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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의 건강 이야기] 화장실이 밝아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독자 여러분의 화장실 조명은 어떠한가. 다소 엉뚱하지만 만일 화장실이 어둡고 침침하다면 밝고 화사하게 꾸며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공을 들이는 거실이나 침실보다 화장실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화장실이 밝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화장실은 인체의 배설물과 분비물을 가장 정확하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세면대에 무심코 내뱉는 침과 가래는 물론 변기 속의 대변과 소변도 가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혈액이 섞여 나오는지 살펴보자. 침이나 가래의 경우 코피를 흘리거나 잇몸 질환이 없는데도 혈액이 섞여 있으면 기관지염이나 폐암 등 심각한 호흡기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대변의 경우 콧물처럼 미끈미끈한 점액이 섞인 검붉은 자장면 색깔의 혈액이 나온다면 소량이라도 위험하다. 대장이나 위장에 혹이 있거나 구멍이 뚫린 천공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빨리 대장내시경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암이 되기 직전 단계인 폴립(양성 종양의 일종)에서 찾아내면 내시경 끝에 달린 전기 올가미를 통해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새빨간 선홍색의 혈액은 치질이나 치열을 의미한다. 소변은 소량이라도 혈액이 섞여 나오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아야 한다. 콩팥에서 방광.요도에 이르기까지 암이나 결석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둘째, 거울을 통해 몸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된다면 간질환으로 인한 황달이 생겼다는 뜻이다. 목젖 좌우를 유심히 살펴보면 갑상선 질환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침을 삼키면서 목을 자세히 살펴볼 때 좌우 비대칭으로 덩어리가 위아래로 움직인다면 갑상선암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상의를 벗고 팔을 올린 채 유방의 좌우 대칭 여부를 따져 유방암을 발견할 수도 있으며 청소년의 경우 등을 굽혔을 때 어깨의 좌우 비대칭이 나타난다면 척추측만증을 발견할 수 있다.

셋째,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노인들의 경우 밤에 용변을 보러가다가 화장실 바닥에 미끄러지면서 골절이 생기는 경우가 잦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화장실 바닥에 가볍게 넘어져도 엉덩이 관절이나 척추에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뼈가 붙을 때까지 자리에 누워 꼼짝없이 기다리는 수개월 동안 사망할 수 있다. 장기간 움직이지 못하면 혈관에서 혈전이 잘 떨어져 나와 뇌졸중 등 치명적 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 조명이 밝으면 바닥에 남아 있는 물기를 미리 살펴볼 수 있으므로 미끄러짐을 방지할 수 있다.

넷째, 아침을 활기있게 시작할 수 있다. 눈의 망막을 통해 들어온 빛은 뇌를 자극해 각성효과를 발휘한다. 기상 후 세수할 때 화장실 조명이 밝으면 훨씬 빨리 잠에서 깨어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아침마다 축축 늘어져 고민인 사람이라면 화장실 조명부터 밝게 고쳐볼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화장실 조명은 실내 공간 가운데서도 가장 어두운 편이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공부방 조명에 가까운 150~200럭스 정도의 조명을 유지해주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색조와 형태 변화를 잘 관찰하기 위해선 같은 조명이라도 형광등보다 백열 전구가 유리하다. 건강을 위해 화장실만은 백열전구로 밝게 꾸며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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