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AI와 함께하는 바둑 해설] 패싸움이 빨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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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강전〉 ○·이치리키 료 9단 ●·셰얼하오 9단

장면 3

장면 3

장면 ③=패는 언제 결행하는 게 좋은가. 어려운 숙제 중의 하나다. 흑1과 백2로 각각 스스로를 지킨 뒤 셰얼하오는 즉각 3으로 몰아 패를 결행했다. 누가 봐도 백에겐 A의 패감이 있고 흑에겐 눈을 씻고 봐도 패감이 없다. 그런데 왜 패를 시작했을까. 이 백만 잡으면 흑은 걱정거리가 없어진다. 그게 손해를 불사하게 만든 것일까. 셰얼하오 같은 세계챔프조차도 가끔은 이렇게 오판을 한다. AI에게 물어보니 패는 놓아둔 채 다른 수순만 열심히 보여준다.

AI의 그림

AI의 그림

◆AI의 그림=AI는 흑1로 나온 뒤 3으로 움직이라고 한다. 4엔 5의 달리기. 그다음 백6은 도무지 상상이 안 가는 수이고 이때도 흑은 패는 놔둔 채 7로 둔다. 수순이라기보다는 그림에 가깝다. 이렇게 난해하기 짝이 없는 그림은 사실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패를 결행해 즉각 결판을 내는 것이 훨씬 인간적인 방식이다.

실전진행

실전진행

◆실전진행=백1로 패를 쓰자 패감이 없는 흑은 곧바로 2로 이었다. 백3 잡아 바꿔치기. AI는 백의 기대승률을 65%로 표시한다. 집으로는 5~6집 우세. 셰얼하오는 4로 뛰어들어 장기전을 도모한다.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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