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라운지] 디지털에 밀려난 X선 필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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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세브란스병원엔 세 곳의 X선 필름 보관소가 유물처럼 남아 있다. 본관 1층 진단방사선과 옆과 종합관 지하, 원무과 옆에 있는 보관소는 적지 않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강화도에 있는 창고까지 포함하면 보관소의 면적은 더욱 넓어진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X선 필름 보관소는 마치 도서관의 대출창구마냥 분주했다. 전담 직원 10명이 쉴 새 없이 필름을 찾아 외래 직원에게 전달했다. 간호사.인턴.레지던트도 입원 환자의 필름을 구하기 위해 보관소를 수시로 들락거렸다. 가끔 환자의 필름이 사라져 며칠씩 보관소를 이 잡듯 뒤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600만 장 이상(환자 15만여 명분) 쌓여 있는 필름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의사나 간호사는 거의 없다. 보관소는 단지 의료법에 따라 필름을 보관하기 위한 장소일 뿐이다.

2002년 8월 팩스(PACS)를 도입하면서 X선 필름 상태로 환자를 진료하는 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팩스는 의사가 진료실에서 필름 대신 컴퓨터 화면을 통해 X선.CT.MRI 등 의료 영상을 바로 보는 '디지털 영상전송 시스템'이다. 1994년 삼성서울병원에 처음 선보인 뒤 대형 병원들은 앞다퉈 팩스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환자의 X선 검사 결과를 모든 진료과에서 함께 보게 돼 그만큼 오진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골절 환자는 5분 안에 자신의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자신의 X선 촬영 결과를 봐가며 의사의 설명을 듣는다. 다른 병원으로 옮길 때도 CD 한 장만 들고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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