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 맷집’ 생긴 통영 음악제, 취소ㆍ불안 장애물 넘어 개막

중앙일보

입력

26일 경상남도 통영에서 개막한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연주한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왼쪽)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26일 경상남도 통영에서 개막한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연주한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왼쪽)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출연을 약속했던 연주자는 코로나에 감염됐고, 참여하지 못하게 된 오케스트라도 있었다. 또한 연주할 예정이던 바이올리니스트는 손가락 부상으로 공연을 취소했다. 2021 통영국제음악제에는 장애물이 속출했다. 하지만 26일 개막 공연을 올리면서 열흘 20회 공연의 일정을 시작했다.

2021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이날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통영국제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축제가 개막했다. 본래 이 무대를 예정했던 피아니스트는 이달 초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입국하지 못했고 협연자가 급하게 변경됐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가 개막하기까지 장애물은 곳곳에 있었다. 코로나를 비롯해 여러 요인으로 연주자들이 불참했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은 31일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관련 방역 사항을 조율하지 못해 무대를 취소했다. 30ㆍ31일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연주하려 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손가락 부상 때문에 무대에 서지 못한다.

하지만 통영국제음악제는 돌발 상황에도 불구하고 첫 무대를 올렸다. 김봄소리는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선택해 빠르게 달려나가는 연주를 들려줬다. 격정적인 부분에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나가며 숨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연주를 마치고는 청중을 향해 “이렇게 큰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무대가 너무 오랜만이라 감격스럽다”고 했다.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와 함께 쇼스타코비치의 대표곡인 교향곡 5번으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어 소극장인 블랙박스에서는 오후 10시에 발레리나 김주원, 배우 한예리가 달에 인생을 빗댄 무용극 ‘디어 루나’를 초연했다.

26일 오후 10시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공연한 '디어 루나'.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26일 오후 10시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공연한 '디어 루나'.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통영 태생의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며 1999년 시작한 ‘윤이상 음악의 밤’과 2000년 ‘통영현대음악제’를 모태로 2002년 출범한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취소됐다. 23개국 아티스트 363명의 무대를 계획하고 지난해 1월 티켓 판매를 시작했지만 3월 초에 코로나로 인한 전면 취소 소식을 알렸다. ‘코로나 맷집’이 생긴 음악제는 올해 코로나 맞춤형으로 공연을 이어간다. 객석 한 칸 띄기 판매는 물론 모든 출연자와 직원, 스태프 전체가 축제 합류 1주 이내의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제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가 바뀌어도 음악제가 계속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2단계 이하일 때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공연을 병행하고, 2.5단계부터는 관객 없는 온라인 생중계를 하기로 했다.

통영의 코로나 상황은 서울에 비해 나은 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1.5단계이고, 확진자는 개막일인 26일에 3명, 이튿날에 2명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아티스트와 관객이 통영에 모이는 데 대한 불안감도 음악제가 넘어야할 장애물이었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재단의 대표로 취임한 이용민은 “지역의 방역단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자체 방역수칙과 음악제 개최의 당위에 대해 아티스트와 지역민 모두로부터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우리 음악제가 스타트를 잘 끊어야 이후 공연예술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실제 전국에서 많은 격려 메시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통영국제음악제를 신호탄으로 음악제가 이어진다. 대표적 봄 음악제이지만 지난해 취소된 후 각각 여름ㆍ가을에 열렸던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이달 30일과 5월 13일에 개막할 예정이다. 지난해 취소되지 않고 열렸던 평창대관령음악제도 7월 28일 개막을 예고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다음 달 4일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로 폐막한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대전시립합창단, 지휘자 사샤 괴첼, 소프라노 임선혜 등이 출연한다.

통영=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