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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축구.공.감] 한일전 꼬인 실타래, 대화로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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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과 축구대표팀 선수단이 26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통해 귀국했다. [뉴스1]

파울루 벤투 감독과 축구대표팀 선수단이 26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통해 귀국했다. [뉴스1]

축구대표팀 한일전 참패(0-3)의 후폭풍이 좀처럼 가실 줄 모른다. 여러 날이 지났지만, 두 나라 모두 한일전 이슈로 여전히 뜨겁다. 안방에서 숙적을 제압한 일본이 축제분위기인 반면, 굴욕을 맛본 한국은 여기저기서 삐걱댄다는 게 다를 뿐이다. 원정 A매치에 참여한 한국 선수단이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도 없이 귀국한 게 우울한 승부 속 유일한 위안이다.

일본의 축구 팬과 매체들은 ‘한국 축구 놀리기’에 재미 붙인 모습이다. “향후 한일전에 헬멧이나 마우스 피스를 지급하라”거나 “팔꿈치 치기만큼은 한국의 압승“이라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는다. 29일엔 “대한축구협회 호랑이 엠블럼이 고양이처럼 보였다”는 조롱도 등장했다.

이전 여러 번의 한일전과 비교해 들뜬 분위기가 역력하다. 도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자국에서 치른 스포츠 이벤트 승리의 쾌감을 최대한 만끽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다시 만날 지 모를 한국을 가급적 흔들어 놓자는 의도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 입장에선 그리 유쾌하지 않다.

국내에선 파울루 벤투(51ㆍ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도중 불명예 퇴진한 전임 울리 슈틸리케(67ㆍ독일) 감독과 비교하는 기사와 댓글이 부쩍 늘었다. 주제는 대체로 ‘슈틸리케호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쪽이다.

불신으로 가득한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도 벤투 감독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한다. 한일전 엔트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홍명보(울산), 박진섭(서울) 감독의 문제제기로 K리그 구단과 소통 부재가 이슈로 떠올랐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실상 벤투호는 축구협회 내부와도 소통이 부족한 상태다.

한국은 단조로운 전술과 선수 구성으로 일본전에 나섰다가 완패를 경험했다. [연합뉴스]

한국은 단조로운 전술과 선수 구성으로 일본전에 나섰다가 완패를 경험했다. [연합뉴스]

벤투 감독은 한일전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주세종(감바 오사카), 경기 감각이 떨어진 김영권(감바 오사카)과 박지수(수원FC), 홍철(울산) 등을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이는 벤투호의 선수 선발 시스템이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다. 아울러 국가대표팀을 지원하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구 기술위원회)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벤투호는 6월 이후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과 최종예선 등 굵직한 일정을 치른다. 한일전에서 드러난 잘못을 이때도 되풀이한다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도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우선 협회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A팀 인재풀 관리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되짚어야 한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 (전력강화위원회의) 합리적인 제안조차 귀를 닫는 무소불위의 ‘권력’은 아니다.

K리그 지도자들과 소통도 중요하다. 이미 선수 선발 방식에 대해 일부 지도자들이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토로하는 등 삐걱대기 시작했다. 한일전 또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K리그 팀들이 선수 차출을 거부할 권리(자가격리 5일 이상이면 가능)를 가졌지만, 대승적으로 협조해 성사됐다. 평소 선수 소속팀과 관계를 매끄럽게 다져놓지 않으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차출 여부가 골치 아픈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언론과의 열린 대화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대표팀 운영 철학과 중ㆍ장기 비전을 공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 벤투 감독에게 필요한 건 오직 하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을 ‘열린 입’이다.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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