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전날 송파에 이어 서초와 강남을 찾아 유세를 펼쳤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민주당 열세 지역이지만, 이곳의 표차는 박빙의 승부를 가르는 이유가 되곤 했다.
“강남·서초에 평당 1000만원 아파트”
박 후보는 서초 고속터미널역 경부선 광장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해 5만평은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고 5만평에는 평당 1000만원 짜리 ‘반값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남대교 입구에서부터 양재까지 6㎞를 지하화하면 약 10만평 이상 땅이 나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의 영향을 받는 강남의 아파트 평(3.3㎡)당 평균매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7479만원었고, 서초는 6459만원이었다. 박 후보의 약속은 주변 시세보다 약 7분의 1 가격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박 후보는 “그렇게 되면 집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확 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공공주도 한쪽으로 너무 방점이 찍히다 보면 주민들의 의견이 완전히 수렴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공공·민간 참여형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민간에서 도서관을 지으면서 아파트를 분양하면 분양가가 너무 올라가지 않나. 공공과 민간이 함께 해서 분양가를 조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4 대책 등에서 공공주도 공급 정책을 강조해 온 문재인정부와는 다른 길을 고민하겠다는 취지다.
박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재건축 공약에 대해선 “이제부터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며 “오 후보처럼 일주일만에 허가하면 어떻게 되냐. 서울은 투기장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취임 일주일 안으로 강남·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의 안전진단에 착수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박 후보는 대신 “내가 시장되면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이 느렸던 곳을 한곳한곳 직접 찾아가서 챙겨보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 “부동산감독청을 만들겠다”며 “투기꾼을 깨끗이 잡아내는 역할을 해서 서울 주민들이 다시는 투기와 전쟁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 “서울은 남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여서 남산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35층 규제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후보는 이날도 오 후보 과거를 공격했다. 박 후보는 “10년 전 오세훈 시장의 참혹했던 서울을 생각해보라. 7조원의 빚을 남겼다”며 “수해방지 예산을 깎은 탓에 우면산은 쏟아 내렸고 광화문 광장과 강남역이 다 침수됐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장이 매일 대통령과 싸우고 서울을 정쟁으로 만들어 매일 불안하게 한다면 서울은 갈등의 도가니가 된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저녁엔 강남역을 찾아 유세를 펼쳤다. 그는 오 후보를 향해 “이런 차별주의자가 또 시장으로 오면 서울은 갈등의 도가니가 될 것”이라며 “갈등은 파괴와 후퇴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유세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투기 관련 부분은 좀 더 단호히 대처했어야 했다”며 “일종의 적폐청산을 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비판도 한 때 고조됐다. 주춤거렸었는데 지금 복기해보면 당시 더 단호히 대처했어야 하지 않을까 반성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2010년 강남 몰표의 악몽
강남 3구는 민주당에겐 뼈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0.6%포인트 차이로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를 제쳤다. 불과 2만 6412표 차이였다. 한 후보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곳에서 오 후보에 앞섰지만, 강남 3구에서 오 후보 몰표가 나왔던 게 결국 승패를 바꿨다. 오 후보는 강남 3구에서만 39만 7064표를 얻어 한 후보를 12만 6930표차로 따돌렸다. 민주당이 험지인 강남 3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윤성민·남수현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