 접종도 허용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종주국인 영국은 30세 미만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백신 접종 면역 공동위원회(JCVI)는 "뇌 혈전이란 매우 드문 부작용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JCVI 위원장인 웨이 셴 림 교수는 "데이터와 증거에 따라 30세 미만 성인은 가능한 다른 백신을 맞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국에선 지난달 말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2000만회 분 접종됐는데, 79건의 희귀 혈전 발생 사례가 나왔고 그 가운데 19명이 사망했다.

이탈리아 정부 당국자들이 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 당국자들이 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MA의 발표 이전부터 이미 일부 국가들은 접종 연령을 제한해왔다. 프랑스와 캐나다는 55세 미만, 독일과 네덜란드는 60세 미만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경우 60세 미만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1차 접종을 했어도 2차 접종은 다른 백신으로 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한국 역시 60세 미만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이처럼 유럽 국가별로 접종 제한 연령에 차이가 나자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유럽연합(EU) 보건 담당 집행위원은 "EU 전체가 조율한 접근법에 따라 통일된 대응을 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EMA의 이번 발표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과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혈전과의 연관성은 타당해 보인다고 생각되지만,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WHO 백신 안전에 관한 자문위원회(GACVS)의 코로나19 소위원회는 최신 자료를 검토한 후 발표한 성명에서 "백신과 위험 요소 사이의 잠재적 관계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 위험,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고 사망을 줄이는 백신의 잠재력과 함께 평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문위는 다음주에 추가 자료를 검토해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