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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은 내 앞의 현실…너무 늦어도 너무 빨라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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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SK·포스코·한화·GS 등 국내 주요 에너지 기업과 경제연구소 등 10개 업체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에너지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민간 에너지 기업 대부분이 참여하고 정부까지 힘을 보탠 탄소 중립 동맹이 결성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출범식에서는 유정준 SK E&S 부회장을 얼라이언스의 초대 의장으로 추대했다. 유 부회장은 출범식 직전 기자들과 만나 “1988년 석탄 합리화 정책 이후 탈 석탄 사회를 만드는 데 30년 가까이 걸렸다”며 “탄소 중립 목표를 10~20년 안에 달성하려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정준 SK E&S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에너지 얼라이언스를 만든 배경은 뭔가.
“탄소 중립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얘기를 안 하면 요즘에는 촌놈 소리를 듣는다. 기업 현장에서 경험한 위기감은 3~4년 전에 시작됐다. 그동안 탄소 중립은 먼 얘기처럼 들렸으나 이제는 당장 내 앞에 온 현실이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금융회사에 411조원 규모의 고탄소업종 익스포저(대출이나 투자 등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노출된 금액)를 점차 줄여나갈 것을 권고한 게 대표적이다. 그만큼 탄소 집약도가 높은 산업에 투자가 집중됐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도 탈 탄소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화(evolution)하지 않으면 변혁(revolution)의 대상이 돼버릴 위기감이 있다.”
민간보다 정부가 앞서 나가야 할 분야 아닌가.
“탄소 중립은 정책 방향과 함께 타이밍이 중요하다. 세계적 흐름에 너무 뒤처져도 너무 앞서 나가서도 안 된다. 이 타이밍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정책 파트너로서 역할하겠다. 에너지 업계 입장을 대변해 정부 정책을 막겠다는 취지가 아니다. 정부에 효율적인 탈 탄소 정책을 제안하고 동시에 협력하는 게 목표다. ”
탄소 중립과 관련한 세계적 흐름은.
“일본 정부와 기업은 호주에서 수소를 생산해 가져오는 시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주 미국 상원과 하원은 합동으로 수소에 대한 세제 지원에 나섰다. 탄소배출권 1t당 가격이 100달러 시대가 되면 없던 경제성이 새롭게 생긴다. 산업구조가 본격적으로 바뀌는 거다. 국내 배출 탄소 중 87%가 에너지 산업에서 발생한다. 에너지 업계가 주도해 탄소 중립 전략을 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향후 계획은.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해외 기관과 오피니언 리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탄소 중립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할 예정이다. 그다음 한국식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 연말까지 국제연합(UN)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이날 출범식에는 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가 참석했다. 구자용 E1 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김상우 DL에너지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에너지 사장, 정인섭 한화에너지 사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송원표 효성중공업 부사장,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등이다.

얼라이언스 초대 의장 추대된 유정준 SK E&S 부회장

2050년 탄소중립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식이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왼쪽 여섯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에너지 얼라이언스 설립을 위한 상호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 대표이사, 김상우?DL에너지 대표이사, 정연인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정기섭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 유정준?SK?E&S?대표이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허용수?GS에너지 대표이사, 구자용?E1?대표이사, 정인섭 한화에너지 대표이사,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송원표 효성중공업 부사장. 사진=김상선 기자

2050년 탄소중립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식이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왼쪽 여섯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에너지 얼라이언스 설립을 위한 상호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 대표이사, 김상우?DL에너지 대표이사, 정연인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정기섭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 유정준?SK?E&S?대표이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허용수?GS에너지 대표이사, 구자용?E1?대표이사, 정인섭 한화에너지 대표이사,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송원표 효성중공업 부사장. 사진=김상선 기자

산업부, "신산업 육성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정부는 민간 주도의 탄소 중립 동맹에 반색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출범식 축사를 통해 “탄소 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뉴노멀이 됐다”며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을 계기로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탄소 중립이란 도전적 과제에 대응하고 신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이어 “정부 차원의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며 “탄소 중립이라는 도전을 기업과 정부가 함께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국내 에너지 기업 대부분이 참여한 에너지 동맹이 결성된건 그만큼 탄소 중립이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 됐기 때문이다. 올해 초 출범한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5년을 목표로 탄소세 도입을 추진하는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 3월부터 금융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 의무화를 명령했다. 여기에 2023년까지 탄소 국경세 도입을 추진하는 중이다.

미국 등에선 탄소 탈투자 신조어도 등장

미국 등에선 탄소 다 배출 제조 기업에 대한 탈투자(divestment) 현상도 관찰된다. 탈투자는 탄소 배출 저감에 소극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투자금 회수 뿐만 아니라 투자 금지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담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핀크 CEO는 지난 1월 주요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기후변화는 현대적 금융 체계의 기본적인 상황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관련 싱크탱크의 예측도 비슷하다. IEA는 올해를 넷 제로(온실가스 배출량 제로) 원년으로 선언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7%가 줄어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한 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올해는 넷 제로(온실가스 배출량 제로)에 도전하는 각국 정부와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2050년 탄소중립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식이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했다. 김상선 기자

2050년 탄소중립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식이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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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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