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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Money] 바이든 법인세 인상, 그 이면의 숨은 그림

중앙글로벌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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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기업 법인세와 관련해  ‘바이든 레짐(Biden’s regime)’이 등장한다.

바이든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선언 #아일랜드 등 낮은 세율 국가는 타격 #미 법인세율 인상은 주주몫 줄이기 #리버럴(진보진영)의 숙원 사업 해결 #캐터필러, US스틸 등 바이든 테마주 #올해 2월 이후 주가 상승률 눈에 띄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2조2500억 달러(약 2540조원)에 이르는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그의 출생지이면서 미국 전통산업의 상징인 피츠버그 연설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로와 교량 개선, 반도체, 전기차 같은 제조업에 2조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인프라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를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세율인 21%에서 28%로 올리는 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일랜드 등 바짝 긴장

그런데 바이든의 세법 개정안에 아일랜드 등 지금까지 법인세를 낮게 유지해온 나라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바이든의 이날 연설에서 낯선 표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글로벌 최저 (법인) 세율(global minimum tax rate)’이다.

바이든은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법인세를 낮추는 경쟁을 중단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선언이 실행되면, 이른바 법인세율아비트러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 전망이다.

아일랜드를 활용한 조세 회피

아일랜드를 활용한 조세 회피

지금까지 아일랜드와 터키, 바하마, 케이먼아일랜드 등이 10~15%대의 법인세율을 제시해, 상대적으로 세율이 높은 미국 등에서 정보기술(IT)과 금융기업 등을 유치해왔다.

바이든은 이런 나라들을 압박해 법인세율을 미국과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올릴 요량이다. 이른바 ‘바이든 레짐’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아이리시타임스는 이날 “바이든의 글로벌 최저 세율이 공화국(아일랜드)에 큰 위험이다”고 보도했다. 유럽 최빈국 아일랜드가 IT 메카로 부상한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잉여현금 사냥=美 리버벌의 숙원

바이든은 글로벌 레짐이 구축되기 이전에라도 구글 등이 지식재산권 등을 통해 해외에서 번 돈에 대한 세금(GILTI) 등을 13% 안팎에서 21%까지 올릴 계획이다.

바이든 레짐의 핵심 타깃은 기업의 잉여현금(free cash)이다. 기업이 재투자와 빚 청산 등 사업활동 과정에서 쓰고 남아 경영진이 주주에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으로 돌려줄 수 있는 돈이다.

미국 진보의 타깃인 기업의 잉여현금

미국 진보의 타깃인 기업의 잉여현금

잉여현금은 미국 리버벌(진보) 진영이 예의주시한 곳간이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2000년 이후 벌인 경제개혁연구(해밀턴 프로젝트)에서 “기업의 잉여현금이 소수의 대주주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가 양극화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인프라 개선에 쓰면 미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잉여현금 흡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도 추진됐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정치지형 탓에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트럼프 시절엔 오히려 법인세율이 인하됐다. 미국 리버럴의 숙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뤄질 태세다.

“바이든 인프라 투자=주주 몫 줄이기”

바이든의 제안이 법으로 제정되기 위해서는 월가와 다국적 기업의 로비를 뚫어야 한다. 그의 제안대로 법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바이든의 계획대로 이뤄지면 우선 기업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우선 줄어들 전망이다. 1980년 이후 강화한 '주주 자본주의'가 약화할 수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이코노믹 어드바이저가 이날 칼럼에서 “바이든의 인프라 투자는 (노동자와 견줘) 주주들에게 더 큰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까닭이다.

바이든 인프라 테마주는?

바이든이 법인세를 올려 거둬들인 돈으로 △다리·도로 등 인프라 혁신에 6000억 달러를 △주택개량 등에 6500억 달러 △돌봄 경제를 위해 4000억 달러를 △연구개발(R&D)·제조업 지원에 5800억 달러 등을 쓰겠다고 했다.

그의 법인세 인상이 미 재계와 주주에게 나쁜 뉴스지만, 일부 기업엔 복음이 될 수 있다. 바로 '바이든 인프라 테마주'로 꼽히는 철강과 중장비 종목이다.

바이든의 인프라 계획은 이미 테마주의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US 스틸(그래프의 빨간 선)과 누코(흰 선), 캐터필러(파란 선), 스틸다니아믹스(터키색 선) 등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바이든 인프라 테마주 상승률: 올해 2월1일 기준, 단위: %

바이든 인프라 테마주 상승률: 올해 2월1일 기준, 단위: %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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