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신경 치료한 이를 금·도자기로 씌우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0.12.31 11:00

[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24)

치과 치료 의자에 눕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긴장되고 몸에 힘이 들어간다. 받아야 하는 치료가 스케일링이나 간단한 수복치료 정도가 아니라 신경치료라고 가정하면 그야말로 심란하고 이런저런 걱정이 머릿속을 맴돈다. 신경치료를 해야만 하는 이유, 신경치료 과정, 신경치료의 실체에 대해 미리 알아두면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줄이고 최대한 덜 긴장하면서 치료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 치아는 겉모습과 달리 그 내부에 신경과 혈관이 합쳐진 연조직 형태의 ‘치수’라는 것이 있다. 이 치수는 치근(치아의 뿌리) 끝까지 뻗어 있으며, 근관이라는 미세한 관 형태의 공간 안에 있다. 이 근관 속의 치수는 뿌리 끝의 좁은 구멍(치근 단공)을 통해 치근을 둘러싸고 있는 잇몸 뼛(치조골)속의 혈관과 신경과 연결되어 있다. 최종적으로는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과 감각전달을 담당하는 뇌로 모이게 되므로 소중한 신체의 일부다.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 치아는 겉모습과 달리 그 내부에 신경과 혈관이 합쳐진 연조직 형태의 ‘치수’라는 것이 있다. [사진 pixabay]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 치아는 겉모습과 달리 그 내부에 신경과 혈관이 합쳐진 연조직 형태의 ‘치수’라는 것이 있다. [사진 pixabay]

안타깝게도 치아우식증(충치)이 심해지거나 강한 충격이 가해져 치아가 깨지는 경우 이 치수를 둘러싸고 있는 관 안으로 균이 침투하게 되어 감염이 일어나게 된다. 그 결과로 치수의 염증(치수염)이 유발되고, 그 염증에 의해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염증으로 인해 병든 신경은 다시 정상상태로 되돌이킬 수가 없어 제거해야 한다.

우리가 흔하게 이야기하는 신경치료란 정확히 표현하면 ‘근관치료’이지 신경을 치료해 정상으로 되돌리는 과정이 아니다. 몸의 다른 부위는 대부분 치료를 하면 이전으로 치유가 되는데 안타깝게도 치수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최선의 치료는 손상되거나 병든 조직을 제거하고 근관(신경관) 내부를 소독한 다음 그 빈 공간을 균이 없는 깨끗한 상태로 만든 후에 치수를 대체할 재료를 채워 넣어 치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다.

찬물과 더운물을 마실 때 아프고, 가만히 있어도 치아가 욱신욱신 쑤시거나, 치아 주변 잇몸에 붓기가 있거나 고름이 나오는 등의 증상으로 고생한다면 신경 치료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치과 검진을 받다가 신경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치아 상태가 좋지 않다는 설명을 들을 때도 있다. 이때는 상황이 쉽게 이해가 잘 안 되고 마음속에 ‘꼭 신경치료를 해야 하나’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다. 이때 꼭 알아야 할 것은 환자 이상으로 치과 의사는 치아를 최대한 살리고 싶어하며, 쉽게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고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타진검사, 동요도검사, 냉·온검사, 전기치수검사 및 방사선사진 검사 등의 복잡하고 다양한 검사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중히 진단하게 된다.

신경치료는 심한 충치나 치아의 파절로 치수의 세균 감염, 염증이 회복 불능이 되었을 때 변성된 신경조직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재료로 채우는 치료법이다. [사진 pixabay]

신경치료는 심한 충치나 치아의 파절로 치수의 세균 감염, 염증이 회복 불능이 되었을 때 변성된 신경조직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재료로 채우는 치료법이다. [사진 pixabay]

신경치료는 마취 후 치아 내부를 열어 병든 치수에 접근해 염증 치수 제거, 신경관 다듬기(감염된 신경관 내부를 소독하고 치수가 제거된 치아 내부의 빈 공간을 치료용 재료로 채울 수 있도록 신경관의 형태 다듬기), 치수관 채우기 등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신경치료를 한 이는 강도가 약해진다. 신경치료를 하려면 근관에 기구를 넣어 기계적으로 그 안쪽의 치수 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용이하게 하려면 치아의 머리 부분(치관부)의 치수강을 넓게 개방해 맨눈으로 잘 보이도록 입구를 노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식으로 손상된 치질은 물론, 건전한 상아질의 치관부 치질을 상당히 많이 제거하게 된다. 원래 건강한 치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상아질(상아질의 탄성은 단단한 법랑질을 든든하게 받쳐주어 치아가 부서지지 않고 기능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줌)인데, 신경치료를 위해 치아의 근간이 되는 상아질의 많은 부분이 없어지므로 치아를 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또 치수에는 신경뿐 아니라 치아에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혈관도 있는데, 치수가 제거되면 치아 내부에 있던 혈관도 없어지게 된다. 상아질에 더는 수분이 공급되지 않는 것은 치아가 점점 건조해지면서 충격에 취약한 상태로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뭇가지에 비해 마른 가지가 쉽게 꺾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외부의 충격이나 씹는 힘에 저항하는 능력이 현저히 줄어든다. 신경치료 후에는 치아를 씌워 보호해주어야 하는 이유다. 그냥 사용하다 치아가 부러지거나 쪼개어진다면 열심히 치료받은 치아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 대부분 크라운(전장관 수복치료, 금이나 도자기로 치아의 머리 부분을 완전히 뒤집어씌우는 치료)을 하게 된다. 아주 심하게 치아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 필요하다면 상부 수복 재료의 탈락을 방지하기 위해 신경관 채우기 후 신경관 내에 기둥(포스트)을 세우기도 한다.

신경치료를 한 이는 강도가 약해진다. 신경치료를 하려면 근관에 기구를 넣어 기계적으로 그 안쪽의 치수 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신경치료를 한 이는 강도가 약해진다. 신경치료를 하려면 근관에 기구를 넣어 기계적으로 그 안쪽의 치수 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신경치료를 받는 기간에는 치료받는 치아가 있는 쪽으로 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신경치료를 받는 동안 치아는 뿌리 끝 부근의 염증으로 인해 압력이나 외부 자극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치료 과정 동안 임시로 막아둔 충전물이 탈락한다면 침(타액)이나 이물질이 들어가 신경관이 다시 오염되어 치유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크라운을 씌우기 전에 치아 자체가 파절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신경치료 중간에는 순조로운 치유를 도모하기 위해 환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리해보면 신경치료는 심한 충치나 치아의 파절로 치수의 세균 감염, 염증이 회복 불능이 되었을 때 변성된 신경조직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재료로 채우는 치료법이다. 보통 수일에 한 번씩 4~5회 정도 치료를 받는다. 이 치료를 받으면 치통이 개선되고, 치아뿌리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치조골 상태를 건전하게 유지해 치아를 빼지 않고 보존해서 불편감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신경치료의 모든 것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세심하게 치아관리를 잘해 이런 상태가 되지 않도록 정기적인 치과 검진까지 병행해 잘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다.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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