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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부친 상속 재산 독차지한 외아들, 모친 재산도 달래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21)

A(1933년생 남자)와 B(1935년생 여자)는 1958년 혼인해 슬하에 1남 3녀를 두었다. A는 배움이 짧았지만 근면함과 성실함이 몸에 배어 있어 식당부터 부동산업까지 하는 일마다 성공해 큰 재산을 모았다. A는 2010년 사망했는데, 사망 당시 A 이름으로 된 상속재산으로 서울 성수동에 있는 시가 약 100억 원 상당의 빌딩 등 합계 170억 원 상당의 3개 부동산을 소유하는 회사의 주식 100%와 현금성 자산 50억 원이 있었다. 그런데 A의 사망 후 공동상속인인 B와 자녀들은 A의 상속재산 전부를 아들이 단독 상속받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딸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아버지인 A가 생전에 자신의 전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길 희망하였고, 부동산 회사를 여러 지분으로 나누게 되면 관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결국 재산이 흩어지게 된다는 B의 강력한 권유와 중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당시 B 이름으로도 상당한 재산이 있었기 때문에, 향후 B가 사망하게 되면 그 재산은 아들을 제외한 딸들이 나누어 가지기로 양해가 되었다. 결국 B의 뜻대로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A의 재산은 모두 아들이 상속했다.

B는 2018년 사망했는데, 사망 당시 B 명의의 상속재산으로는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시가 40억 원 상당의 아파트와 보험과 펀드 등 현금성 자산 20억 원이 있었다. 딸들은 아버지 A가 돌아가셨을 때 약속한 것처럼 어머니 B의 상속재산은 아들을 제외하고 자신들이 3분의 1씩 상속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아들은 그런 합의 사실을 부인하면서 어머니 재산 역시 법정상속분인 4분의 1씩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가정법원에서 상속재산분할 재판이 열리게 되었다. 누구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을까?

모친 상속재산 딸들만 준다는 약속은 무효

아버지 재산은 아들 A가, 어머니 재산은 세 딸들이 나누어 가지기로 했다. 그런데 A가 어머니 재산 역시 법정상속분인 4분의 1씩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속재산분할 재판이 열리게 되었다. [사진 piqsels]

아버지 재산은 아들 A가, 어머니 재산은 세 딸들이 나누어 가지기로 했다. 그런데 A가 어머니 재산 역시 법정상속분인 4분의 1씩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속재산분할 재판이 열리게 되었다. [사진 piqsels]

Q 아들은 이미 아버지로부터 어머니 상속재산의 4배에 가까운 재산을 홀로 상속받았다. 어머니 소유 재산을 딸들이 상속받기로 합의할 때 아버지 상속 재산을 공동상속인들이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눠 가졌다면 어머니 상속 재산이 두 배로 늘어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어머니인 B의 상속재산은 응당 딸들이 20억원씩 나누어 가지는 것이 마땅하며, 아들의 욕심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법률적으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A가 사망할 때 생존하고 있던 B의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협의가 효력이 있는지 문제 된다. 또한 상속재산의 범위나 분할 비율을 정할 때, 부모인 A와 B의 재산을 합쳐 하나로 할 수 있는지도 문제다. 이 문제는 어머니인 B의 상속재산분할 소송에서 아버지 A로부터 받은 상속재산을 고려할 수 있는지와 관련이 있다.

상속인이 여러 명일 때 사망한 사람이 유언으로 상속인들 사이에 유산을 어떻게 나누어 가질지 정해 주지 않았다면, 상속인들은 서로 협의해 상속재산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속인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이 분할하게 된다.

상속 재산에 대한 분할협의는 상속인들 사이의 계약이다. 이러한 협의가 유효하려면 공동상속인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일부라도 그 협의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협의는 무효이다. 공동상속인 일부가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이 포기한 상속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귀속시키는 내용의 분할협의는 유효하다. 따라서 A가 사망한 후에 A의 상속인들 모두가 참여해 A의 상속재산 모두를 아들이 상속하고 나머지 상속인들은 상속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분할하는 것은 유효하다.

그런데 아직 사망하지 않은 B의 상속재산에 대해 아들은 제외하고 딸들이 나누어 가지는 내용의 분할협의까지 하였다면 그 협의는 효력이 있을까? 향후 상속인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피상속인(상속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사망 전에 한 상속재산분할 협의나 상속포기는 무효다. 따라서 B가 사망하지도 않았는데 B의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재산분할협의나 상속포기는 무효이고, B가 나중에 사망하였더라도 그 효력이 되살아나지도 않는다.

결국 B의 상속재산에 대해 사망 전에 한 협의는 무효이고, 사망 후에는 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정법원에서 분할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 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망한 시점에 B의 이름으로 된 재산이고, 기준이 되는 분할 비율(법정상속분)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원칙적으로 균등하다. 그런데 이러한 법정상속 비율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상속인들 사이에 불공평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생전에 그 피상속인으로부터 미리 증여 등으로 받은 것이 많으면(특별수익) 법정상속분보다 적게 받도록 조정하고, 어떤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들과 달리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상속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기여한 경우(기여분)에는 법정상속분보다 더 많이 받도록 조정할 수 있다.

위 케이스에서 분할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히 B가 사망한 시점에서 B 이름으로 된 재산에 한정되기 때문에 A의 재산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분할 비율을 고려할 때 부부였던 A와 B의 재산을 합쳐 하나로 고려할 수 없을까? 즉 A와 B가 부부로서 가족공동체를 이루고 공동재산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 이름으로 해두었는지와 무관하게 A와 B의 재산 전체를 하나로 파악해 공평하게 상속재산을 나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B의 사망 전에 B로부터 받은 재산은 없더라도 A로부터 특별수익한 재산이 많은 아들은 B의 상속재산에 대해 분할비율을 낮추어서 분할 받는 재산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상속 재산에 대한 분할협의는 상속인들 사이의 계약이다. 이러한 협의가 유효하려면 공동상속인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일부라도 그 협의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협의는 무효이다. [사진 pixabay]

상속 재산에 대한 분할협의는 상속인들 사이의 계약이다. 이러한 협의가 유효하려면 공동상속인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일부라도 그 협의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협의는 무효이다. [사진 pixabay]

하지만 법원은 분할비율을 정할 때도 바로 그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재산, 즉 B의 생전에 자신 이름으로 취득한 재산만이 고려 대상이라고 본다. 따라서 딸들은 억울하겠지만, B의 상속재산분할 절차에서는 A의 상속재산분할 협의나 결과가 반영되지 않고, 아들과 딸 모두 법정상속분에 따라 4분의 1씩 상속하게 된다.

다만, 아들이 A의 상속재산분할 당시 B의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A의 상속재산을 모두 상속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내세워, 딸들이 A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협의를 해제하거나 상속포기를 취소하여 무효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A의 상속재산분할 협의 과정에서 그와 같은 특약이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지, 그러한 특약 또는 아들의 채무가 A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협의의 중요한 전제가 되거나 그 효력을 좌우하거나 해제할 만한 조건이나 부담이 되었는지, 그러한 협의 과정에서 아들이 딸들을 속이거나 착오에 빠지게 했는지에 따라 그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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