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트북을 열며

작은 것들을 위한 시(feat.쿠팡)

중앙일보

입력 2021.03.25 00:22

업데이트 2021.03.25 06:43

지면보기

종합 30면

박수련 팩플 팀장

박수련 팩플 팀장

BTS의 노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유튜브 영상이 올해 초 11억뷰를 넘겼다. 세계 평화나 거대한 질서 같은 저세상 얘기 말고, 사소해 보이지만 소중한 것들을 위로하는 이 노래. 시대정신을 꿰뚫는다. IT업계 트렌드에 비춰 보자면, 크리에이터(Creator, 창작자)와 SME(Small and Medium Enterprise, 중소상인) 중한 줄 아는 노래였다.

요즘 글로벌 플랫폼들은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쓰기 백일장이 한창이다. 유튜브·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를 빨아들이고 있는 틱톡, 오디오 크리에이터 지원책을 내놓은 클럽하우스, 게임 사용자가 게임을 만들어 팔 수 있게 해준 로블록스 등 ‘OOO판 유튜브’가 급증했다. 재능있는 창작자를 플랫폼에 붙들어 두려면 그들에게 유리한 수익배분 방식으로 바꾸는 등 당근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플랫폼의 다른 한 축(사용자)도 유지할 수 있다.

노트북을 열며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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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도 예외는 아니다. 견고해 보이는 아마존 생태계가 흔들린다. SME는 물론 2년여 전부터 나이키·디즈니·이케아 등 거대 브랜드들이 아마존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물론 믿는 구석이 있다. ‘커머스판 유튜브’ 쇼피파이(Shopify)다. 월 29달러부터 시작하는 사용료를 내면 이커머스 홈페이지부터 결제, 재고관리, 배송 인프라를 해결해준다. 팔 물건만 있으면 된다. 이들이 떠나는 이유, 아마존에 내는 판매·물류대행 수수료(거래액의 약 30%) 때문만은 아니다. 재고·구매패턴 데이터로 PB상품을 만드는 아마존을 위해 들러리 서기 싫다는 이유가 크다.

그런 점에서 쿠팡이 궁금하다. 아마존을 롤모델 삼아 뉴욕 증시에 상장할만큼 큰 쿠팡은 미래에도 매력적인 커머스 플랫폼일까. 쿠팡에 물건을 판 판매자들의 불만은 아마존 판매자들과 달라보이지 않는다. 쿠팡에 물건 판 값을 받는 정산 기간(약 50일)이 너무 길다고 한다. 정부 여당이 검토중인 기준(60일)보다 짧으면 괜찮은 거래일까. 쿠팡이 혁신적인 플랫폼이려면 기준선을 더 높여야 한다. 쿠팡의 PB 확대에도 판매자들은 불안하다. 생수로 시작해 현재는 건강식품·의류 PB까지 나온다(총 16개 브랜드). 월 2900원에 당일·새벽배송, 무료반품, OTT까지 주는 쿠팡이 소비자에겐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지?’ 할만큼 좋듯이, 판매자들에게도 그러길 바란다. SME에 매력적인 플랫폼이 되는 건 쿠팡 소비자들의 경험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경쟁자들은 기민하다. 2016년 ‘프로젝트 꽃’을 론칭해 창작자와 SME를 위한 플랫폼을 선언한 네이버는 앞으로 SME의 글로벌 진출을 돕겠다고 한다. ‘쇼피파이’도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움직인다. 자, 쿠팡은? 아마존은 쇼피파이 대응TF를 만들었다고 하던데, 쿠팡이 마음에 품은 시(詩)는 뭘지 기대해보고 싶다.

박수련 팩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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