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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1조 투자"에 판 커진다, 토종 OTT도 ‘쩐의 전쟁’

중앙일보

입력

국내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서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구독형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가운데, 연내 디즈니플러스가 출격하면서 토종 OTT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의 합작사인 ‘웨이브’가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KT도 “다른 국내 OTT보다 더 투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향후 콘텐트 투자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26일 “웨이브의 콘텐트 경쟁력 강화를 위해 25년까지 총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며“최고 콘텐트 책임자(CCO)를 영입하고, 상반기 내 콘텐트 기획·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웨이브, 콘텐트 제작에 4년간 1조 투자 

웨이브가 투자한 오리지널 콘텐트. [사진 웨이브]

웨이브가 투자한 오리지널 콘텐트. [사진 웨이브]

SK텔레콤은 현재 인터넷TV(IPTV) 3사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와 제휴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에도 거리를 뒀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25일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디즈니는 웨이브를 경쟁자로 보고 있다”며 협력 가능성을 일축했다. SK텔레콤은 당분간 독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웨이브를 서비스하고 있는 콘텐츠웨이브의 이태현 대표는 “국내 방송사ㆍ제작사ㆍ지식재산권(IP) 보유 기업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경쟁력 있는 중소 제작사를 발굴해 글로벌 OTT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KT "편당 50~500억원 투자해 100편 확보"  

유료구독형 OTT 월 사용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료구독형 OTT 월 사용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SK텔레콤이 1조원 투자 승부수를 띄우면서 국내 최대 투자 규모를 약속했던 KT의 투자 규모도 애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구현모 KT 대표는 23일 열린 미디어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KT가 얼마를 투자하는지보다 얼마나 손실을 견딜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KT는 이쪽에 (견디는데) 매우 경쟁력이 있다”며“투자 금액은 적어도 국내 다른 3사보다는 많다고 생각해달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 대표가 말한 3사란 웨이브ㆍ티빙ㆍ카카오로, 각사는 2023년까지 3000억~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KT는 이보다 더 쓰겠다는 의미다. KT는 2023년까지 오리지널 타이틀 100개를 목표로 타이틀당 50억~5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500억원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흥행했던 드라마 ‘스위트홈(제작비 360억원)’이나 영화 ‘승리호(240억원)’의 제작비를 뛰어넘는 규모다.

넷플릭스 이용자 1000만명 돌파, 디즈니도 가세  

지난해 넷플릭스가 360억원을 투자한 드라마 '스위트홈'. [사진 넷플릭스]

지난해 넷플릭스가 360억원을 투자한 드라마 '스위트홈'. [사진 넷플릭스]

다만 막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글로벌 OTT’의 투자력을 고려하면 이런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우선 넷플릭스가 한 해에만 K-콘텐트 제작에 5억 달러(약 5600억원)를 쏟아붓고 있는 데다,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가입자 수를 늘리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2월 넷플릭스 월 사용자 수는 1001만 3283명으로 지난해 1월 대비 113% 증가했다. 웨이브(395만명), 티빙(265만명), U+모바일tv(213만명), 시즌(168만명)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가 연내 국내 진출을 공식화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16개월 만에 전 세계 1억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루크 강 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은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드라마 등 K-콘텐트에 대한 투자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의 기존 제작사를 지원하고 활용할 예정”이라며“(투자) 규모와 능력, 노하우 면에서 한국 제작사와 업계 전체에 기여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투자 금액으로만 놓고 보면 토종 OTT 시장이 열세일지 몰라도, 토종 OTT는 인프라 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실시간 채널이라는 방대한 양의 콘텐트를 확보하고 있고, KT는 국내 1300만명에 달하는 유료방송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국내 대형 OTT 중심으로 중소 규모의 토종 OTT 통폐합이 일어나는 방향으로 국내 OTT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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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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