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칼럼] 송두율과 '개혁코드'

중앙일보

입력

북한 노동당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조선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조선노동당은 …공산주의 운동의 승리를 위하여 헌신적으로 복무하는 선봉적 투사들로서 조직한다 …조선노동당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실시하며 … 남조선에서 미 제국주의 군대를 몰아내고 남조선 인민들의 사회민주화와 생존권 투쟁을 적극 지원하고 …'(조선노동당 규약 1980년 10월 13일 6차 당대회) 한마디로 공산주의 승리를 위한 투쟁 조직이다.

*** '사상의 자유'로 덮을 수 없어

그 당원은 어떤 사람들이 되는가? "노동당원은 유일사상 체계로 확고히 무장된"사람이어야 하고 "당의 노선과 정책을 무조건 접수하고 옹호해야 하며 …당의 유일사상에 어긋나는 자본주의 사상 …을 반대하여 투쟁하며 …사회주의 조국을 튼튼히 보위해야 한다"고 돼 있다.

노동당 정치국은 무엇을 하는가?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 지도하는 정치국은 노동당의 모든 정책을 수립하는 절대 권력기관이다 …정치국은 상무위원 김정일을 중심으로 위원에 이종옥 김영남 … 후보위원에 …연형묵 이선실 등이 있다."('김정일시대의 북한 정치 경제', 을유문화사 77쪽) 사회학자 송두율씨는 바로 이 노동당의 당원이었으며 자신의 말로 정치국 후보위원 대접을 받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 宋씨를 가장 감싸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를 데려온 사람은 누구인가. 그를 민주투사.애국인사로 띄운 방송 책임자는 누구인가. "김철수(후보위원)라도 처벌할 수 있겠나"(강금실 법무), "宋씨 같은 사람 독일 가면 수두룩한데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이창동 문화), "생각했던 것보다 불리한 사실이 많다"(노무현 대통령)

모두가 이 정부 핵심 집권세력이다. 盧대통령이 그렇게 좋아하는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왜 이렇게 宋씨를 감싸는가. 宋씨의 인권 때문인가. 그의 사상.학문의 자유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밝힐 수 없는 무슨 목적이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은 이렇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고"(헌법 전문 및 4조)로 돼 있다. 대통령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돼 있다. 대통령은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산주의를 위해 투쟁할 것을 서약한 핵심 인사를 왜 대통령 주변세력들은 옹호하는가. 이는 헌법이 규정한 국가 수호의무를 저버린 것은 아닌가.

자유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를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산주의 '사상'을 가졌다 해도 '사상'을 가진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그것이 자유요, 인권이다. 그러나 그 사상의 자유가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무너뜨리려 한다면 허용할 수 없다.

오직 공산주의 사상만 인정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실현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당에 들어간 것을 사상의 자유로 용인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자유를 억압하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점이 바로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최후의 선(Bottom Line)이다.

*** 자유민주주의 마지노선 침식

지금 경제가 어렵고, 부동산 값이 오르고, 강성노조가 문제고 …이런 것들은 어쩌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경제는 회복시키면 되고 부동산 값은 잡으면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교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소야대도 문제가 아니다. 소수 정부라 해도 대통령이 정말로 방향을 제대로 잡아 나간다면 국민은 그 대통령을 믿고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의 최후의 선을 지키지 못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상상을 해 보았는가. 宋씨를 추방하느냐, 처벌하느냐의 문제는 큰일이 아니다. 그가 반성을 한다면 용서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이 정부를 끌고 가는 핵심 세력들에 의해 이런 방식으로 침식돼 가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개혁이란 무엇인가. 부패를 없애고, 자유와 인권을 신장시키고, 경제를 풍요하게 만들고 …이런 것을 위해 개혁하자는 것 아닌가. 이 정부 핵심들이 주장하는 개혁코드라는 것도 이런 내용이 아니란 말인가. 그런데 왜 코드 맞는 인사들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가. 그들의 코드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나는 정말로 알고 싶다.
문창극 논설위원실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