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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유니콘 기업도 IT보다 '소부장'서 배출…경쟁력도 '넘사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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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티비엠이 종이와 플라스틱의 대체 소재인 석회암 원료로 만든 친환경 쇼핑백. [사진 티비엠]

티비엠이 종이와 플라스틱의 대체 소재인 석회암 원료로 만든 친환경 쇼핑백. [사진 티비엠]

일본의 티비엠은 석회석(암)을 활용해 종이와 플라스틱의 대체 제품을 생산하는 신소재 스타트업이다. 플라스틱의 원료인 석유와 종이의 원료인 목재 펄프의 사용량을 각각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신소재로 관심을 끌고 있다. 종이 1톤을 생산할 때 나무 20그루와 물 85톤 정도가 필요하지만, 대체 제품은 물 없이 석회석 700㎏ 정도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석회석은 세계 각지에 매장량이 풍부한 편이다. 티비엠이 생산한 대체 소재는 쇼핑백과 명함·메뉴판 등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IT분야 편중된 한국과 차별화 

티비엠처럼 일본의 유니콘 기업은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소부장’으로 불리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일본의 유니콘 기업은 네 곳으로 한국의 11곳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정보통신(IT)분야에 편중된 한국과 달리 소부장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컨설팅업체 아이아이네트워크의 가이자키 히로시 대표는 “소부장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강한 일본 산업의 면모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파이버가 의류업체 노스페이스와 협업해 인공 단백질 섬유로 만든 파카. [사진 스파이버]

스파이버가 의류업체 노스페이스와 협업해 인공 단백질 섬유로 만든 파카. [사진 스파이버]

스파이버는 인공 단백질 섬유 소재를 제조하는 스타트업이다. 식물에서 나온 당류를 원료로 미생물 발효 공정을 거쳐 생산한다. 나일론처럼 석유를 원료로 하는 화학 섬유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 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소재다. 천연 섬유인 비단(명주)보다 강도가 세고 가벼운 데다 일반 물 세탁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의류업체 노스페이스와 협업해 인공 단백질 섬유로 만든 파카를 내놨다.

수소에너지 장비 제조업체인 클린플래닛은 수소를 금속으로 자극을 가해 고효율 에너지를 얻는다. [사진 클린플래닛]

수소에너지 장비 제조업체인 클린플래닛은 수소를 금속으로 자극을 가해 고효율 에너지를 얻는다. [사진 클린플래닛]

장비 분야에서도 돋보이는 유니콘이 있다. 수소에너지 장비 업체인 클린플래닛이다. 수소를 금속으로 자극을 가해 반응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고효율 에너지를 얻는다. 수소만을 이용해 발전하는 기존의 방식보다 효율이 10배 이상 높아 ‘신(新)수소 에너지 장비’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100W를 발전할 수 있는 데, 연내 1㎾를 발전할 수 있는 장비를 내놓을 예정이다. 스마트시티와 사무빌딩을 관리하는 대기업 미쓰비시지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트리플원은 인공지능(AI)용 프로세서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현재 경쟁사들이 주로 12㎚ 공정을 통해 부품을 만들고 있지만, 트리플원은 7㎚ 공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AI용 프로세서는 다량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기 위해 높은 연산능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에너지 비용 때문에 소비 전력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트리플원이 생산하는 부품은 저전력·고성능이란 평가를 받으며 후지쯔에 공급하고 있다. 5㎚ 공정을 거친 신제품(고쿠)을 추가 개발 중인데 동일 성능일 경우 10분의 1수준으로 전력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트리플원이 개발중인 AI용 프로세서 부품. 5㎚ 공정을 거친 저전력ㆍ고성능 제품이다. [사진 트리플원]

트리플원이 개발중인 AI용 프로세서 부품. 5㎚ 공정을 거친 저전력ㆍ고성능 제품이다. [사진 트리플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일본 나고야무역관의 이현수 과장은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e커머스와 중개플랫폼 등 IT 분야에 몰려 있다”며 “향후 신소재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보다 많은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유니콘 기업=혁신적 사업 모델로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한다. 뿔이 하나 달린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만큼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미국의 벤처캐피털(VC) 대표 에일린 리가 2013년 처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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