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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산처럼, 때론 송장처럼…오늘도 매트 위에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59)

요가를 한 지 3개월이 됐다. 시작은 늘 그렇듯 새해맞이 운동결심 때문이었다. 코로나로 피트니스 센터를 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한강 고수부지나 뒷산을 걷고 싶어도 해가 늦게 떠 식구들 아침 식사 시간에 맞춰 돌아오기가 빠듯했다. 그래, 다들 홈트 한다고 하던데 나도 이번에는 유튜브로 해보자.

커플 피트니스, 몸을 쭉쭉 뻗는 에어로빅, 부위별 근력 강화 운동법 등 흥미로워 보이는 영상이 등장하면 일단 따라 해봤다. 땀이 나고 숨도 차는 걸 보니 운동 효과는 있음 직했지만, 다시 그 채널을 찾아 들어갈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운동이 끝나면 힘이 들 뿐, 몸이 가벼워지거나 즐거운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인드풀니스’, 요가는 몸과 마음을 함께 챙기는 수련의 과정이다. [사진 Lesly Juarez on unsplash]

‘마인드풀니스’, 요가는 몸과 마음을 함께 챙기는 수련의 과정이다. [사진 Lesly Juarez on unsplash]

지금은 강한 자극을 주는 운동보다 내 몸을 돌봐 주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 들어봤던 요가 수련 채널을 클릭했다. ‘요가를 좋아하는 소년(요가소년)’이 운영하는 채널인데 요가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로 팬이 많다. 마침 새해 이벤트로 ‘2021, 30일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1월 한 달 동안 오전 6시부터 7시까지 요가소년과 함께 실시간으로 수련한다는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각자의 매트 위에서 같은 영상을 틀어 놓고 운동을 한다니 호기심이 생겼다. 이렇게 나의 요가 라이프가 시작됐다.

요가가 처음은 아니다. 20대에는 인도 문화에 대한 막연한 관심으로, 30대에는 임산부 요가를 하느라, 40대에는 딸 아이의 스트레칭을 위해 함께 몇 달씩 요가 클래스에 참여했다. 낯설지 않은 동작이지만 그럼에도 이번 요가 수련이 특별한 건 숨 쉬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들이마시고, 크게 내 쉬고, 이제 자연스럽게 호흡합니다”라는 요가 강사의 말을 무심코 들어넘기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 호흡이 요가의 절반 이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할까. 아마 호흡에 더 집중하는 ‘인요가(yin(陰)요가)’를 제대로 한 게 처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온몸의 스트레칭과 이완에 중점을 둔 정적이고 편안한 인요가와 몸의 열감을 느낄 정도로 지속해서 동작을 바꿔 움직이는 빈야사 요가를 번갈아 하다 보면 머물고 움직이는 몸과 마음을 자연스레 들여다보게 된다.

호흡에 집중하면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 이후에야 자연스럽게 내 몸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들여다본다. 비염이 있기 때문에 몸 컨디션이 안 좋을 때나 기온이 확 떨어지면, 코로 숨을 크게 쉬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코가 막혀 답답하거나 콧물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럴 때면 어쩔 수 없이 매트 옆에 휴지 몇장을 가져다 놓고 풀어가며 했다. 몸이 데워지고 숨을 고른지 몇 분이 지나면 놀랍게도 호흡이 안정을 찾고 편안해졌다. 숨을 편하게 쉬는 것만으로 이렇게 컨디션이 좋아지다니!

몸을 세운 후 손을 하늘을 향해 끌어 올리듯 쭉 펴는 동작으로 시작하는 ‘수리야 나마스카나'는 태양을 향해 전하는 감사의 인사다. [사진 Katee Lue on unsplash]

몸을 세운 후 손을 하늘을 향해 끌어 올리듯 쭉 펴는 동작으로 시작하는 ‘수리야 나마스카나'는 태양을 향해 전하는 감사의 인사다. [사진 Katee Lue on unsplash]

스트레칭도 되고, 근력운동도 되지만 요가가 다른 운동과 다른 점은 마음까지 수련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요가 강사의 디렉션에 맞춰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을 점검해 볼 수 있다.

