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설탕세? 가당키나 한가

중앙일보

입력 2021.04.06 08: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99)

 얼마 전만 해도 귀중품, 명절선물로서 최고 인기였던 설탕이 몹쓸 식품으로 전락했다. 비만과 당뇨 등 성인병이 주범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사진 pixnio]

얼마 전만 해도 귀중품, 명절선물로서 최고 인기였던 설탕이 몹쓸 식품으로 전락했다. 비만과 당뇨 등 성인병이 주범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사진 pixnio]

국회가 설탕세 법안을 발의했다. 설탕세는 설탕이 들어간 음료수를 제조·가공·수입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식음료의 가격이 올라가면 해당 제품의 소비가 줄어들어 비만·당뇨 등 성인병의 방지에 기여한다는 논리에 기초했다. 1% 이하, 단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양에도 부과된다(자료 참조).

이미 몇 나라에서 비슷한 제도(비만세)가 도입됐지만 조세 저항이 만만찮았고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 폐지한 나라도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비만 인구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권인데도 말이다. 설탕세 도입이 얼마나 부당한지, 왜 애먼 설탕인가를 짚어본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겐 설탕이 몹쓸 식품으로 전락했다. 혐오의 대상이 됐다. 얼마 전만 해도 귀중품, 명절선물로서 최고 인기였음에도 말이다. 그럼 과연 설탕만 피한다고 비만과 당뇨 등 성인병이 해결될까. 국민의 건강이 증진될까. 먹거리가 넘쳐나 무차별 먹어대 비만과 성인병을 자초해 놓고는 그 탓을 설탕으로 돌리는 처사가 과연 옳은 걸까.

미만과 성인병을 설탕 탓으로 돌리지만 그건 핑계다. 우리의 소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세계 평균 정도로 1인당 연 25㎏쯤 된다. 비만율은 OECD 국가 중 일본 다음으로 꼴찌를 면했다(1위 미국(40%), 우리는 끝에서 2번째(5.3%), 꼴찌 일본(4%)). 비만 인구가 적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비만에 대한 걱정은 세계 최고이고 다이어트법에 경비지출은 세계 으뜸이다.

설탕이 인체에 나쁘지 않다는 데는 다들 동의한다. 벌꿀과 함께 가장 좋은 에너지원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함에도 설탕은 혈당을 갑자기 올려 당뇨병을 유발하고, 구성당의 반인 과당이 지방간의 원인이라는 논리를 편다. 나는 자제하는데 식당 혹은 업자가 억지로 먹여 그렇다고 남 탓을 한다. 덩달아 보건당국도 하루 권장량을 정해주고 경고한다. 실은 설탕이 포도당보다 혈당지수가 낮다.

그렇다면 설탕만 피한다고 당을 먹지 않을 수 있을까. 설탕이 아니고서도 설탕 이상으로 우리를 살찌게 하는 당류는 쌔고 쌨다. 세간에 설탕은 기피 식품으로, 벌꿀과 과일은 좋은 천연식품으로 친다. 과연 그럴까. 벌꿀도 설탕 성분이고 과일의 단맛도 대부분 설탕이라고 하면 한소리 듣겠지? 실제 꿀은 꽃에 있는 설탕을 벌이 물어다 소화시켜 포도당과 과당으로 잘라 놓은 것이다. 꿀의 반은 과당인 셈이다. 사람도 설탕을 먹으면 소화기관에서 순식간에 포도당과 과당으로 잘려 흡수된다. 결국은 벌꿀이나 설탕이나 먹고 나면 도긴개긴이라는 거다. 아래 자료는 우리가 자주 먹는 과일의 당 함량다. 양적인 차이는 있지만 단맛의 주체는 모두 포도당, 과당, 설탕이다.

이들 외에도 또 다른 단맛이 있다. 먼저 설탕보다 더 죄악시하는 액상과당이다. 콘시럽(HFCS, high fructose corn syrup)이라고도 한다. 옥수수전분을 효소로 당화하고 나오는 포도당을 역시 효소를 사용해 반 정도를 과당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 시럽의 당조성은 포도당과 과당이 반반쯤 섞여 있어 벌꿀과 거의 같다. 그 좋다는 고로쇠 물도 단맛의 주체는 설탕이다. 단풍나무 수액을 농축한 메이플시럽도 설탕물이다. 식혜, 물엿(조청), 엿은 전분을 효소로 잘라 만든 맥아당(말토오스)이 단맛의 주체이다. 우리가 먹으면 즉각 소화효소에 잘려 2개의 포도당으로 되어 흡수된다. 또 있다.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곡물과 서류  전분도 전부 포도당으로 소화되어 흡수된다. 열량은 설탕, 벌꿀, 물엿, 포도당, 과당이 다 똑같다.

백보 양보해 설탕과 과당이 나쁘다고 치자. 그런데 왜 과일 속 과당은 예외이지? 자료에 보면 과일 단맛의 태반이 과당이다. 과일이라는 이름도 과당에서 나왔다. 액상과당 속 과당도 이와 똑같다. 과당이 나쁘다면 우리는 과일을 기피하거나 함량이 적은 종류를 골라 먹어야 하지 않나? 자세히 보니 과당이 들어있지 않은 과일은 없다. 또 설탕이 나쁘다면 설탕은 없고 당조성이 벌꿀과 똑같은 포도만 먹던가. 아니, 포도에도 나쁘다는 과당이 반이나 들어있다. 미안하지만 과당은 당 중에서 가장 맛이 좋고 감미도와 용해도는 최고이다. 혈당지수의 대상도 아니다. 과당이 지방간의 원인이라는 확실한 근거도 없다. 몸속에서는 필요에 따라 과당과 포도당은 서로 변환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당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건가. 아니면 과일즙과 벌꿀은 제외하고 설탕과 액상과당에만? 필시 그럴 것이다. 평소 과일과 벌꿀이 몸에 좋다고 그렇게 강조하고 권장했으니까. 그럼 설탕이 들어간 빵, 과자,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은 어떻게 하고. 또 다른 걱정이 있다. 설탕을 제한하면 아스파탐, 사카린, 자일리톨 등 인공(대체)감미료의 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거.

뭐든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결론은 인간이 무분별하게 포식해 탈을 내놓고 그 탓을 특정 식품에만 돌린다는 거, 이게 옳은 처사인가 싶다. 과거 설탕은 귀하고 약으로도 쳤다. 그러던 것이 왜 천덕꾸러기가 되고 먹기를 법으로 규제할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을까. 싸고 맛좋고 과하다는 것만으로? 피로할 때 한잔 타 마시면 피로가 싹 가신다. ‘에너지원으로는 최고다’, ‘신이 내린 음식이다’ 어딘가에 필자가 이렇게 썼더니 ‘니나 많이 X먹어라’는 댓글이 달렸다. 설탕에 대한 선입견이 이렇게 깊다. 당에는 나쁜 당도 착한 당도 없다. 천연당도 인공당도 없다. 당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공을 거친 당은 나쁘고 천연에서 채취한 당은 좋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유사과학에 휘둘리지 말자.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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