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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이혼 소송 중 배우자가 사망했다면 상속권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19)

A(36·남)와 B(34·여)는 2013년 3월경 혼인신고를 하였는데, 결혼생활을 시작할 무렵부터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가 계속되었다. 결국 4년여 만에 둘 사이의 결혼은 자녀 없이 파경에 이르렀다. 이들 사이에 이혼소송이 진행된 결과 2017년 12월경 A와 B의 이혼을 선고하는 1심 판결이 내려졌다.

그런데 그 판결이 확정(선고된 판결이 송달되고 양쪽 모두 항소할 수 있는 기간 내에 항소하지 않음으로써 더는 그 판결에 대해 다툴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되기 1주일 전에 A가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사망했다. 결국 판결에 대해 항소가 제기되지 않은 채 항소 기간이 지나가게 되었다.

A의 모친은 2018년 4월경 구청에서 A와 B 사이의 이혼 판결이 확정되었다며 이를 근거로 이혼 신고를 신청했다. 구청 담당 직원은 A가 사망해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가 폐쇄됐다는 이유로 신고를 수리해 주지 않았다. A의 모친은 이러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구청장을 상대로 이혼신고를 수리해 줄 것을 가정법원에 청구했다. A 모친의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만일 재판상 이혼 청구권이 상속된다면, 이혼 소송 중 부부 중 한쪽이 사망한다고 하더라도 사망한 사람의 자녀나 부모가 이혼 청구권을 상속한 뒤, 상속인의 이름으로 소송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만일 재판상 이혼 청구권이 상속된다면, 이혼 소송 중 부부 중 한쪽이 사망한다고 하더라도 사망한 사람의 자녀나 부모가 이혼 청구권을 상속한 뒤, 상속인의 이름으로 소송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A 부모의 입장에서 아들의 유지(遺旨)가 B와 이혼하는 것이었고, 그러한 내용의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사망한 아들과 이혼 소송 중이던 며느리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는 상황에서 호적 정리라도 제대로 해두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차원을 넘어 이혼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A와 B가 여전히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부로 기재되어 있는 상태임을 기회로 B가 A의 상속재산에 관해 상속권을 주장하는 경우 보다 실질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먼저 사망한 A와 B 사이의 이혼 신고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를 보자. 이 문제는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상속할 수 있는 것인지와 관련이 있다. 만일 재판상 이혼 청구권이 상속된다면, 이혼 소송 중 부부 중 한쪽이 사망한다고 하더라도 사망한 사람의 자녀나 부모가 이혼 청구권을 상속한 뒤, 상속인의 이름으로 소송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혼 청구권은 부부라는 신분관계를 결정하는 권리이어서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행사하거나 상속될 수 없다. 이혼소송 진행 중에 한쪽 배우자가 사망하면, 사망한 배우자의 상속인이 그 소송을 이어갈 수 없고 그 소송은 즉시 종료된다.

사례의 경우 A와 B가 이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1심 판결이 이미 선고되었고, 이후 항소기간이 지나감으로써 형식적이지만 확정되었기 때문에 달리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법원은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재판상 이혼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일신전속권) 이혼 청구권은 상속되지 않고, A의 사망과 동시에 이혼 소송은 당연히 종료된다고 보았다. 이혼 판결은 확정된 때로부터 그 이후로만 효력이 있기 때문에, A의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확정되지 않은 1심 이혼 판결만으로는 이혼의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과 A에 대한 이혼 신고는 수리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사례에서는 문제 되지 않았지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은 상속될 수 있는 것일까? 재산분할청구권은 부부가 혼인 중에 공동으로 형성하거나 유지한 재산을 청산하고 배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전제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혼청구권의 상속 문제와는 달리 단계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협의 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 이혼이 성립하기 전에 부부 중의 한쪽이 사망하였다면, 재산분할청구권은 생기기도 전이므로 상속될 여지도 없다. 사례에서는 이혼 자체가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A의 상속인이나 B가 서로에 대해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재산분할은 이혼과 동시에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꼭 그러한 것은 아니다. 이혼이 성립한 때로부터 2년 내에만 청구하면 된다. 그런데 이혼이 성립하기는 했지만 부부 중 한쪽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기 전에 사망한 경우는 문제인데,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나 판례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 일단 이혼이 성립했다면 재산분할에 대한 협의나 재판청구가 없더라도 당연히 상속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고,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완료하거나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는 상속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나 재판이 완결되지 않더라도 재산분할에 관한 권리를 행사한다는 의사를 표현한 후에 사망하였다면 사망한 배우자의 상속인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전제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혼청구권의 상속 문제와는 달리 단계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사진 pixabay]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전제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혼청구권의 상속 문제와는 달리 단계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사진 pixabay]

B가 사망한 A의 재산에 대해 상속권을 주장할 수는 있을까? 이 문제는 이혼 소송 중인 배우자 중 한쪽이 사망한 경우, 다른 배우자에게 사망한 배우자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인정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혼인 파탄으로 서로 부부의 연을 끊고자 하는 소송이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사망한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인인 법감정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속권은 법률적인 관계, 즉 부부관계나 일정한 범위의 혈연관계가 있으면 당연히 인정된다. 피상속인(사망한 사람으로서 상속재산을 물려주는 사람)과 상속인 사이의 친밀도나 기여도, 개개인의 주관적 의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무리 부모에게 불효한 자식도 법률에서 정하는 상속 결격 사유, 예를 들면 선순위 또는 동순위 상속인을 고의로 살해하려고 하거나, 피상속인을 속이거나, 협박하여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하거나 유언을 방해하는 등의 사유가 있지 않은 한 부모에 대한 상속권을 잃지 않는다. 간혹 영화처럼 생전에 피상속인을 단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심지어 그러한 사람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친척이라고 하더라도 자신보다 앞선 순위의 상속인이 없다면 상속권을 갖는다. 반면에 수십년간 부부로서 사랑하면서 서로에게 충실한 부부생활을 해 왔다고 하더라도, 법률에 따른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없다.

결국 법률상 부부관계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비록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거나 이혼소송 중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된다. 사례의 경우 B는 A의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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