“너무 애쓰지 마세요. 여러분만의 요가가 있습니다(그래, 나만의 호흡을 찾자). 비교하지 마세요. 자신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동작으로 편안하게 나를 구석구석 바라보세요(그래, 나를 들여다보자).”

요가 수련을 하며 내가 어떻게 숨을 쉬는지 알게 되었고, 내 몸을 지긋이 바라보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작은 매트 위에 올라가는 시간이 즐거운 건 이렇게 나를 만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에 관심을 갖다 보니 집에 있는 요가 관련 책을 다시 읽게 되었는데, 스트랄라 요가의 창시자 타라 스타일즈의 『요가 치료』(처음북스)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요가는 심신을 치유하는 일련의 유동적인 자세와 그 길을 안내하는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 자세로 넘어가는 동작이든 자세를 유지한 채 호흡을 하는 동작이든, 각 자세에는 풍부한 움직임이 있다. 깊은 들숨과 날숨은 자세에 생명을 불어넣고 온전한 자신과 연결해준다. 호흡을 하며 동작을 하면 모든 움직임이 물 흐르듯 수월해진다. 몸이 저항업이 펴지고 튼튼해지며, 마음은 집중되고 안정된다. 호흡에 본질적으로 집중하는 것과 움직임을 차분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생기는 치유력은 요가를 다른 스포츠나 체조, 무용 등과 차별화시킨다. 요가는 내면과 외면을 통합하는, 움직이는 명상이다.”

요가 수련이 끝나고 마지막에 호흡을 정리하고 온 몸의 이완을 하는 송장자세, 사바아사나. 이렇게 누워 있다 보면 놀라운 편안함을 맛보게 된다. [사진 Anton Shuvalov on unsplash]

요가 수련이 끝나고 마지막에 호흡을 정리하고 온 몸의 이완을 하는 송장자세, 사바아사나. 이렇게 누워 있다 보면 놀라운 편안함을 맛보게 된다. [사진 Anton Shuvalov on unsplash]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내가 좋아하는 자세인 ‘타다아사나(Tadasana, 산(山) 자세)’는 발을 모으고 똑바로 서 있는 상태다. 두 발을 땅에 단단하게 딛고 팔을 편안하게 내리며 등을 곧게 세운다. 가슴을 펴고 손바닥을 앞을 향하게 한다. 골반을 위쪽으로 끌어 올리고 발가락부터 올라오는 힘을 느낀다.

이 상태로 호흡하다 보면 이 자세를 왜 ‘산 자세’라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 내가 산이 된 듯 에너지가 채워지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 수련 마지막에 하는 ‘사바아사나(Savasana, 송장 자세)’도 좋아한다. 매트 위에 누워 양팔은 엉덩이 옆에 자연스럽게 두고, 다리는 골반 넓이로 벌린 후 온몸의 힘을 푸는 자세인데, 죽음을 뜻하는 송장이란 이름처럼 몸의 완전한 이완을 할 수 있다. 다른 때에는 못 느끼는 깊은 편안함을 얻는다.

물론 호흡이 가빠지고 땀이 날 정도로 버거운 자세도 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그런 자세를 할 때도 호흡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내 몸 어느 곳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산스크리트어로 요가(yoga)는 통합, 참여, 완성, 흡수를 말한다고 한다. 요가의 뜻처럼 나 역시 수련을 하며 몸과 마음이 열리고 만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하는 하루는 어느 때보다 에너지가 가득 차고 마음이 편안하다.

“내일 또다시 매트 위에서 뵙겠습니다. 나마스테(Namaste, 당신과 내 안의 신성한 빛에 경배합니다)”를 매일 매일 읊조릴 수 있기를!

전 코스모폴리탄·우먼센스 편집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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