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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스케일링에도 기절…치과공포증 치료하는 ‘웃음가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27)

공포(fear,恐怖)라는 단어는 ‘괴로운 사태가 다가옴을 예기할 때나 현실적으로 다가왔을 때 일어나는 불쾌한 감정을 바탕으로 한 정서적 반응’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치과의 치료영역은 날카로운 여러 기구가 직접 보이게 되어 시각적인 자극이 있고, 치료 중 높은 주파수의 소리가 들리며, 그것도 뇌와 가까운 위치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계속 긴장하게 된다. 그래서 치과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시작되고, 이를 적절히 처리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공포로 변한다. 치과 치료에 대한 정신적인 불안이 심해지면 ‘치과공포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물론 나이가 매우 어린 아이는 일반적으로 치과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이나 자극에 대한 무서움을 가질 수 있다. 충치 등의 이상이 생겼을 때 빠른 결과를 얻기 위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검진하거나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면 그 경험이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본인도 모르는 무의식 속의 막연한 긴장, 불안,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충치 등의 이상이 생긴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검진하거나 치료를 진행하게 되면 그 경험이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사진 pixabay]

충치 등의 이상이 생긴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검진하거나 치료를 진행하게 되면 그 경험이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사진 pixabay]

나는 어린아이를 전문으로 치료하지만 가끔 치과 공포가 심한 성인 환자가 오기도 한다. 그들은 과거 어릴 때 치과에서 고생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는 치과 의자에 검진을 위해 눕는 것만으로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스케일링 등의 간단한 진료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기절하는 아주 심한 치과공포증을 겪고 있었다. 30여 분 이상 상담을 통해 조금 안정을 찾았다.

대화 중에 아주 어렸을 때 젖니를 치과에서 뺄 때 미리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뽑히는 테러(?)를 당하고부터는 치과만 생각하면 손과 발이 떨리고, 치아에 이상이 생겨도 치과를 방문하지 않았다. 결국 너무 심각한 상태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방문했는데, 극심한 치료를 경험한 후에는 공포증이 더욱 강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정기적으로 관리받지 못해 뒤늦게 치과를 방문하면 더욱 힘든 치료를 받게 되고, 이후에 ‘치과는 아프고 힘든 곳이다’라는 잠재의식이 강화돼 공포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생기게 된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하면 치료를 포기하는 최악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치과 공포반응이 심하다고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분명히 올바른 대처 방법이 아니다. 몸 어느 부위라도 마찬가지지만, 치아는 음식물을 잘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신체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심한 충치를 방치하는 것은 염증이 생긴 손가락, 발가락을 그대로 방치하고 생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염증이 온몸으로 점점 퍼져 결국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도저히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이 ‘치과 공포증’을 넘어 성공적으로 치과 치료를 받으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첫 번째는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에게 치과에 가는 일은 매우 두려운 경험이며 대다수가 치과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을 아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치과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고 해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다만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파악하고 치과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키워나간다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환자는 치과 공포증이 있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려고 한다. 오죽하면 그럴까 이해는 하지만 이런 모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려움을 피하지 말고 직면해야 한다. 정확히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지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확히 자신이 어떤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막연히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적은 내용을 치과 방문 시 미리 제출해서 그에 관해 상담부터 받아야 한다.

심리적인 접근으로 안 통할 경우 보조적으로 아산화질소가스를 흡입하게 되면 불안한 마음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 pixabay]

심리적인 접근으로 안 통할 경우 보조적으로 아산화질소가스를 흡입하게 되면 불안한 마음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 pixabay]

하지만 두려움이 심해 상담만으로는 적절한 마음의 안정을 얻지 못하는 환자도 종종 있다. 이럴 때도 걱정할 것 없다. 한두 번의 상담으로 바로 치료를 들어가는 것이 아닌 ‘탈감작(de-sensitizing)’ 방법을 해볼 수 있다. 치과 치료를 시작했을 때와 유사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해보도록 함으로써 그 치료가 나를 다치지 않게 한다는 것을 서서히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입안에 기구를 넣기 전에 직접 본인이 만져보도록 한다. 눕기 전에 앉아있는 상태에서 드릴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듣는 과정을 반복해 느껴 보게 하는 것이다. ‘Tell-Show-Do(설명하고, 보여주고, 실행함)법’이라고 하기도 한다. 처음에 비명을 지르면서 치과 문에 들어오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아이나 성인이 탈감작 방법을 10여 회 경험한 후에는 스스로 웃으면서 치료를 받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만일 그 방법까지 해보았는데도 힘들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치과 진정법’이다. 심리적인 접근으로 안 통할 시 보조적으로 아산화질소가스(일명 웃음가스)’를 흡입하게 되면 불안한 마음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환자 본인도 신기하게 느낄 정도로 치과 검진이나 치료에 두려움이 사라진다.

그런데 어떤 환자는 웃음가스 자체를 두려워해 진정제를 검진이나 치료 전에 복용시키거나 주사로 수면을 유도한 후 치료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방법은 건강검진에서 수면내시경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환자가 기억을 못 하는 사이에 많은 치료를 하고, 내원 횟수를 줄일 수 있어 정신적·시간적인 면에서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결국 ‘수면(진정) 치과치료법’은 일시적으로 약의 효과를 이용해 환자의 공포심을 사라지게 해 편안한 마음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또 차후에 받게 될 치과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도와준다.

이제 치과 치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치과공포증' 극복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치과를 방문해 성공적인 치과 검진과 치료를 받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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