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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노홍철 반대로 하면 꿀"…지상파도 손 댄 주식 예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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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오늘도 뚠뚠’의 노홍철과 딘딘. ‘딘딘하다’(단타) 등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사진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의 노홍철과 딘딘. ‘딘딘하다’(단타) 등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사진 카카오TV]

‘딘딘하다’ ‘홍반꿀’
최근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 등장한 신조어다. 카카오TV 예능 ‘개미는 오늘도 뚠뚠’에서 나온 “(딘딘같이) 단타로 손쉬운 수익을 노리다가 자산을 꼬라박다” “노홍철 반대로 하면 꿀이다” 등의 단어가 유행어처럼 사용되는 것. 이들이 실제 증권사 계좌에 입금된 출연료로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 딘딘은 하루는커녕 1시간도 버티지 못하는 초단기 매매를 지향하고 노홍철은 14년 투자 경력이 무색하게 그가 매수하는 종목마다 떨어지고 매도하는 종목은 오른다. 오히려 주식 경험이 전무한 러블리즈 미주의 수익률이 가장 높다.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 인기 #MBC도 파일럿 ‘개미의 꿈’ 선보여

올 초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하며 지난해 9월 시작한 ‘개미는 오늘도 뚠뚠’도 함께 상승세를 탔다. 주식 시장에 뛰어든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카카오TV 대표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매주 수요일 오전 7시 새로운 에피소드 공개 시간에 맞춰 본방 사수하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매회 평균 조회 수가 200만회에 달한다. 지난 17일 공개된 ‘자동차의 현재 & 미래 집중탐구’ 편은 6일 만에 350만회를 돌파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뒤늦게 몰아보는 사람들도 많다.

“씨드 얼마냐” 지상파서도 화두 떠올라

‘놀면 뭐하니?’의 위드유 프로젝트에서 직장인 주린이들의 모임에 참석한 유재석. [사진 MBC]

‘놀면 뭐하니?’의 위드유 프로젝트에서 직장인 주린이들의 모임에 참석한 유재석. [사진 MBC]

남녀노소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상파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사회상과 가장 밀접한 분야이자 현재 가장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SBS ‘런닝맨’은 지난달 모의주식 투자 대회 특집을 진행했고,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위드 유 프로젝트 중인 유재석은 직장인 주린이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그는 “씨드가 얼마냐”는 질문에 당황하면서도 “수익이 은행 이자보다는 높다” “모르는 기업은 투자하지 않는다” 등 투자 원칙을 밝혔다. 그동안 주식이 4050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면 이제는 2030으로 대상이 확대돼 어느 예능 프로그램과 결합해도 어색하지 않게 된 셈이다.

MBC는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이달 2부작 파일럿으로 주식 버라이어티 토크쇼 ‘개미의 꿈’을 편성했다. 주식 고수를 꿈꾸는 스타들의 주터디 클럽을 표방하며 기본 지식부터 하나씩 설명해 나갔다. 경제 전문가와 연예인 패널로 구성된 포맷은 ‘개미는 오늘도 뚠뚠’과 비슷했지만 시청률은 2%대에 그쳤다. 내 돈으로 실제 종목을 사고팔면서 수익도 손실도 모두 ‘내돈내산’인 리얼함과는 차원이 다른 탓이다. 지난해 9월 파일럿으로 선보인 부동산 예능 ‘돈벌래’가 너무 노골적이었다면 이번엔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

2부작 파일럿 예능으로 선보인 주식 버라이어티 토크쇼 ‘개미의 꿈’. [사진 MBC]

2부작 파일럿 예능으로 선보인 주식 버라이어티 토크쇼 ‘개미의 꿈’. [사진 MBC]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에서는 주식이 전면에 등장하거나 특정 종목을 이야기하는 순간 사행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반면 카카오TV 같은 방송 규제에서 자유로운 대안적 미디어에서는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똑같이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이나 유튜버 슈카가 멘토로 출연한다 해도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폭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개미의 꿈’이 “부동산 가격은 너무 오르고 은행 이자는 너무 낮아서 한국 역사상 처음 있는 주식 열풍” 같은 배경을 설명하는 이론 편이라면 ‘개미는 오늘도 뚠뚠’는 완벽한 실전이기에 “주식 계좌를 세 개로 나눠라” “종목뿐 아니라 시기도 분산하라” 등 보다 실질적인 팁이 오간다. 방송 초기 주위에서 찍어주는 종목 위주로 사들였던 딘딘이나 김종민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실제 온라인 쇼핑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브랜드 관련 종목을 찾아보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등 접근법을 달리하고 있다.

“시대별 예능 주제 보면 시류 알 수 있어”

‘개미는 오늘도 뚠뚠’에서 실제 구입 종목과 수익률을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에서 실제 구입 종목과 수익률을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1인 방송을 지상파에 접목하는 데 성공한 박진경 PD가 카카오TV로 이적 후 내놓은 프로그램이다. 박진경 CP는 “시대마다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주제를 보면 그 당시의 시류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인 지난해 여름은 투자가 단연 화두였다. 저 역시 평생 투자에 관심을 갖지 않다가 처음 ETF 펀드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비단 투자자뿐만 아니라 현시대가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며 “요즘 사람들에겐 ‘생활이 곧 주식’인 만큼 향후 챕터 수가 늘어난다면 필수 소비재, 경기 방어 등 다양한 분야의 주식 섹터를 다뤄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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