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선거 급해도 2차 가해는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26 00:10

업데이트 2021.03.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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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부산여성100인행동 등 여성계 인사들이 24일 오전 부산지법 앞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공판이 4·7 보선 이후로 연기된 데 대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여성100인행동 등 여성계 인사들이 24일 오전 부산지법 앞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공판이 4·7 보선 이후로 연기된 데 대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 비위 때문에 치르게 됐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중대 잘못으로 재·보선을 하게 될 때 후보를 내지 않겠다던 당헌을 바꾸곤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 드린다”고 했었다. 하지만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정의당도 “민주당은 2차 가해가 선거 전략이냐”(정호진 수석대변인)고 개탄할 정도다.

‘성추행 오거돈' 변호인, 여당 선대위원장
당은 반성한다는데, 임종석은 박원순 두둔

부산에선 오 전 시장 성범죄 사건 첫 재판이 지난 23일이었는데 변호인의 요청으로 보선 이후로 연기됐다. 여성계에선 “정치적으로 계산된 가해자 중심의 재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득표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미뤘다는 의미다. 합리적 의심인 것이 재판 연기를 요청한 변호인 측이 문재인 대통령이 설립한 법무법인 부산이어서다. 대표 변호사인 정재성 변호사는 오 전 시장의 변호인이면서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지난주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다”고 공개 호소한 후에 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고 한다. ‘피해호소인’이라며 사실상 2차 가해 논란을 부른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이 박영선 캠프직에서 사퇴하던 그 무렵이었다.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관심 두고 사건을 챙기겠다”던 김 후보는 정 변호사를 캠프의 얼굴로 기용하면 오 전 시장의 성범죄 사실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몰랐다는 말인가. 오죽하면 피해자가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을 수임하는 것 자체만으로 정쟁의 빌미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피해자인 제가 정치권과 관련된 의혹에 이렇게도 선을 긋는데 끝끝내 오거돈을 변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당신은 오거돈의 성범죄를 변호하는 건가”라고 절규하겠는가.

더욱이 이 로펌은 오 전 시장이 지난해 4월 총선 직전에 성범죄를 저지르곤 피해자에게 “4월 말까지 시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약속하는 과정에서 공증을 담당했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였다는데, 그때의 행태와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서울에선 현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이 연이어 박 전 시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엊그제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고 썼고 당의 자제 요청에도 다음 날에 또 “용산공원의 솦속 어느 의자엔가는 매 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 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어제도 “잘못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했다. 반성한다는데 달라지는 게 없다. 그저 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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