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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악몽 기억한 박영선 "강남에 평당 1000만원 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28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전날 송파에 이어 서초와 강남을 찾아 유세를 펼쳤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민주당 열세 지역이지만, 이곳의 표차는 박빙의 승부를 가르는 이유가 되곤 했다.

“강남·서초에 평당 1000만원 아파트”

박 후보는 서초 고속터미널역 경부선 광장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해 5만평은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고 5만평에는 평당 1000만원 짜리 ‘반값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남대교 입구에서부터 양재까지 6㎞를 지하화하면 약 10만평 이상 땅이 나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의 영향을 받는 강남의 아파트 평(3.3㎡)당 평균매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7479만원었고, 서초는 6459만원이었다. 박 후보의 약속은 주변 시세보다 약 7분의 1 가격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박 후보는 “그렇게 되면 집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확 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광장에서 시민들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를 듣고 있다. 뉴스1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광장에서 시민들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를 듣고 있다. 뉴스1

박 후보는 “공공주도 한쪽으로 너무 방점이 찍히다 보면 주민들의 의견이 완전히 수렴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공공·민간 참여형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민간에서 도서관을 지으면서 아파트를 분양하면 분양가가 너무 올라가지 않나. 공공과 민간이 함께 해서 분양가를 조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4 대책 등에서 공공주도 공급 정책을 강조해 온 문재인정부와는 다른 길을 고민하겠다는 취지다.

박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재건축 공약에 대해선 “이제부터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며 “오 후보처럼 일주일만에 허가하면 어떻게 되냐. 서울은 투기장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취임 일주일 안으로 강남·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의 안전진단에 착수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박 후보는 대신 “내가 시장되면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이 느렸던 곳을 한곳한곳 직접 찾아가서 챙겨보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 “부동산감독청을 만들겠다”며 “투기꾼을 깨끗이 잡아내는 역할을 해서 서울 주민들이 다시는 투기와 전쟁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 “서울은 남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여서 남산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35층 규제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1일 점주 체험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1일 점주 체험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 후보는 이날도 오 후보 과거를 공격했다. 박 후보는 “10년 전 오세훈 시장의 참혹했던 서울을 생각해보라. 7조원의 빚을 남겼다”며 “수해방지 예산을 깎은 탓에 우면산은 쏟아 내렸고 광화문 광장과 강남역이 다 침수됐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장이 매일 대통령과 싸우고 서울을 정쟁으로 만들어 매일 불안하게 한다면 서울은 갈등의 도가니가 된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저녁엔 강남역을 찾아 유세를 펼쳤다. 그는 오 후보를 향해 “이런 차별주의자가 또 시장으로 오면 서울은 갈등의 도가니가 될 것”이라며 “갈등은 파괴와 후퇴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유세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투기 관련 부분은 좀 더 단호히 대처했어야 했다”며 “일종의 적폐청산을 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비판도 한 때 고조됐다. 주춤거렸었는데 지금 복기해보면 당시 더 단호히 대처했어야 하지 않을까 반성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2010년 강남 몰표의 악몽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모습 [중앙포토]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모습 [중앙포토]

강남 3구는 민주당에겐 뼈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0.6%포인트 차이로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를 제쳤다. 불과 2만 6412표 차이였다. 한 후보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곳에서 오 후보에 앞섰지만, 강남 3구에서 오 후보 몰표가 나왔던 게 결국 승패를 바꿨다. 오 후보는 강남 3구에서만 39만 7064표를 얻어 한 후보를 12만 6930표차로 따돌렸다. 민주당이 험지인 강남 3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윤성민·남수현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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