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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안 짓는 사람은 농지매입 더 어렵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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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농지가 투기의 대상이 됐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허술했던 농지 관리체계 개선 작업을 본격화한다. 귀농 등을 목적으로 한 농지 취득은 그대로 장려하고, 투기 목적의 농지 거래에는 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출렁였던 농지 가격에 대해 정부는 “투기적 수요 때문에 농지 가격에 교란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농지 투기 방지 4개법안 발의 #농지취득자격증부터 심사 강화 #지역농민·전문가 위원회 거쳐야 #귀농 목적 땅 사는 건 계속 장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여당은 정부의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 관리 개선방안’의 후속 조치로 4개 관련 법안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 심사를 강화하는 농지법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불법 농업법인 규제를 강화하는 농어업경영체육성법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농지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농어촌공사법 ▶농지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특별사법경찰제 도입을 위한 사법경찰직무법 등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된 농지개혁 관련 4개 법안에 대해 법안소위에 넘기는 절차가 4월 중순 안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차적으로 농지 취득 과정을 어렵게 하는 게 이번 정부 대책의 핵심이다. 투기 혐의를 받는 LH 직원이 해당 농지를 취득하면서 영농경력을 5년·7년이라고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자 ‘LH에서 일하면서 어떻게 장기간의 영농경력까지 쌓을 수 있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앞으로는 농취증 심사에서 직업·영농경력 등을 기재할 때 관련 증빙 서류 제출을 의무화한다. 농취증 심사 과정에는 지역 농업인·전문가·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농지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더했다.

그동안의 농지 정책은 농촌 인구 감소와 자본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농지 취득 관련 사전 규제는 완화하고,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LH 사태처럼 신도시 개발예정지 등을 중심으로 투기 사례가 나타나자, 다시 농지 취득을 어렵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해석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지 가격은 ㎡당 3만9000원으로 10년 전보다 약 1.8배 올랐다. 이번 대책으로 농지 거래가 줄면 땅값이 떨어져 농민의 불만이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의 초점은 투기가 의심되는 지역과, 투기가 의심되는 사람에 맞춘 것”이라며 “농지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발라내면 오히려 실수요자 중심의 농지 거래가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지 거래까지 위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연간 농지 거래는 농취증 발급 기준 약 35만 건, 면적으로는 약 5만7000㏊에 이른다”며 “주말·체험 영농 농지 거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업 경영을 목적으로 제대로 할 사람만 하게 하고 우려되는 부분만 핀셋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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